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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상용 전기차 '아이미브'를 타보니...

인산철뱅크 2009. 7. 24. 13:57

전기차는 ‘친환경차의 해답’으로 일컬어지는 차세대 자동차의 집약체다.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에 도전하고 있으나 적어도 올해 7월 이전까지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그런 차를 세계 최초로 미쓰비시가 상용화한 차가 바로 ‘아이미브’다. 지난 16일 미쓰비시 강남 전시장에서 마주한 아이미브는 예상대로 크기가 매우 작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미쓰비시의 경차 ‘i(아이)’를 베이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아이미브의 실제 성능이 어떤지 궁금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서울 송파구의 미쓰비시 서비스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미브를 타고 주변 도로를 돌기로 했다.

전기차라고 해서 딱히 새로운 주행 기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미브는 일본 법인 판매용 내수모델만 나온 상태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점이 낯설다. 자동기어라 변속에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깜박이가 오른쪽에, 와이퍼 스위치가 왼쪽에 있다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시동키를 돌리면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고, 곧이어 ‘Ready’라는 글자가 켜진다.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이 상태에서 소음은 거의 없다. 너무 조용해 시동이 걸렸는지는 계기판을 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이후에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만 번갈아 밟으면 된다. 가속력은 기대이상으로 상당히 뛰어나다. 날쌘 몸놀림의 비결은 차체 중량(1080kg)에 높은 토크(18.3kg·m)를 내는 전기모터다. 기아 뉴모닝이 897kg의 무게를 9.2kg·m의 토크로 이끄니, 아이미브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2.0 가솔린 승용차의 토크와 맞먹는 이 모터는 웬만한 준중형차보다 훨씬 더 빠른 느낌이다. 그런데 이 빠른 느낌이 ‘팍팍’ 다가오지는 않는다. 가솔린이나 디젤 같은 내연기관처럼 ‘팍’ 터지는 느낌이 없고 일직선을 그리듯 일정하게 속력이 빨라진다. 전기모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급가속 때는 엔진 소음 대신 전기 모터 특유의 ‘윙’하는 가속소음이 들려온다. 동승한 후배기자는 약간 시끄럽다고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기어는 D 드라이브 외에 경제 운전을 위한 에코(ECO) 모드, 엔진 브레이크 사용을 위한 B 모드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에코 모드를 쓰면 전력 사용이 줄어들지만 가속력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빠른 속도에 비해 주행안정감은 경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145/65R14 사이즈의 경차용 타이어를 장착한 탓에 좌우 방향 전환 때 약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에너지 절감형 던롭 타이어를 달고 있는데, 1인치 큰 휠 사이즈에 광폭 타이어를 달면 좀 나아질 듯하다.

이 차에 흐르는 전기는 330V.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는 ‘혹시 이 차 타다가 감전되는 것 아냐?’ 하는 걱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쓰비시는 이에 대비해 누진센서, 어스단자 부착케이블, 커넥터 단자 접촉 금지 등 ‘3중  안전대책’을 마련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충전할 때는 전기 코드를 직접 만져야하므로 걱정이 되는 게 사실. 이에 대해서도 미쓰비시는 차체에 누전 차단 시스템이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만약 폭우가 내려 물이 잠긴 도로를 지나더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수심 30cm까지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아이미브는 기존 내연기관차처럼 소모품을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 엔진이 없으므로 오일을 갈아줄 필요도 없고 오일 필터나 에어클리너 교환도 필요 없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 열을 이용한 히터 작동이 불가능하므로 별도의 히터를 돌리기 위한 냉각수가 들어간다. 이는 전기모터를 냉각하는 냉각수와는 별개의 것이다. 히터 작동 때는 전력소모가 늘어나는 게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차이점이다.

미쓰비시의 배터리 보증기간은 5년. 실제 수명은 10년까지라고 하니, 일반적인 교체 주기로 볼 때 큰 비용은 안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쓰비가 정확한 배터리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유지 보수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넓다. 이는 모터와 인버터, 전지, 충전기 등 전기차의 핵심부품을 차량 바닥에 깔은 덕분이다. 리튬 이온 전지 1개의 모듈은 4개의 셀로 구성돼 있으며 22개의 직렬 모듈을 납작하게 만들어 차체 바닥에 장착했다.

아이미브는 일본에서 법인 판매가 시작됐는데, 상용화가 가능했던 이유를 이번 시승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관건은 충전소의 보급 확대다. 현재 도쿄에도 약 일곱 곳 정도의 급속 충전소가 있지만 넓은 도쿄지역을 감안하면 충분한 숫자는 아니다. 미쓰비시 최문환 대리에 의하면 일본은 편의점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무공해 자동차의 패권은 전기차와 수소연료차, 이 두 가지가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차는 충전소 인프라 건립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수소의 폭발 위험성 때문에 충전소 위치 선정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기차는 충전소 건립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 200V 가정용 전기로 7시간이면 완충되며,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80%의 용량이 충전된다. 100% 충전까지는 이와 비슷한 시간이 또 들어가므로 완충까지는 약 1시간이 들어가는 셈이다.

일본에서의 전기요금 기준으로 아이미브는 가솔린차의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같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또한 심야 요금을 이용하면 9분의 1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한달 내내 4800km를 달릴 경우 전기사용량이 10만7210원(한국전력 주택용 기준, 누진세 적용) 정도 들어간다. 이는 가솔린 연료가 1리터당 1700원이라고 볼 때 62km/ℓ의 연비로 볼 수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내년 4월이면 아이미브를 만날 수 있다. 가격은 세금 지원을 받을 경우 250만~320만 엔 수준. 우리 돈으로 3340만~4270만원이니 아직은 비싼 편이다. 아이미브는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춘다면 충분히 가솔린차나 하이브리드카를 대체할 만한 성능을 갖췄다.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전기차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하겠다.

친환경차에 대한 미쓰비시의 도전은 아이미브로 끝나지 않는다. 곧 ‘플러그 인’ 기술을 접목한 아웃랜더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이미브는 한국 실정에 맞는 왼쪽 핸들차를 내년 하반기쯤 양산할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전기차 관련 법규가 국내에 마련된다면 한국 소비자들도 만나볼 수 있다.

미쓰비시 아이미브(i MiEV)
레이아웃-------리어 모터, 뒷바퀴 굴림, 4도어, 4인승 해치백
모터----- 영구 자석식 동기형 모터, 64마력/18.3kg·m
길이×너비×높이-3395×1475×1600mm
타이어 앞, 뒤---모두 145/65R14
최고 시속, 항속 거리----130km/h, 16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