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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는 세계 그린카전쟁 / ② 유럽의 도전 ◆

인산철뱅크 2009. 6. 26. 09:41
그린카전쟁서 이겨야 산다
세계 자동차업계 친환경차량 개발 사활건 승부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워런시(市)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기술센터. 이곳 배터리연구소에서 만난 앨런 애들러 씨(연료전지개발부)는 "향후 친환경차가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화석연료가 아닌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GM은 파산보호에 이르는 와중에도 연구소 설비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친환경차만이 곤경에 처한 GM을 구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차(그린카)` 개발 전쟁에 돌입했다. 배출가스 저감, 고연비로 요약되는 친환경차는 이제 업체마다 생존을 내건 화두가 됐다.

일본 혼다와 도요타가 올해 내놓은 하이브리드 전용차인 `인사이트`와 `프리우스`는 각각 4월과 5월 일본 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차가 월별 판매에서 일반 차량을 제친 것은 처음이다. 혼다가 도요타를 따라잡기 위해 인사이트를 최저가에 내놓자 도요타는 성능 좋은 제3세대 프리우스 출시로 맞서는 등 시장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5%에서 올 들어 3%에 육박하고 있다.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모델은 오는 2011년 218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분야도 `볼트`를 앞세운 GM의 독주 속에 미쓰비시가 내달 `아이미브(i-MiEV)`를 출시하는 등 도전이 거세다. 독일 폭스바겐은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제휴했다.

현대자동차도 다음달 아반떼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하는 등 친환경차 경쟁에 뛰어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고유가 전망과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 발효에 대비해 친환경차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못지않은 클린 디젤車로 승부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9g/㎞에 불과한 친환경차 `골프 블루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클린 디젤로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과 화석연료 고갈을 막는다.`

화석연료 고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던 1990년대 말, 유럽 자동차 업체엔 특명이 떨어졌다.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미션이었다.

이 미션 수행을 위해 유럽 업체들은 일본ㆍ미국 업체와 달리 디젤을 선택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디젤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모험이었다. 그러나 유럽 메이커들은 문제가 됐던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을 대폭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다른 차들보다 낮게 유지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럽에만 널리 퍼졌던 디젤은 이제 아시아와 미국에서까지 각광받으며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비 규제와 그린카 정책으로 디젤차는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유럽 대표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그룹과 BMW그룹, 벤츠가 속한 다임러는 몇몇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140g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 140g은 유럽연합(EU)이 정한 친환경 기준이다.

한국 현대ㆍ기아차의 친환경 브랜드 `블루드라이브`를 단 준중형급 `i30 블루 1.6`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2g/㎞인 것을 감안하면 중대형차까지 포함해 평균 ㎞당 140g을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폭스바겐은 준중형급 이하 차량의 경우 아예 ㎞당 100g 이하의 공격적인 목표를 정했다.

하르트무트 호프만 폭스바겐그룹 친환경제품ㆍ브랜드 총괄매니저는 "이미 1980년대부터 준비해오던 친환경차 전략은 1990년대 말과 2000년을 거쳐 좀 더 세밀해졌다"면서 "유럽에선 이미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디젤차의 효율성을 30% 이상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장기적으로 99g/㎞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가 속한 다임러는 5년 전인 2004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가량 줄인 상태다. 앞으로 이 수치를 점차 낮춰 나가 최대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료 사용을 줄이는 핵심은 강력한 친환경 디젤엔진에 있다. 엔진 무게를 줄이면서도 출력은 기존과 동일하거나 더 낫게 만들어 성능 측면을 만족시키면서도 연비를 좋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디젤엔진은 통상적으로 가솔린엔진보다 무거운 편이었지만 터보차저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해냈다.

이처럼 공통 목표 자체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비이다 보니 그동안 유럽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빌란트 부르흐 BMW 이피션트 다이내믹 총괄 매니저는 "하이브리드차보다 BMW의 이피션트 다이내믹 브랜드로 생산되는 차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적고 성능도 뛰어나 하이브리드차보단 디젤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미니쿠퍼 D는 차 크기나 엔진이 도요타 프리우스보다 더 크거나 비슷하고 출력은 더 좋은데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4g/㎞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호프만 폭스바겐 매니저 역시 "소형차 폴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9g/㎞로 하이브리드를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아우디에서 생산 예정인 A1 모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2g/㎞로 최저치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리우스의 89g/㎞를 제외하곤 아우디가 2010년 양산 예정인 A1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하이브리드차는 단 한 대도 없다. 혼다 인사이트가 102g/㎞,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99g/㎞다.

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블루 모션`이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만들었으며 5년 내에 모든 차량의 블루모션화를 진행시킬 예정이다. BMW는 `이피션트 다이내믹` 브랜드로 친환경 미래차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간다.

 

다임러社 쾰러 부사장, 위기에도 녹색기술만은 지킬것
최고환경책임자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주도인 슈투트가르트. 벤츠 고향인 슈투트가르트는 산업 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CO₂를 뿜어댔다. 또 CO₂를 뿜어대는 자동차 메카 구실을 했다. 그랬던 이 도시가 벤츠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신에 나서고 있다. 그 비결을 듣고자 벤츠 메이커인 다임러사를 찾았다. 슈투트가르트 벤츠박물관에서 만난 헤르베르트 쾰러 박사는 다임러사 최고환경책임자(Chief Environment Officer)이자, 차량과 파워트레인 분야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부사장이다. 쾰러 부사장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녹색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줄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임러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연내 40억유로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아무리 비용 절감을 한다고 해도 제품 개발비는 제외되지 않는다. 녹색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가 있다면 그건 기술 개발이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가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 최종적인 발전 방향은.

▶시내를 운행하는 소형차는 전기차가 적합하다. 장거리 주행은 안락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기술이 더 많이 접목될 것이다. 당분간은 여러 가지 미래형 차가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소차가 개발돼도 약 20년 동안은 하이브리드차도 공존하는 과도기적 기간이 있을 것이다.

-CO₂ 저감에 한계가 있다면.

▶기술적인 한계도 있겠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최근 새로 출시한 뉴 E클래스는 이미 CO₂ 배출량을 140g/㎞로 낮췄다. 연비 향상도 필요하지만 CO₂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차량 개발부터 제조, 폐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design for environment`라는 개념을 고려하고 있다.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은 소비자 비용을 절감시킴과 동시에 CO₂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불황에도 풀가동 獨포이어바흐 보쉬 공장
친환경 디젤의 메카…세계 모든車에 공급

부품을 만드는 포이어바흐 보쉬 디젤 본사 겸 공장은 완성차 공장보다 더 깔끔하다.
디젤이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많지 않았다. 그런 디젤이 유럽에선 이제 친환경 그린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차량에 비해 적고 기존에 문제가 됐던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배출까지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친환경 디젤을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보쉬다.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는 전 세계 거의 대부분 완성차업체에 디젤엔진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폭스바겐이나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현대ㆍ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 친환경 디젤 메카인 독일 포이어바흐 보쉬 디젤 본사 겸 공장을 찾았다.

이곳 보쉬 디젤 공장은 3교대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황 파고에도 유럽 내 넘쳐나는 디젤 수요 덕분에 이 공장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또 최근 높아진 연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디젤이 급부상하면서 아시아와 미국 쪽 수요도 늘고 있다. 친환경 디젤의 핵심인 고압펌프를 생산ㆍ조립한 디젤엔진시스템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지만 되레 완성차 공장보다 더 깔끔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 포이어바흐 공장 역사는 무려 100년이나 됐지만 체계적이고 깔끔한 작업 때문인지 낙후되거나 오래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 공장은 도요타 TPS(Toyota Production System)와 비슷한 BPS(Bosch Production System)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워낙 많은 부품을 생산하다 보니 체계적으로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고객사가 원하는 방식과 요구에 따라서 그에 걸맞게 생산되는데, 바로바로 반영돼 생산성이 상당히 높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고압펌프는 친환경 디젤의 핵심이다. 이 펌프를 사용해 차량 성능을 높이고 연비 향상,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출 수 있다. 고효율 디젤시스템은 전 세계 디젤차량에 장착되며 향후 연구개발(R&D)을 통해 30~40%가량 효율성이 더 좋아질 전망이다.

보쉬가 효율적인 디젤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는 데는 매출 대비 8~10%에 달하는 R&D 투자 덕분이다. 르네 렌더 보쉬 디젤시스템 총괄 부사장은 "매년 매출 중 8~10% 정도를 R&D에 투자하는데 이는 다른 완성차업체나 제조업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보쉬는 가장 많은 특허기술를 보유하며 친환경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쉬는 한국 대전에도 디젤시스템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에 납품하는 대부분 디젤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선 되레 디젤 수요가 감소해 수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렌더 부사장은 "한국 디젤시장이 아직은 작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다"며 "현재 수요가 급감하는 데 대비해 수요가 많은 외국으로 내보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