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정부가 도심지역 캠퍼스에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소형전력망)를 구축하고 소규모 전력망 기술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는 17일 서울대에서 문재도 산업부 제2차관, 성낙인 서울대 총장, 한재훈 LS산전 사장, 황진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등 산·학·연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착수식을 가졌다.
마이크로그리드란 특정 지역 안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구축한 소규모 전력망이다.
특히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열병합발전·연료전지 등 분산형전원을 자체 발전원으로 이용하고 수요자는 스마트미터와 같은 최신기기를 이용해 에너지사용을 효율화하면서 전력망(그리드) 관리자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에너지솔루션을 이용해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전체를 관리하는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큰 미래형 에너지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제주 가파도와 전남 가사도와 같이 육지의 전력계통과 분리된 도서지역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왔으나 도심지역 캠퍼스에 설치·운영되는 사례는 서울대가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에 대한 연구·실증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학 캠퍼스와 같은 지역 단위에서 태양광패널, 열병합발전설비, 축전기 등을 이용,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며 에너지비용을 절감하는 성공적인 모델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2020년까지 약 2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캠퍼스를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전체 시장의 4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13.5MW 가스터빈 2기, 3MW 증기터빈 2기, 1.2MW 태양광설비를 통해 전기부하의 85%, 냉난방부하의 95%를 자체시설로 충당하는 등 연간 800만달러의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뉴욕대의 경우 13.4MW 열병합발전(5.5MW 가스터빈 2기, 2.4MW 스팀터빈 등)을 구축하고 허리케인 Sandy 재난상황때 마이크로그리드 독립운전 테스트를 지난 2012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연간 500~800만달러 규모의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를 불러왔다.
또한 일본 나고야 츄부대학은 전체 40개 건물(18만m²)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적용하고 태양광발전, 축전지, 가스 열병합발전시스템 등을 구축해 전력사용량의 15%를 절감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병원, 연구동, 도서관, 기숙사 등 다양한 용도의 225개 건물로 구성, 전력소비량이 국내 최대이며 다양한 형태의 전력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어 에너지사용 효율화와 소비 절감을 위한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 전기요금은 약 183억원에 사용량은 15만2,031MWh로 송파구 롯데월드(11만2,402MWh)보다 높은 수준이다.
산업부는 이번 서울대 실증사업을 통해 건물의 사용전력, 온도, 습도, 환기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기존 전력망에서 공급받은 전력과 함께 태양광·전기자동차(V2G) 등 분산형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자체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 가격이 비싼 시간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사업이 완료되는 2019년부터 바이오연구동 등 일부 건물은 지진·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외부 전력공급이 끊기더라도 4시간 독립운전이 가능하며 서울대 전체 전기요금의 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절감된 전기요금은 재투자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거나 저효율 냉난방기와 같은 노후 설비 교체를 통해 서울대의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게 된다.
이번 실증사업을 위해 정부와 참여기업은 2019년까지 총 18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성하는 운영시스템, 빅 데이터 분석, 수요반응, 에너지 절감기술, 에너지 소비 행태 등을 체계적으로 실증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마이크로그리드 구성요소와 시스템 분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골고루 참여해 에너지 신산업분야 국내 관련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에도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재도 차관은 “에너지신산업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에너지신산업분야의 기술과 혁신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하다”라며 “마이크로그리드는 에너지신산업, 에너지 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에너지혁명의 핵심요소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자 주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산업부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에너지신산업 창출과 발전의 진정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개발, 인프라 보급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전기수요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요관리 사업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앞으로 마이크로그리드 구축과 운영과정에서 적극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소규모 전력망의 고장진단 및 수요반응 기술, 다양한 마이크로그리드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상이한 분산형 전원을 조화롭게 가동시키는 기술 등을 적극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능형전력량계(AMI), ESS 등 에너지신산업 핵심요소의 보급도 향후 구축될 마이크로그리드와 연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