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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도의 ‘탄소배출 제로’ 청사진에 주목하는 이유

인산철뱅크 2015. 10. 12. 09:12

입력 2015-10-08 

제주특별자치도가 어제 LG그룹, 한국전력공사와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서 5월의 제주도·LG그룹 양자 간 MOU에 국가 기간전력망 사업자인 한전이 가세해 전망을 밝게 한 것이다. ‘바람으로 전기차가 달리는 제주’를 실현하겠다는 대망의 프로젝트다. 기대감이 작을 수 없다. 

장기 목표는 2030년까지 모든 동력을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로 100% 전환해 ‘탄소 없는 섬’을 만드는 것이다. 갈 길은 물론 멀다. 내년엔 ‘에코 타운’이 구축된다. 신재생에너지 완결형 마을이다. 총체적 사업의 축소판인 에코 타운은 풍력으로 발전된 전력을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 쓰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저장과 전기차 인프라를 정보통신기술(ICT)로 실시간 제어한다. 여기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세계적인 에너지 자립 섬 사업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청사진이 주목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설혹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완수되면 제주도는 천혜 자연과 첨단 무공해 기술이 어우러지는 미래형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전력을 내륙에서 끌어다 쓰는 에너지 종속도 탈피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일자리도 대거 창출된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기차 확대 3단계 중 1단계에서만 5만여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커지는 시대 조류를 감안하면 관광자산 가치도 몰라보게 커지게 마련이다.

국가경제 차원의 기대 이익도 크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전기차 산업 역량부터 크게 강화될 것이다. 앞으로 제주도에서 전기차 수요가 대량으로 생긴다면 국내 관련 업계는 이미 한발 앞선 선진국 경쟁 업체들을 한결 손쉽게 추월할 수 있다. 자동차의 유달리 큰 산업연계 효과로 미루어 경제성장과 일자리에 미칠 영향 또한 작지 않을 게 뻔하다.

대한민국은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들어선 국가다. 엊그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신임 의장으로 이희성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대견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대응에 모범을 보일 국가적 책무가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탄소배출 제로’ 청사진은 더할 수 없이 적절한 출구다. 제주도만이 아니라 중앙정부도 각별히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한다. 청사진이 아니라 결연한 실행이 중요하다.


“2030년엔 탄소없는 청정 제주” 3각 동맹

박형준 기자

입력 2015-10-09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제주도, 한국전력공사, LG가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현회 ㈜LG 사장, 원희룡 제주지사, 조환익 한전 사장(왼쪽부터)이 양해각서(MOU) 협정문을 들고 있다. LG그룹 제공내년이면 제주에 ‘에코 타운’이 들어선다. 이곳에선 전기자동차가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 매연이 없다. 바람 많은 제주의 특성을 살려 풍력으로 전기를 만든다. 태양광발전도 한다.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모아놓기 때문에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에코 타운에선 집도 현재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에너지 고효율 건축자재를 사용해 집을 짓고, 태양광발전시스템도 기본적으로 갖춘다. 개별 가정은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거리에는 환경에 따라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 가로등이 설치된다. 이 가로등은 방범 폐쇄회로(CC)TV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에코 타운의 범위가 제주 전체로 넓어진다. 제주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를 100% 이용하는 ‘탄소 없는 섬’으로 바뀌는 것이다. 
제주도와 한국전력공사, LG는 이 같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첫걸음으로 3자는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서 5월 제주와 LG가 MOU를 맺은 데 이어 이번에 한전까지 가세한 것이다. 

한전은 현재 가파도를 비롯해 가사도, 울릉도 등 국내 도서지역에서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조성 및 ESS에 대한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가 기간 전력망 사업자인 한전의 가세로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MOU 체결을 계기로 3자는 사업을 전담할 민관 합동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 글로벌 에코 플랫폼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는 에코 타운을 구축하기로 했다. 에코 타운에는 1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당 1.5MW(메가와트) 규모의 ESS가 설치된다. 야간에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 주간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에코 타운 입지는 아직 미정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이 사업에 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도 연계하고 제주 내 중소기업에도 다양한 사업 기회를 줄 예정이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이번 사업에 참여해 경험을 쌓게 되면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LG전자는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고,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ESS를 만들고 있다. LG CNS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구축했다. 각 계열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LG는 이번 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맡게 됐다. 

지난해 LG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2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2017년엔 4조 원대 후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