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새 패러다임..전세계 업계 총력전
현대기아 '그린카 4대강국' 목표로 4조원 투입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그린카 개발을 위한 사실상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친환경디젤차 등 고연비 친환경을 특징으로 하는 그린카가 아니면 더 이상 업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성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메이저 업체들이 이런 친환경차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제반 여건은 무르익었다. 고유가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미국을 위시한 각국 정부는 연비규제를 급격히 강화하고 있으며, 그린카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은 확산일로에 있다.
'친환경'은 이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고 친환경차 개발 경쟁은 눈앞의 현실이 됐다는 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한다. 수년 전 일본의 도요타가 높이 든 기치를 지금은 모두가 앞다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대기아차가 선봉에 섰다. 가솔린 하이브리드차 개발에서 도요타보다 한발 늦었던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LPG를 연료로 하는 LPi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개발, 독자적인 기술로 국산 친환경차 시대를 열었다.
◇ 그린카 경쟁..'전쟁은 시작됐다' = '2012년 하이브리드차 연 100만대 판매, 2020년 전 모델 하이브리드차 개발'(도요타), '2010년 전체 판매의 10% 하이브리드차, 2015년 50만대 판매'(혼다), '2012년까지 총 16종의 하이브리드차 출시'(GM)...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청사진이다. 2007년 하이브리드차가 전 세계적으로 52만대가 팔린 이후 지금까지 각 업체는 급격히 늘어나는 하이브리드차 수요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내년부터 영국에서 '오리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한다.
1997년 일찌감치 첫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 1세대를 출시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도요타는 지난 5월 신형 프리우스 시판을 개시한 이래 지금까지 총 25만대의 주문을 받았다. 지금 계약해도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에게도 '시빅 하이브리드'로 친숙한 혼다는 지난 4월 하이브리드 차량인 '인사이트'가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으며, 조만간 인사이트로 한국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닛산은 자체 기술을 개발해 2011년 미니밴 '세레나'의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며, 마쓰다는 도요타와 기술 제휴를 통해 2013년부터 연간 1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차가 대중화되면서 100% 전기로만 달리는 전기차의 상용화 경쟁도 앞당겨지고 있다.
미쓰비시가 지난 6월 '아이미브'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이자, 닛산은 2012년까지 일본은 물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자동차 '리프(LEAF)'의 생산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GM은 내년에 내놓을 전기차 시보레 볼트가 부활의 신호탄을 날려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유럽의 메이커들은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억제한 '친환경 디젤'이나 '디젤 하이브리드'로 승부하고 있다.
독일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엔진이 고압의 분사 연료를 완전연소에 가깝게 소모, 각종 유해 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특수 필터를 통해 미세 입자까지 걸러줘 저소음, 저진동까지 실현한 친환경 엔진을 대부분의 디젤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또 프랑스 푸조는 2011년 디젤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목표로 지난 5월부터 엔진 생산에 들어갔으며, 스웨덴의 볼보는 2012년 초부터 플러그인 방식의 디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 '그린카 4대강국' 노리는 현대기아차 = 최근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세계 메이저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그린카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 초 현대차가 첫 국산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데 이어 기아차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잇따라 국내 시장에 내놓아 국산 친환경차 시대를 열었다.
2천400억∼2천5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현재 휘발유 가격의 절반 수준인 LPG 연료를 사용하는 LPi 하이브리드의 특성상 휘발유 1ℓ를 주유할 수 있는 1천600원으로 약 38km를 주행할 수 있다.
LPG 가스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국가가 많지 않아 당분간은 국내용에 머무르겠지만 LPi 하이브리드는 가솔린이나 디젤 하이브리드와는 차별화된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당당히 친환경차 개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에는 쏘나타급 중형차 하이브리드차로 북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연비는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60∼70% 가량 향상된 20㎞/ℓ 정도가 될 중형 하이브리드차로, 저속 단계에서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모터만으로 차를 주행할 수 있는 풀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 본격적인 글로벌 그린카 경쟁 대열에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 기아차는 '에코 다이내믹스'(Eco Dynamics)라는 이름의 친환경 브랜드를 내세워 미래 그린카 전쟁에 뛰어든다는 전략도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위해 배터리, 컨트롤러 등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 가격과 품질에서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2010년에는 하이브리드 양산 대수를 3만대로, 2018년에는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구동하는 친환경 자동차)를 조기 실용화해 2012년 1천대, 2018년에는 3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현대기아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0년에는 필요한 부품의 99%를 국산화하는 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그린카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은 2013년까지 4조1천억원 가량. 투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10년 뒤인 2018년에는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차 등에서 약 8조7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6천명의 일자리 추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의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험난한 독자개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기술이 종속되면 미래가 없으니까요."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개발실장인 이기상 상무가 2004년 도요타로부터 하이브리드 기술을 제휴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친환경차 국산화'에 뛰어들었을 당시를 회고하면서 꺼낸 말이다.
지름길을 마다하고 험로를 택한 지 4년여 만에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LPG를 연료로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아반떼ㆍ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출시했다.
해외 선진 자동차 브랜드들이 저마다 기술력을 무기로 친환경차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국내 유력 자동차 업체들이 국산화된 기술로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독자기술로 친환경차 시대 개막 =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는 출시 첫 달인 지난달 1천34대가 팔렸다.
이 모델이 디자인까지 확 바뀐 신차가 아니고 통상 가솔린차보다 LPG 차량의 판매 대수가 적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핵심 부품을 국산 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내수 시장에서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가솔린차에 뒤지지 않는 동력성능을 지녔으면서도 연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점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동력원인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를 말하며, 아반떼 및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LPi 엔진과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LPi 엔진의 출력은 114마력, 전기모터 출력은 20마력이며 연비는 공인 17.8km/ℓ, 유가 환산 기준으로는 39km/ℓ(휘발유 값 ℓ당 1천654원, LPG 값 ℓ당 754원 기준)에 달한다.
이는 동급 가솔린 차종 대비 연간 약 133만 원의 유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연비 수준이며 출력의 경우, 경쟁차종인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엔진 최대출력 92마력)보다 우수하다고 현대·기아차는 강조하고 있다.
동력성능을 가늠하는 '제로백'(0→100km/h) 발진 가속에 걸리는 시간도 자체 테스트 결과 11.7초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13.6초)보다 우수하며, 최고 속도 역시 187km/h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181km/h)에 비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 차량에 적용된 핵심 부품인 전기모터와 인버터, 컨버터, 배터리 등은 모두 현대·기아차가 3년7개월간 2천508억 원을 투입해 자체 개발한 기술들이다.
일본으로부터 니켈수소 배터리를 수입해 쓰지 않고 기능이 훨씬 향상된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국산화해 적용했으며 차량 정차 때 엔진이 꺼지는 기능까지 갖춘 전기모터 역시 현대·기아차 연구진이 만든 작품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사이에서 전압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인버터는 설계를 7번 변경한 끝에 경쟁차종을 능가하는 수준의 성능이 나오도록 개발됐다.
하이브리드카에서 시스템을 총괄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제어기 역시 2001년부터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변속장치에는 'E 모드'(Eco Drive 모드)가 추가돼 주행 중 모터의 기능을 최대화하고 감속할 때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회생 제동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이 같은 하이브리드 구동 체계를 갖추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솔린 모델보다 36% 줄였다.
두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9g/㎞로 LPG를 쓰는 차량 중에서는 처음으로 북미배기가스규제인 'SULEV'(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를 만족하게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각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사력을 집중하는 것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고 기술 선점 후 얻게 될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라며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고가의 주요 부품을 독자개발해 만든 두 하이브리드 차종은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친환경차 개발은 계속된다" = LPG를 연료로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국내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LPG 사용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해외 시장에 내놓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 빠른 해외 시장공략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모델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10년에 가솔린을 쓰는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차로 북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저속 단계에서 내연기관이 작동하지 않고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이른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단계에서 더 진화한 친환경차를 만들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차의 궁극적인 모습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차량이 될 것이므로 내연기관을 여전히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과도기적 모델이라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차가 개발 중인 차세대 친환경차량으로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있다.
이 차량은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구동하는 친환경 자동차로, 물 이외에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이 차량을 2012년부터는 1천대 이상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4년 9월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미국 전역에서 수쇼연료전지차 32대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기아차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수소를 충전해 84%의 연료만 쓰고도 샌프란시스코와 LA간 633㎞를 완주하는 등 실용성을 입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06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수쇼연료전지차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해 버스를 포함해 34대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도 현대.기아차는 핵심 부품인 115㎾ 스택을 독자기술로 개발했고 2010년까지는 필요 부품의 99%를 국산화할 방침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2013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이 차량은 가정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가까운 거리는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전기모터로만 운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친환경차종을 개발하면 석유 대체 효과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획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3년에 20만여대의 친환경차량이 운행되면 7만2천 kL의 석유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데 이는 쏘나타 4만1천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석유량에 해당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13년이면 쏘나타 7만7천여대를 1년간 운행했을 때 발생하는 규모인 31만t 가량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예상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린카를 개발하면 다양한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며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기술 발전은 전기차와 전기 스쿠터 등 신규 산업과 관련 인프라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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