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종류가 늘어나는 데다 하이브리드차를 사면 최고 310만원의 세금우대(채권매입 포함)를 받을 수 있어서다.

하이브리드(hybrid)는 ‘잡종·혼혈’이란 뜻으로 가솔린·디젤이나 액화석유가스(LPG) 엔진과 함께 전기 모터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엔진의 구동력에 전기 모터가 힘을 더해주기 때문에 연비가 일반 차량의 두 배 수준으로 높다. 그만큼 자동차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해 환경친화적이다. 하루에도 여러 군데의 거래처를 돌아야 하는 자영업자·영업사원이나 주행거리가 많은 택시기사 등이 기름값을 아끼는 데 유리하다.
현대자동차는 올 7월께 LPG 하이브리드차 ‘아반떼 LPI’를 20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시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관공서 등에 제한적으로 납품하던 하이브리드차를 일반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에선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최근 혼다가 189만 엔(약 2900만원)짜리 저가형 하이브리드차 ‘인사이트’를 내놨다. 기존 제품에 비해 20% 정도 싼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는 세계적으로 차세대 주력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다. JP 모건은 지난해 57만 대였던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 규모가 2013년 300만 대를 넘어 향후 5년간 6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0년이 되면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에서 팔리는 차량 4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브리드차는 비싸다’ 편견 깨

혼다의 ‘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차는 비싸다’는 통념을 깬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이브리드차의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200만 엔 밑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혼다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환경을 강조해도 가격이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매력적이면서 기업 경영도 가능한 가격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비도 우수하고 가격도 적당해 하이브리드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중요한 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현재 일본에서 판매 중인 동급의 휘발유 차량과 비교하면 20만 엔 정도 비싼 수준”이라며 “4월부터 시행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금우대 혜택을 감안하면 일반 차량과 가격 차이는 5만 엔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인사이트로 1만5000㎞를 달리면 5만 엔의 연료비가 절약된다”며 “일반 차량과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혼다의 인사이트 모델은 세 가지로 G모델은 189만 엔, L모델은 205만 엔, LS모델은 221만 엔이다. 5%의 소비세를 포함한 일본 내 소비자 가격이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존보다 훨씬 작고 가볍게 만들어 일반 차량과 가격 차이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모델에 따라 233만1000~334만9500엔에 달한다. 최저가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인사이트가 프리우스보다 44만1000엔 저렴하다. 인사이트는 혼다가 기존에 출시한 ‘시빅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도 20%가량 싸다. 시빅은 모델에 따라 228만9000~285만6000엔에 판매되고 있다.

도요타도 5월에 프리우스의 3세대 모델을 선보이면서 기존 모델의 가격을 200만 엔 수준으로 내릴 계획이다. 2003년 2세대 모델이 나온 뒤 6년 만에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프리우스는 1997년 하이브리드차로는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에 들어가 현재까지 44개국에서 100만 대 이상 팔렸다. 도요타는 신형 프리우스의 연비를 기존 모델보다 10%가량 향상시키는 대신 가격은 10%가량 올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3세대 모델은 가장 싼 게 250만 엔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존 모델은 값을 낮춰 혼다의 인사이트와 경쟁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9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시빅을 판매 중인 혼다에 이어 도요타가 올해 안에 프리우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의 인사이트는 아직 국내 판매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엔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현대의 아반떼, 혼다의 시빅,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현대는 가격, 일본차는 고연비로 경쟁


1.gif
하이브리드차의 최대 장점은 일반 차량에 비해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1L로 15㎞ 이상 달릴 수 있으면 연비 1등급을 부여하는데, 하이브리드차는 대개 20㎞ 이상이다. 차가 달리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하고, 배터리가 전기 모터를 돌려 보조 동력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덕분이다.

자동차 공인연비는 나라마다 측정 기준이 다르다. 공인연비는 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것과 비슷한 조건에 맞춰 측정하는데 나라마다 평균 주행속도 등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차라면 일본이 한국보다 연비가 높게 나온다. 예컨대 혼다 시빅의 연비는 일본 기준으로 31㎞/L에 달한다. 한국에서 공인받은 연비(23.2㎞/L)보다 훨씬 높다. 현재 대량 생산 하이브리드차 중에는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가장 연비가 좋다. 2세대 모델이 일본 기준으로 35.5㎞/L로, 3세대는 40㎞/L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세대 프리우스를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25㎞/L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대의 아반떼는 LPG 연료를 쓰며, 휘발유 차량 기준으로 환산한 연비는 21.3㎞/L다. 아반떼는 시빅보다 연비가 떨어지지만 차값이 1000만원 이상 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LPG를 쓰는 하이브리드차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한국만큼 LPG 충전소가 잘 갖춰진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아반떼는 대부분 국내용으로 생산·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아반떼는 하이브리드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로 리튬이온, 시빅·프리우스는 니켈수소를 채택했다. 현재 일본은 니켈수소, 한국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리튬이온은 니켈수소보다 50% 이상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내지만 가격이 5~15% 비싼 게 단점이다. 현대차는 LG화학과 공동으로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개발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GM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해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친환경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이 있지만 아직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자동차에 직접 전기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방식이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엔진을 가동시켜 차가 달릴 때 전기를 충전하지만, 플러그인은 다른 가전제품처럼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대개 50~60㎞까지는 엔진을 돌릴 필요 없이 배터리만으로 달리고, 그 이상의 거리는 엔진을 사용한다. 하루 주행거리가 짧은 직장인이나 주부가 값싼 심야전력을 활용해 충전한다면 연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조만간 중국의 BYD라는 업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반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BYD의 모델은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100㎞, 예상 판매가격은 2만2000달러다. 미국의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지난해 이 회사의 주식 10%를 인수하기도 했다.

전기차는 엔진 없이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가는 차다. 전기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전혀 없다. 대신 장거리를 달릴 경우 배터리를 갈아주거나 다시 충전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일본 미쓰비시는 올여름 ‘아이미브(i MiEV)’란 이름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4인승 경차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160㎞, 최고 속도는 시속 130㎞다. 전기료는 1㎞에 3엔(심야전력은 1엔)이 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심야전력을 이용한다면 100엔(약 1550원)으로 100㎞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격이 일반 차량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것이 흠이다. 일본 정부의 세금우대 혜택을 감안해도 차값이 300만 엔이나 된다.
 
7월부터 310만원까지 세금 혜택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세금우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는 7월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사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합쳐 140만원까지 내지 않아도 되고, 개별소비세(교육세 포함)도 130만원까지 추가로 감면받는다. 또 차량 구입자가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지하철 채권도 200만원까지 면제된다. 지하철 채권은 은행·증권사에 할인 가격으로 되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할인율을 20%라고 보면 최고 4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4월부터 하이브리드·전기차에 감세 혜택을 줄 방침이다. 현재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심의 중이다. 차값의 5%인 취득세를 면제하고, 차량의 무게에 따라 매기는 중량세도 3년간 받지 않는다. 차값이 200만 엔이고, 무게가 1~1.5t인 차량이라면 15만 엔 정도의 세금을 깎아주는 셈이다.

미국은 이미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1000~3000달러(약 140만~42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고 있으며, 전기차에 대해서도 2500~7500달러를 감면해 주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프랑스는 하이브리드차를 사면 2000유로(약 360만원), 전기차를 사면 5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중앙일보 - joins 뉴스
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