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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전지 혁신 기업 24M테크놀로지…

인산철뱅크 2017. 1. 3. 10:46

생산비 줄이고 가격 낮춘 ‘고체 전지’ 개발

리튬이온전지 가격 ㎾당 200~250달러 수준에서 100달러 안팎으로 낮춰
‘배터리 혁신 기업’ 도약 앞장선 리튬이온전지 권위자 옛밍 치앙 MIT 교수

 

·         김경민 기자    수정 : 2016.12.30 11:17:45

하버드대, MIT(매사추세츠공과대) 등 미국 동부 명문대학이 몰려 있는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지역. 2016 12월 초 방문한 24M테크놀로지(이하 24M) 본사는 MIT 인근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았다. 건물 1층 입구엔 주소 130번지를 뜻하는 ‘130’이란 문구만 덜렁 있을 뿐 흔한 회사 간판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딱딱한 이미지의 배터리 제조기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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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배터리 생산시설에 들어서자 24M만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사무실 곳곳에 배터리테스트연구실(Battery Testing Lab), 배터리에이징룸(Battery Aging Room), 드라이룸(Dry Room), 포일패키징룸(Foil Packaging Room) 등 배터리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시설을 갖춰놨다

배터리에이징룸에선 마치 거대한 냉장고 같은 시설이 ‘윙윙’ 소리를 내며 배터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곳은 주변 온도 변화에 따라 배터리 수명이 얼마나 달라질지 점검하는 연구실이다. 배터리테스트연구실 역시 배터리를 비정상적으로 충전, 방전시키는 등 갖가지 실험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현장을 둘러보니 마치 기업 연구시설이 아닌 대학 실험실 같은 느낌이 든다. 수많은 연구실이 저마다 배터리 기술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을 안내한 제임스 웨스트하퍼(James Westhafer) 24M 프로젝트마케팅 팀장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제품이 나오기 전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품질을 점검한다. 한때 배터리 연구시설 규모가 465㎡에 불과했지만 생산 물량이 늘고 각종 연구, 실험실을 두다 보니 3252㎡로 7배가량 커졌다. 뉴욕 같은 대도시 도심이 아닌 한적한 케임브리지 지역에 사무실을 둔 건 주변 대학 이공계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24M테크놀로지 본사에 위치한 배터리연구실 모습.


24M 배터리 시장 주목 끄는 이유 

▷㎿h당 생산비용 87000달러로 낮춰 
24M
은 한국인에겐 낯설지만 ‘리튬이온 전지의 권위자’ 옛밍 치앙 MIT 재료과학 교수가 설립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한동안 노트북, 휴대폰에는 니켈카드뮴 전지가 사용됐지만 옛밍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04년 니켈카드뮴 전지보다 작고 얇아진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해냈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 전극에 인산철 입자를 도핑, 전기 전도율을 높인 덕분에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었다

리튬은 가벼운 금속원소인 데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시간이 지나 사용하지 않아도 전기가 줄어드는 현상, 즉 ‘자가방전’이 적고 수명도 꽤 길어서 배터리 시장 표준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리튬이온 전지 개발자인 옛밍 치앙 교수는 24M을 통해 또다시 배터리 기술 혁신에 나서는 중이다

글로벌 연구기관에선 이미 24M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24M은 미국 MIT테크놀로지리뷰가 2016 6월 선정한 ‘세계 50대 혁신 기업’에 꼽혔다. 미국 신재생 분야 컨설팅 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4M을 ‘2016 신에너지 개척자(New Energy Pioneer)’로 선정했다. 일명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인 ‘2016년 기술 개척자’로 24M을 꼽을 정도다

신생 스타트업 24M이 세계 배터리 시장 주목을 끈 건 혁신적인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한 덕분이다

현장을 소개하기 전 제임스 웨스트하퍼 팀장은 기자에게 리튬이온 전지 실물 모델을 하나 보여줬다(사진 참조). 대략 휴대폰 화면 크기 정도로 24M 로고가 박혀 포장된 전지는 마치 찰흙처럼 앞뒤 좌우로 쉽게 구부러졌다. 맨 위쪽에는 음극, 양극 표시가 나 있다. 이게 바로 24M이 개발한 ‘부분 고체화(SemiSolid), 즉 반고체 리튬이온 전지 모델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이 오가며 충전, 방전을 반복한다. 일반 리튬이온 전지 내부를 열어보면 마치 페이스트리처럼 얇은 막이 층층이 쌓여 있다. 다시 말해 얇은 전극판을 여러 겹 쌓아서 말아놓은 형태로 만든다. 이렇게 얇은 층을 쌓기 위해선 갖가지 원재료가 들어가고 코팅과 건조, 절단, 전극 필름 압축 등 수많은 과정이 필요해 비용도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24M이 개발한 배터리 구조는 간단하다

얇은 전극판을 겹겹이 쌓는 게 아니라 특수 물질을 액체 전해질에 섞어 끈적이는 반죽 같은 전극을 만든다. 굳이 얇은 막을 층층이 쌓을 필요 없이 양극, 음극의 두 가지 셀을 분리 생산해 샌드위치처럼 하나로 붙이면 배터리가 쉽게 완성되는 형태다(그림 참조). 일반 리튬이온 전지보다 생산 공정을 대폭 단순화시킨 것. 이를 통해 같은 크기의 배터리보다 에너지 저장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됐다

“보통 리튬이온 전지는 물기 있는 전해질을 사용해 코팅, 건조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당연히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신소재를 넣은 전해질을 사용해 촉촉한 상태에서 코팅, 건조, 절단하는 과정을 없앴다. 배터리 셀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가도록 한 뒤 전해용액을 바르고 포일을 입혀 레이저 스캐닝하면 끝난다. 단 한 번 전극에 코일을 입히는 간단한 방식으로 몇 초 만에 전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크리스토퍼 캠벨(Christopher Campbell) 24M 수석마케팅책임자(CMO) 얘기다

덕분에 배터리 생산 효율이 많이 높아졌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하려면 최소 20만제곱피트(18581)가량 대규모 시설이 필요했다. 코팅과 건조, 절단, 전극 필름 압축 등 생산 과정마다 거대한 장비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4M 전지는 이런 과정이 불필요해 1만제곱피트(929)면 같은 양의 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 그만큼 생산 효율을 대폭 높였다는 의미다

덩달아 배터리 생산비용도 줄었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 생산비용은 ㎿h 30만달러지만 24M 제품은 87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캠벨 CMO는 “24M의 배터리 생산 기술을 이전받으면 회사 공장 인근 소규모 자투리 땅에도 얼마든지 리튬이온 전지 공장을 세울 수 있다. 리튬이온 전지를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하고 싶은 기업 입장에선 굳이 전지 생산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물류 걱정도 덜게 되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면 비용,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24M 기술로 생산하는 리튬이온 전지 가격은 일반 전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 가격은 ㎾당 200~250달러 수준이지만 24M 100달러 안팎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일례로 전기자동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자동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24M 배터리를 활용하면 전기차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24M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반고체 리튬이온 전지. 딱딱하지 않고 마치 찰흙처럼 쉽게 구부러지는 형태다.


▶배터리 기술 혁신은 ‘현재진행형’ 

▷전기차·ESS 등 쓰임새 무궁무진 
24M
은 현재 배터리 기술 관련 18개 특허 출원을 받았고, 추가로 80개 특허 출원을 기다리는 중이다. 본사 내부에 연구시설이 있지만 2017년 완공을 목표로 MIT 인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배터리 규모를 키우거나 줄이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는 게 24M 측 얘기다



기술력이 탄탄하다 보니 24M은 일찌감치 미국 에너지자원국, 신에너지개발계획국(ARPA-E) 등 각종 정부기관으로부터 R&D 지원을 받아왔다. 2016 6월엔 미국 전기차개발컨소시엄(USABC) 700만달러가량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USABC는 미국 에너지국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가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할 고성능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 그해 10월엔 미국 NEC에너지솔루션과 대규모 반고체 리튬이온 전지 공급계약을 맺을 정도로 납품처를 점차 늘리고 있다

물론 24M LG화학, 삼성SDI 같은 일반 전지 생산업체와는 다르다. 크리스토퍼 캠벨 CMO는 “우리는 혁신적인 전지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지 단순한 전지 생산업체가 아니다. 우리 기술을 원하는 업체가 있으면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혁신적인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했지만 24M 연구진은 지금도 새로운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는 중이다. ‘더 나은 에너지 미래를 위한 저렴한 비용의 배터리(Ultra-Low Cost Batteries For A Better Energy Future)’라는 24M의 비전이 현실로 다가올지 글로벌 업계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인터뷰 | 크리스토퍼 캠벨 24M 수석마케팅책임자(CMO) 

다양한 형태의 고효율 배터리 등장할 것 




Q 차세대 배터리는 어떤 형태로 진화할까. 
A 
앞으로는 생산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인 소규모 배터리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전자기기 규모가 갈수록 작아지는 만큼 배터리 역시 소형화되는 추세라 기술력이 중요하다. 딱딱한 형태가 아닌 자유롭게 휘어지는 배터리 등 다양한 혁신 제품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Q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 후유증이 크다. 
A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발화 사고를 낸 건 그만큼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 배터리 제품이 나오기 전에 겹겹이 쌓인 내부 구조를 다양한 방식으로 꼼꼼히 검증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 과정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내부 층이 비틀어지게 쌓이면서 폭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례다

Q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의 경우 생산 규모는 크지만 기초 기술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A 
두 회사는 세계 배터리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조언하긴 조심스럽지만 지금처럼 생산 규모만 늘리면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대신 ‘실리콘앨리’가 뜬다 

위워크·와비파커 등 스타트업 창업단지로 인기 
미국 소프트웨어(SW) 산업 중심지이자 ‘스타트업의 요람’ 하면 단연 캘리포니아주 서부 ‘실리콘밸리’가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동부 ‘실리콘앨리(Silicon Alley)’가 신흥 스타트업 창업단지로 주목을 끌고 있다

실리콘앨리는 실리콘밸리와 뒷골목을 뜻하는 앨리(Alley)의 합성어. 뉴욕 맨해튼 서남부 지역의 스타트업 창업단지를 일컫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뉴욕 경기가 침체를 겪자 중소기업들이 맨해튼의 빈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실리콘앨리가 형성됐다

IT
기술을 강조한 실리콘밸리와 달리 실리콘앨리에는 금융, 패션, 유통, 예술,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중이다. 2015년 말 기준 실리콘앨리 스타트업 수만 7000개를 넘고 일자리는 1만여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 ‘위워크(WeWork), 온라인 안경 판매사업으로 유통 혁명을 불러온 ‘와비파커(Warby Parker)’ 등이 실리콘앨리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실리콘앨리가 자리 잡은 건 뉴욕시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뉴욕시는 실리콘앨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사무실 임대료와 세제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5000만달러 규모의 ‘혁신 벤처캐피털 기금’까지 조성하며 스타트업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뉴욕시 벤처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2009~2013년 뉴욕시의 벤처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3.3%로 실리콘밸리(6.4%)를 한참 앞섰고 최근에도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한태식 코트라 뉴욕무역관 팀장은 “뉴욕은 미국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 금융, 문화 중심지로 다양한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최근엔 실리콘앨리 벤처캐피털 투자 성장세가 실리콘밸리를 추월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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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미국) =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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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9·신년호 (2017.01.01~01.0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