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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지난 세 달 사이에 전국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다섯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모를 화재에 업계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증대되자 삼성SDI는 선제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구매고객사를 대상으로 ‘잠정적으로 ESS를 충전잔량(SOC) 70% 이내로 가동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 LG 등 제조사가 배터리를 납품하면 중소기업이 모듈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맡는다. 익명을 요구한 ESS업계 관계자는 "이제껏 삼성SDI 제품을 쓴 곳에서 화재가 났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LG화학 제품을 사용한 곳에서도 2∼3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리튬이온계는 폭발성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어 폭발위험성이 낮은 삼원계 NCM (리튬 이온 이차전지의 종류)를 쓰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모듈제작업체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대학교 박철완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이 70%로 줄였다는 것은 셀의 문제가 아니라 ESS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시스템의 약점을 지적했다. 삼성에서 제조한 셀이 아니라 모듈제작업체의 공정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튬이온 2차 전지는 ESS에 설치한 후 관리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모듈을 만들 때 셀에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이 ESS를 만들다 보니 기술력이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모듈제조 과정이 수작업이고, 설치를 할 때도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SS 업계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아직은 빈곤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박 교수는 삼성의 대응에 대해 "단기적인 미봉책이지만 방향성은 맞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대책과 다음 버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원인분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정부 당국도 ESS화재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산업부와 전기안전공사는 ESS 문제점을 인지해 10메가와트(MW) 이상을 중심으로 58개 현장을 돌아다니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전국적으로 ESS가 설치된 현장을 대략 900개로 파악하고 7월 말까지 전수조사를 끝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