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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기차 어디까지 왔니

인산철뱅크 2009. 8. 5. 18:49

국내에서도 전기차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들이 하이브리드카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전기차에는 주로 중견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인다. 국산 전기차는 일정 공간에서 저속 주행용 차량이 대종을 이루지만 일부 업체는 수출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부터 국산 전기차 3대를 도입해 영내 운행에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에 기술개발을 위한 자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3월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법률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저속(시속 60㎞ 이하) 전기차도 일정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게 돼 전기차 보급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참여한 국내 전기차업체는 CT&T다. 이 회사는 10여 종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대표 브랜드는 `이존(E-Zone)`으로 청와대가 사용 중인 전기차가 바로 이것이다. E-Zone은 저속형 근거리 전기차(NEV)로 1회 충전(3~4시간)으로 최대 110㎞를 달릴 수 있다. 최고시속은 60㎞다.

이영기 CT&T 사장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4000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는데 현지 경찰의 주차단속용이나 백화점 순찰용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실제 E-Zone은 내수보다 수출이 더 잘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에 이어 지난 13일에는 일본 시바우라 그룹과 80대 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연말 영국 런던 근교에 연산 1만대 생산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CT&T는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 내수시장에도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배터리 종류별로 다른데 납축전지를 장착하면 약 1300만원, 리튬전지차는 1700만~1800만원이다.

벤처기업 에이디텍스가 생산하는 전기차 `오로라(Aurora)`는 지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2인승 세단과 픽업 형태로 나오는데 폭 1.5m, 길이 3.1m, 높이 1.5m로 소형이다. 최고시속 60㎞로 주로 골프장이나 리조트, 학교 등에서 구내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강원 에이디텍스 이사는 "가격은 1000만원대 초반으로 하루 50㎞를 매일 운행해도 가정용 전기로 월 1만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디텍스도 수출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CKD(반제품 조립생산) 방식으로 수출을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결성된 전기자동차산업협회가 추진 중인 전기차 `KEV-1`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과제로 고등기술연구원 등이 2000년대 초까지 추진했다가 보류한 KEV-1을 협회가 다시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7월, 늦어도 내년 말 양산을 예정하고 있다. 최대시속 130㎞로 출시만 된다면 일반도로에서도 운행 가능한 최초의 국산 전기차가 된다. 전기차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적용해 차체를 가볍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협회는 네팔 `네코홀딩스`와 KEV-1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ㆍ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1년 쏘나타를 기본으로 납축전지를 내장한 전기자동차를 탄생시켰다. 이듬해에는 엑셀을 기본모델로 한 2호 전기차를 개발했는데 최고시속 100㎞,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00㎞였다. 이어 쏘나타와 스쿠프를 활용한 3~4호 전기차를 개발해 최고시속 120㎞, 1회 충전 주행거리 140㎞를 달성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전기차 상용화의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카에 주력하고 있다. 7월 아반테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가 출시됐다. 현대차는 전기차 쪽으로 진화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외부전원을 사용하는 충전장치를 내부에 탑재한 것이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컨셉트카인 `블루윌(Blue-Will)`이 대표적이다. 블루윌은 최고출력 154마력(ps)의 1600㏄ 감마 GDI HEV 엔진과 100㎾ 모터,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모터만으로 최대 64㎞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 전력 소모 후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할 경우 21.3~23.4㎞/ℓ 연비로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ㆍ기아차는 블루윌을 기반으로 오는 2012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르면 2011년쯤 SM3급 전기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GM대우는 2011년 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국내에 들여와 시범운행한 뒤 판매 여부를 저울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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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끽’하고 멈췄더니 차 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진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동이 멈춘 것이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1단 기어를 넣고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릉~’ 순간적으로 시동이 걸리면서 차는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기아차가 유럽에서 팔고 있는 ‘씨드 아이에스지(ISG)’의 시승 느낌이다.

현대·기아차, LPI·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 앞둬
“2013년께 선두업체 기술 격차 따라잡겠다” 각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드라이브가 무섭다. 우선 올해 초 유럽에서 ‘씨드 아이에스지’를 출시했다. 아이에스지는 ‘아이들 스탑&고’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정지(아이들) 상태에서 엔진이 완전히 멈췄다가 출발하면서 다시 시동이 켜지는 시스템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서있는 동안 아예 엔진을 끄기 때문에 연료 소모와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아주 초보적인 친환경 차량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차량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분류하며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한다. 뒤이어 올해 7~8월 아반떼,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잇따라 출시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선진 브랜드에 비해서는 한참 늦은 출발이다. 도요타는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용차량인 프리우스를 1997년에 첫 출시해 벌써 3세대 모델까지 선보였다. 누적 판매량도 150만대를 넘어섰다. 혼다도 하이브리드 전용모델 인사이트를 시판한 지 10년이 넘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누적판매량 30만대를 지난 2월에 달성했다.

그래도 현대·기아차는 야심만만하다. 시작은 늦었지만 가속도를 붙여 2013년께 기술격차를 따라잡고 선두업체로 치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추격의 시작은 2010년 현대차가 내놓는 중형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이 차량은 도요타 방식도, 혼다 방식도 아닌 현대·기아차 독자시스템이다. 현대차 양웅철 사장은 “두 방식의 장점이 결합된 더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추월의 시기는 2013년으로 잡고 있다. 바로 현대·기아차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 예정 시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력이 남아있는 한 전혀 엔진을 켜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실상의 전기차다. 연료전지차의 경우는 보급형 연료전지차를 2012년 소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정도면 선진 업체들과 거의 보조를 맞춘 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

현대·기아차와 지식경제부 모두 ‘2013년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012년 우리나라가 세계 그린카 시장 점유율 2%를 달성할 경우 25조원의 수출액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만만찮다. 무엇보다도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 지원이 시급하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