정부의 강력한 에너지신산업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신산업 8개 분야에 모두 적용이 가능해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보급물량은 늘고 있지만 산업은 침체되는 풍요속의 빈곤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ESS 물량은 늘어도 시장은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ESS 보급물량이 늘어도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대기업만 재미를 볼 뿐 기타 배터리팩 제조업체나 전력변환장치(PCS), 전원관리시스템(PMS), 운영 알고리즘 개발 업체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일 열린 ‘ESS 및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ESS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대기업 중심으로 국내 ESS 시장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 건전한 ESS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용범 한전 전력연구원 ESS연구사업단장은 “국내 기업들이 ESS보급사업을 통해 기술경험을 쌓고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데 배터리셀 단품만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배터리와 PCS, 운영 알고리즘 등 ESS 패키지를 구성해야 중소업체들도 해외 수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SS솔루션 개발업체 이온의 이찬재 상무는 “지난해 한전의 주파수조정용 ESS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비 520억원 중 304억원이 배터리 셀 비용으로 사용됐다”며 “그만큼 ESS 사업을 하면서 배터리 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나서면서 당분간은 ESS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배정효 전기연구원 ESS팀장은 “산업통산자원부가 전력진흥과, 신재생에너지과, 에너지신산업과 등의 부서를 연계해 에너지신산업추진단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에너지신산업에 포함된 8개 산업 전반에 ESS가 활용되기 때문에 ESS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신산업 8개 분야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에너지 자립섬,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전기차, 태양광 대여사업, 제로에너지빌딩, 친환경에너지타운 등이다.
[2015 배터리 트렌드 인사이트 & 한국전지학회 춘계학술대회]
“ESS용 배터리 리튬계서도 다양화해야” 전자신문 입력 2015.05.22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시장에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리튬계가 주도할 것이라는 시장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ESS 활용이 다양화됨에 따라 리튬계 배터리 역시 다양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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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에 나선 파이살 엘 아주지(Faisal El Azzouzi) 선에디슨(SunEdison) 태양광·ESS 분야 총괄 디렉터는 “ESS가 주파수조정용(FR)·신재생에너지 연계뿐 아니라 가정과 분산형 모델로 세분화됨에 따라 리튬계 배터리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능이나 경제성 이유로 주목받는 플라이휠이나 레독스플로 등 차세대 배터리보다는 리튬계 배터리가 당분간 경쟁력 우위에 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리튬계 중 리튬망간옥사이드(LMO)만 집중함에 따라 리튬인산철(LFP)·리튬티타늄화합물(LTO)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주지 디렉터는 “글로벌 에너지기업 G사가 최근 나트륨니켈염화전지(NaNiCl)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사업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매해 활용하고 있다”며 “북미 ESS 시장은 LG화학·삼성SDI 배터리뿐 아니라 도시바·코캄 LTO나 중국 BYD LFP배터리를 활용한 ESS 수주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S 시스템이 초기 FR용이나 단순 전력피크용에서 수요·공급 효율에 맞춰 전력품질을 높이거나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환경에 적합한 유연한 충·방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에디슨은 최근 북미 ESS 업체를 인수하고 사업 보폭을 넓혔다.
태양광·풍력발전소와 ESS를 구축하는 기존 사업에서 분산전원에 유리한 ‘태양광+ESS’ 독립형 토털솔루션을 앞세운 가정·상업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단품 가격경쟁으론 승산이 없는 중국시장에는 발전소에 투자해 발전·운영 효율을 높인 방식의 전력재판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태양광+ESS’ 융합 모델로 인도 가정용 시장에도 진출했다.
아주지 디렉터는 한국기업이 해외 수요를 더 잡기 위해선 ‘성능보장’과 ‘자금조달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SS 사업은 장기 투자형 사업인 만큼 안전성 등 제품 성능 보장은 물론이고 직간접적 자금력이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지 디렉터는 “ESS 애플리케이션과 고객환경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성능보장과 자금력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선에디슨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풍력 구축 실적을 확보한 북미 2위 업체로 현재까지 25메가와트(MWh) 규모 ESS를 구축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단품위주 경쟁 아닌 신시장 연계형 절실
세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규모는 2011년 3조6000억원에서 올해 14조3000억원으로 다섯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 발판이 될 내수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기업이 뛸 수 있도록 전력재판매·신재생에너지 연계형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 의견이다. 단품 위주 산업적 접근에서 탈피해 ICT 기반 독자적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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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E홀에서 열린 ‘2015 배터리 트렌드 인사이트’에 국내외 산·학·연·관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해 우리나라 ESS산업 경쟁력을 점검했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맞춘 한국기업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 개선을 주로 다뤘다.
◇해외 시장 진출에 목마르다
ESS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 분야는 글로벌 1·2위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단품 위주 사업보다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나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연계가 요구됐다. 미국 등 ESS 선진시장 주도권이 단품 업체가 아닌 솔루션 업체로 넘어간 것처럼 같은 흐름을 타야 한다는 분석이다. 솔루션 기반 ESS 시장은 중소기업 접근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홍인관 코캄 ESS사업 총괄이사는 “미국 등 선진 ESS 시장이 다양한 형태로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 생태계는 ESS 핵심 부품 배터리나 전력변환장치(PCS)에 편중돼 있다”며 “미국 시장은 이미 50명도 안 되는 EMS·솔루션 업체가 배터리·PCS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재 이온 상무는 “우리나라 ESS 시장이 특정 배터리 방식 위주라 다양한 시장 형성에 제약이 많다”며 “리튬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로 시장 접근을 시도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용도만 구분할 게 아니라 설치 현장이나 고객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내수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레독스플로, 플라이휠 방식 배터리가 리튬계에 비해 부족함에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상무는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 피부에 와 닿는 전략이나 시범 사업이 없다”며 “실적 위주 정부 주도형 사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대기업 중심 입찰 경쟁만 과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전력망 기반 주파수조정(FR)용 ESS 시장이, 일본은 가정·상업시설 등 수요가 대상인 민간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독일은 전력피크 억제와 독립형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다. 이 시장을 잡아야 진정한 글로벌 경쟁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부·한국전력 “중소기업 참여 늘리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수출 근거가 되는 ESS사업자 실적 향상을 위해 전력품질 개선을 위한 FR용, 신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 등에 3년간 총 660MWh ESS 보급 사업을 벌인다. 우리나라 유일 ESS 시장 발주처인 한국전력도 중소기업 위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황우현 한전 SG&ESS처장은 “중소기업 주도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만들어 해외시장 진출 발판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지난해 첫 오픈한 한전 스마트스테이션 사업을 올해 약 200개 중소기업이 참여하도록 ESS뿐 아니라 관련 솔루션 중소기업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 차원 사업 모델도 최대한 수용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한전은 지난해 말 구리 남양주 사옥에 첫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을 구축해 피크전력 5%와 전력 사용량 9.6%를 감축했다. 올해 전국 29개 한전 사옥을 포함해 내년에는 175억원을 투입해 90개 사옥에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도 올해 추가로 중소기업 위주 ESS기술 현장 적용 차원에서 철공소, 대학캠퍼스 등 전력수요가 큰 곳을 지정해 200억~300억원 규모 시범사업에 나선다. ESS 평가·인증 등을 통한 비상발전기 보급 확대, 금융 모델 결합 등 민간 주도형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귀현 산업부 에너지신산업과장은 “중소기업 주도형 ESS 시장 조성에 힘쓸 방침”이라며 “ESS 시장 확대를 위해 REC가중치를 2017년 이후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ESS 설치에 따른 세제 지원 방식으로 기업 참여형 사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최근 ESS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 사업을 소개해 주목 받았다. 납축전지 위주 UPS 시장에 리튬이온 전지 기반 UPS 시장 개척 사례로 ESS 성능까지 지원하는 신개념 사업 모델이다.
삼성SDI는 납축 배터리 단점을 리튬이온 배터리로 극복한 강점을 살려 금융권 전산센터 시장 진출 사례를 소개했다. 배성용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부장은 “데이터센터 장치 용량이 100㎸A일 때 납축전지는 200Ah 용량이 필요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67.5Ah 용량이면 충분하다”며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UPS설치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 UES(UPS+ESS 합성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레독스플로 배터리 사업 전략을 처음 소개했다. 지난 2013년 미국 ZBB에너지와 제품 개발 계약을 맺은 후 최근 독자적 스택 기술을 개발했다. 곧 국내 첫 양산형 ESS도 출시할 예정이다.
강태혁 롯데케미칼 전문연구위원은 “외국 기술을 국산화해 화학적 배터리 위주 ESS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며 “최근 자체 실증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양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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