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기업 주식 한방에 몇억씩 샀더니 수익이 감춰진 자산 팔아 막대한 이익 남기기도 | |
기사입력 2012.08.14 |
상장폐지 결정으로 정리매매에 들어간 종목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큰손투자자가 종종 등장해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이른바 `폭탄돌리기`를 통해 단기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있지만 휴지조각이 예상되는 주식을 의무 신고 비율인 5%를 넘게 매입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1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궁득수씨는 지난 10일 상폐 결정으로 정리매매 중이던 금강제강 주식을 약 1억5000만원을 들여 20.65%(140만2500주)를 매입한데 이어 13일 7만7500주(1.14%)를 685만원으로 추가 매수해 보유 주식을 148만주(21.79%)까지 늘렸다.
남궁 씨 이외에도 큰손 개인투자자들이 상폐 종목의 주식을 사모으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유는 뭘까.
먼저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 큰손들의 관심이 쏠린다. 금강제강처럼 만기어음을 막지못해 최종 부도처리된경우 정리매매 과정에서 회사 지분을 싸게 인수한뒤 경영권을 확보하고 자산을 팔아 부채를 정리한 다음 회사를 다시 살릴수 있다는 것이다.
남궁 씨도 금강제강이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자산주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다시 회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매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성공한 투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 처리된 대부분의 회사의 경우 이미 내다팔 자산이 없거나 이미 담보로 제공된 게 부지기수다. 또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채보다 숨겨진 빚이 많아 자금만 쏟아붓고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예기획사였던 A사의 경우 상폐 당시 시가총액이 10억원을 밑돌았다.
총 주식의 50%를 매입할 경우 5억원으로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을 타 기획사로 트레이드시켰다. 연예인들에게 지급된 계약금도 자산으로 잡혀 있는데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금의 10배까지 수익을 냈다는 것.
세 번째는 대주주와의 사전 조율이다.
보통 대주주들들은 액면가 500원에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리매매 기간에 제3의 투자자를 활용해 지분 매입 공시 등으로 반짝 급등하면 실명과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팔아 손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와 제3의 투자자간 사전 조율과 수익 배분이 약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차익만 노린 투자자다.
정리매매 주식을 차명으로 싼 가격에 매입한 뒤 지분 공시를 통해 회생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 보통 상폐 종목이라도 `폭탄돌리기` 종목으로 탈바꿈한다. 이 때 가격제한폭이 없어진 틈을 타 주식을 팔아 치우면 일단 원금과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분 매입 공시를 한 물량은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과 협의해 재매각할 수도 있고 기존 대주주를 압박하는 도구로 쓸 수도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정리매매 종목만 집중 투자하는 세력들도 있는 만큼 개인들은 상폐 종목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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