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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에너지자립섬 사업으로 보는 신재생에너지의 미래

인산철뱅크 2015. 10. 14. 10:46

경제성 높은 곳에서부터 기술력을 높인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 입력 2015년 10월 12일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며 외국에 에너지 대부분을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자립은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일부 지역으로 한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가 2013년에, 전라남도 진도군 가사도가 2014년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에너지 자립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울릉도가 ‘에너지 자립섬’을 내세우며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완전한 에너지 자립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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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인 ‘울릉도 친환경에너지자립섬(주)’ 창립기념식을 열며 울릉도 에너지자립섬 조성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전력과 경상북도, 울릉군, 엘지씨엔에스(LG CNS), 도화 엔지니어링 등이 출자해 설립한 울릉도친환경에너지자립섬(주)이 총사업비 3,902억 원을 투자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울릉도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울릉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자립섬이 된다.


릉도 2020년 에너지 자립!

울릉도 친환경에너지자립섬 조성사업은 기존의 디젤발전 중심의 전력공급체계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다. 울릉도는 전력생산원을 종래의 디젤발전에서 태양광, 풍력, 소수력, 지열과 연료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융합한 정보통신기술(ICT)로 전력공급망을 구성하여 신재생에너지 100%로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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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육지가 아닌 섬에서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는 것일까.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에 있다. 많은 나라가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 기존의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선뜻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데 섬은 육지와 달리 전기 생산비용이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다도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해와 남해에 수많은 섬들이 있다. 이들 중 많은 섬은 전기가 육지와 연결되지 못해 섬 자체에 설치한 소규모 디젤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육지에서 생산하는 비용에 비해 보통 5배가 넘으며 주민수가 적은 섬은 10배가 넘기도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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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섬 지역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디젤발전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전력소비량과 발전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면 전력생산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이와 같이 소규모 지역에서 에너지저장장치와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전력소비량과 발전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마이크로그리드라고 한다. 매우 작은(micro) 규모의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제주도 구좌읍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만들어 기술 개발을 마칠 정도로 마이크로그리드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에서 디젤발전을 대신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로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에 성공했다. 가파도는 첫 번째 신재생에너지 자립섬인 셈이다. 다만 가파도에서는 전력소비량과 발전량을 사람이 직접 파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완전한 형태의 마이크로그리드를 이루지는 못했다.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두 번째 에너지자립섬인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 2014년 10월 가사도에 국내 최초로 전력소비량과 발전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적용해 두 번째 신재생에너지 자립섬을 만든 것이다. 가사도에 적용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전력 상태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상황에 맞도록 수시로 전력 공급량을 조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가사도 본도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유인도인 혈도는 태양광 발전, 그리고 나머지 섬들은 각 가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가사도는 본도와 유인도 6개로 구성돼 있으며, 167가구 29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기술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가사도에서 확보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현재 서해와 남해에서 추진되는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웅진군의 백아도와 덕적본도, 전남에서는 18개 섬에서 적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200여 개 섬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최근 포함된 곳이 바로 울릉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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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육지와 전력이 연결되지 않은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여의도의 9배에 달하고 1만 여명의 주민이 거주할 뿐 아니라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붐비는 곳이고, 자연히 전력 수요량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전력소비량 증가폭도 가파른 편이다. 그런데도 울릉도에서 사용하는 전력 중 95%가 디젤발전기로 생산되어 발전비용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다 보니 발전 비용으로 매년 19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매연과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자연환경 훼손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울릉도가 울릉도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도 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묘책으로 내놓은 계획이 바로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이다. 울릉도는 2017년까지 섬 전체 전력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1단계 사업을 통해 태양광, 풍력, 소수력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 공급을 위해 지열발전소 등을 도입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계획을 보면 지열 발전에 대한 의존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는 울릉도가 가진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한반도는 대부분 고생대 지층 위에 있어 안정된 상태이나 포항과 울릉도 등 동쪽 일부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생대 지층 위에 있다. 그래서 땅을 파고 들어가면 충분한 지열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울릉도는 면적이 좁아 넓은 부지가 필요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경쟁력이 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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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에 꼭 필요한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를 작동시키려면 충분한 수소가 필요한데 울릉도에서 수소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육지에서 가져다 써야 한다. 이래서는 완전한 에너지 자립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울릉도에 설치되는 20MW급 연료전지는 실증용으로 사용되고 추후 기술 발전에 따라 육지에서의 공급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종류의 전지로 교체할 예정이다.

 

울릉도를 통해 에너지 자립의 꿈을 세계로 펼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섬 정책은 녹색섬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녹색섬(Green Island)’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섬으로 세계 최초의 녹색섬은 덴마크의 삼소섬이다. 이 섬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한 지 10년 만에 에너지 자립에 성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소섬은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100% 생산하고, 난방의 70%는 태양에너지와 바이오매스로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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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삼소섬의 성과를 토대로 2050년까지 화석연료와 원자력 사용을 제로(0)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열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나라 전체의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도 덴마크의 삼소섬처럼 에너지 자립에 대한 꿈을 키우고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울릉도를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으로 구축해 사업실적을 확보하면 외국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릉도를 통해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에너지원에 대한 자체 기술뿐만 아니라 전력소비량과 발전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며 이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 기술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 꼴찌일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기술 자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를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시대, 저탄소 에너지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