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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는 세계 그린카전쟁 ① / GM의 선택◆

인산철뱅크 2009. 6. 26. 09:34

日이 장악한 하이브리드보다 전기車로 승부수
3시간 충전해 64㎞ 주행 `볼트` 내년 11월 양산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가 지난 8일 열린 배터리연구소 개소식에서 전기차 `볼트`를 타고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워런시(市)에 있는 GM기술센터 내 대강당.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연구소 개소식에 앞서 전기차 `볼트(Volt)`에 탑승한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CEO)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옆좌석에 제니퍼 그랜홈 미시간주지사를 태운 채 볼트를 직접 운전하며 행사장에 들어왔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볼트가 GM 미래를 살릴 차라는 데 공감했다. 이날은 특히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일주일이 지난 때였다.

참석자들은 불확실한 GM 운명에 볼트가 한 줄기 빛이 돼줄 것을 기대하는 심정이었다. 연단에 오른 헨더슨 CEO는 "뉴GM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그린잡(job)을 창출하겠다"고 말했고, 그랜홈 주지사는 "전기차는 GM과 미시간주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은 미래 격변의 진원지가 될 친환경차 시장에서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가 전기차다. GM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화석연료 엔진)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기존 차량들에 적용해 출시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이미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차 80%는 일본 도요타와 혼다가 만든 것이다.

GM이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7%에 그친다. 도요타와 혼다가 경쟁적으로 값싼 하이브리드차를 내놓는 상황에서 중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가 모델에 하이브리드를 적용해온 GM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GM기술센터에서 만난 짐 퀸 글로벌 엔지니어링그룹 부사장은 "GM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도요타에 뒤지지 않지만 도요타는 막대한 자금을 하이브리드 쪽에만 투입해온 만큼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GM으로서는 일본 업체들이 사력을 다해 내놓는 하이브리드차보다는 전기차 쪽에 오히려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GM은 구형을 적용한 시보레 `말리부`나 뷰익 `라크로세`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GM은 내연기관이 여전히 필요한 하이브리드차보다는 화석연료 소비가 전혀 없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궁극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GM이 친환경차 무게 중심을 전기차에 두더라도 대중성 있는 하이브리드차를 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차 개발 포트폴리오를 넓게 가져간다는 것이 GM 전략이다.

토머스 스티븐스 GM 부회장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향후 기름값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연비가 좀 더 나은 차량을 원하고,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M은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차 15종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GM은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투모드(Two Mode)` 방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여기에다 효율 좋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해 연비를 15~20% 추가로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GM 장기 전략은 석유가 불필요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임은 분명하다. 이 분야는 다른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아 GM 기술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GM은 2006년 수소연료전지차로 쇼카인 `시퀄(Sequal)`을 선보였다. 한 번 충전에 480㎞ 주행이 가능하고, 출발 후 10초 내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등 수소를 적용한 차 중 가장 개선된 모델로 꼽혔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 전시한 시보레 `에퀴녹스`는 지금까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 가운데 당장 양산이 가능한 모델로 꼽힌다. GM은 지금까지 에퀴녹스 100여 대를 제작해 시범 운행하고 있다.

퀸 부사장은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 충전소 같은 인프라스트럭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하기 힘들다"며 "수소차로 넘어가는 전 단계로 전기차 볼트가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볼트는 GM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대주로 주목 받는 차량이다. 다른 업체들은 집에서 3시간 충전해서 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데 의심을 보내고 있지만 GM은 결코 꿈이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볼트는 하이브리드차 내부 배터리가 가솔린 엔진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로만 운행하는 신개념 차량이다. 1000㏄ 3기통 가솔린 엔진과 120㎾급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해 한 번 충전으로 40마일(64㎞)을 갈 수 있다. 소형 발전기를 탑재해 추가로 300마일을 갈 수 있다. 볼트에 들어갈 배터리셀을 LG화학이 내년부터 6년 동안 공급하기로 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는 볼트 판매가 내년 1만여 대에서 2011년 5만8700대로 크게 늘어난 뒤 2014년 7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가 GM차 성능 높여줄것

로버트 크루즈 GM 하이브리드ㆍ전기차ㆍ배터리 총괄부사장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지난 10일)에 참석하러 한국 오창에 가요."

최근 제너럴모터스(GM) 기술센터 내 집무실에서 만난 로버트 크루즈 글로벌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선뜻 자신의 방한 얘기부터 꺼냈다.

그로서는 전기차 `시보레 볼트` 양산을 앞두고 GM과 LG화학 간 배터리 사업 협력이 잘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크루즈 부사장은 엔지니어링 중에서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배터리 등 GM이 향후 핵심사업으로 내걸고 있는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에 확장 오픈한 배터리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전기차의 생명은 얼마나 성능이 좋은 양질의 배터리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GM이 1996년에 전기차 `EV1`을 내놨지만 성공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배터리 성능이 나빠 주행거리가 짧은 데다 장시간 충전해야 하니까 인기가 없었죠. 볼트에 장착될 배터리 수준만 됐다면 차 디자인은 손색이 없었는데 좀 아쉽죠."

크루즈 부사장 집무실이 있는 1층 로비에 빨간색 EV1이 전시돼 있을 정도로 GM의 전기차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 보였다.

그는 "EV1은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사람들이 운전하기를 두려워할 정도였다"며 "결국 1000여 대를 리스판매하는 데 그쳤고 3년 만에 단종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EV1 실패가 볼트 개발에는 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부사장은 "LG화학이 내놓은 리튬이온 배터리 셀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높이려는 GM의 노력에 큰 도움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배터리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우려에 대해 묻자 "소형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으로 이용하는 등 재활용 여지가 커서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과 기술 협력에 대해서는 "LG화학을 비롯해 그동안 한국의 많은 부품업체들이 GM에 납품해 왔는데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매우 우수한 편"이라고 밝혔다.
 
GM배터리연구소 "수명 늘리고 부피 줄여라"
연구인력만 1000명 세계최대


연구인력만 1000명이 넘는 GM 배터리연구소에서는 각 방마다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배터리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연구동은 인상적이었다. 철제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박스 크기의 공간에 배터리를 넣어두고 온도와 습도 등을 달리해 안정성을 체크하는 시험이 반복해서 진행됐다. 사막이나 극지 등 최악 조건에서 자동차가 달릴 것을 가정해 배터리의 작동 여부를 수차례 체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전 환경과 온도 변화에 맞춰 실험할 수 있도록 160개 테스트 채널과 42개 온도챔버를 갖추고 있다. 온도 범위는 섭씨 80도에서 영하 50도에 이른다.

전기차 볼트 외관을 디자인한 김영선 씨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생명은 배터리인 만큼 오작동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반복적인 테스트는 필수"라고 밝혔다.

볼트의 경우 240V 전압으로 3시간 내에 충전을 마치고, 이를 이용해 40마일을 갈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랜스 터너 GM 배터리시스템 엔지니어는 "배터리 내구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볼트에 한번 장착한 배터리 수명을 15만마일(약 10년)로 올리는 것이 양산 시점까지 남은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소의 또 다른 과제는 배터리 효율을 높이면서 어떻게 부피를 줄이느냐 하는 것. 배터리 부피가 차 크기나 연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97년에 만들어진 배터리는 가로 545㎜, 세로 925㎜에 무게는 1200파운드였지만 내년까지 335㎜, 640㎜, 400파운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빌 월리스 GM 에너지저장시스템 매니저는 "배터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 연구소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