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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배터리 '굴기'

인산철뱅크 2017. 3. 6. 12:33

韓·日 몰아내기 거액 보조금

정혜민 기자 입력 2017.03.06 11:06 수정 2017.03.06 11:12 댓글 55中 정부, 외국기업 활동 제한해 中 기업 육성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BYD 로고. © News1 류종은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굴기(崛起)를 꿈꾸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배터리 업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배터리 업계를 지배했던 한국과 일본 등의 경쟁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외국 경쟁사들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국 배터리 사업을 육성 중이다. 지난 2012년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은 BYD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전기차 및 전기버스 생산업체가 됐다. FT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가 중국의 파나소닉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주말 중국 정부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들의 해외 투자도 독려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최소 10년간은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먼삭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시장이 4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며 중국이 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봤다. 현재 중국에는 전기차 100만대가 보급됐는데 2020년까지는 그 규모가 500만대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ATL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7.6기가와트에 달한다. CATL은 2020년까지 기가팩토리를 능가하는 생산 설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가팩토리는 지난달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합작해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다.

CATL의 닐 양 마케팅 이사는 "일본과 한국 기업을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리튬 배터리 업체 10곳 만이 살아남고, 업체 세 곳이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981년 일본 소니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이후 198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이 배터리 업계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이들을 따라잡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부터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리튬 배터리 생산기지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파나소닉을 BYD와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바짝 뒤쫓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굴기에는 중국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막으면서 동시에 중국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LG화학은 난징에 배터리 공장을 열었다. 같은 해 삼성SDI가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면서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시장(중국)에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1년 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배터리 판매가 허가된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외국계 기업은 단 한 곳도 속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BYD와 CATL만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했다.

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지는 강점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 기업들은 코발드부터 리튬까지 여러 광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리튬이온 공급 체인을 구축했다. 이는 비용 감축에 효과적이다. 올해 간펑리튬배터리화학은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 지분 19.9%를 인수했다. 앞서 지난해 티앤치리튬은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의 지분 2.1%를 매입했다.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CATL의 연구개발 담당 직원만 해도 1000여 명에 이른다. 골드먼삭스는 지난 1월 CATL이 배터리 관력 특허 2000건 이상을 보유 중이라면서 "생산 품질 면에서 해외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CATL의 양 이사는 테슬라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ATL는 이미 GM, 폭스바겐, BMW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핀란드 자동차 부품업체 발멧오토메이션 지분을 22% 인수했다. CATL은 또한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양 이사는 "그것은 먼 미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