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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산업연구원, 배전용 ESS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

인산철뱅크 2017. 6. 9. 17:55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기술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석탄화력, 원전 등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ESS의 필요성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2MWh, 올해 309MWh, 2020 1667MWh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 자연스레 ESS의 필요성도 높아진다. 재생에너지를 보급할수록 전력 품질을 높이고 전력망을 안정화시킬 방안이 필요한데 ESS가 그 대안이기 때문이다. ESS는 송배전망 투자비 절감, 피크저감 효과, 신재생에너지 전력품질 안정화, 비상전원 활용 등의 장점이 있다.

글로벌 ESS 시장 매년 확대
이성우 삼성SDI 차장은 SNE리서치가 지난 4 27~28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7 ESS 컨퍼런스에서 “2020년까지는 전력계통 안정화용 ESS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이후에는 가정용, 상업용 시장이 메인이 될 것”이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FIT) 기한이 종료되는 일본,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가정용 ESS를 활용한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대지진 이후 2015년까지 가정용 ESS 설치비의 30~50%를 정부가 지원했고, 현재는 요금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2019년부터 태양광 FIT가 종료되면 가정용 ESS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태양광 FIT가 종료된 호주에선 지난해 4분기 가정용 ESS 시장 규모가 전 분기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바 있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2015년 가정용 ESS 파워월, 상업용 ESS 파워팩을 런칭했을 정도로 가정용 ESS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 코캄의 홍인관 총괄이사는“ESS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그동안 잠수함, 어뢰, 항공기 등 군수용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지만 최근 가정용 ESS로 미국 가상발전소(VPP) 시범사업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정에서 ESS를 사용하기엔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ESS 가격은 지난해 기준 kWh 270달러 수준이다. 2020년이면 1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정에서도 수용하기에 적당한 가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익환 SNE리서치 전무는 “ESS 가격이 떨어질수록 지붕태양광과 연계하거나, ESS만 단독으로 설치해 피크절감용으로 활용하면 수익성이 개선된다”며“가정용 ESS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42%씩 성장해 2025년이면 1 5553MWh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신재생연계형 ESS가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태양광 발전과 ESS를 연계할 경우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0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태양광 발전과 ESS 연계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대보다 실적이 저조한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발전단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2025년이면 MW 40~80달러로 석탄발전단가와 비슷해 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태양광 ESS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 보급률이 높은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에서 ESS 시장이 활발하다. 특히 독일, 호주에서는 전력회사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과 ESS 사업을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서 전력회사들의 매출이 줄고 있는 탓이다. 호주는 태양광 발전 규모가 크지 않지만 풍부한 일조량과 넓은 영토 덕분에 시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태양광 연계 ESS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따라 전력공급 안정화를 위해 1.3GW에 달하는 ESS를 설치하도록 했다”며 “ESS의 가장 큰 단점인 가격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태양광과 연계한 ESS 보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삼성SDI 차장도 “전력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신재생을 스스로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라며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ESS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다양한 ESS 지원제도 등장
국내에서도 ESS 시장은 급성장을 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3월말까지 ESS 보급은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는 3월말 기준 470MW를 보급해 전년 동기 대비 1.6배 더 증가했다.

 

태양광, 풍력 발전의 장기고정가격계약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연말까지 전년대비 5.3% 증가한 1704MW의 보급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연말까지 ESS 270MW를 보급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전력계통 접속 문제를 해결해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할 경우 추가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ESS를 설치하면 기본 전기요금을 최대 3배까지 할인하고, ESS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서는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ESS 용량에 따라 요금할인을 다르게 적용해 ESS 용량이 총 사용전력의 10% 이상이면 할인액의 20%를 추가로 할인한다.

 

업계에 따르면 요금을 할인하기 전과 비교해 4.2배 요금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1MWh 규모 ESS를 설치해 월 230만원을 절감하는 곳의 경우 추가 할인을 통해 월 1000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투자회수기간도 4.8년 정도로 짧아진다.


앞으로는 한전이 추진하는 배전용 ESS 사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전은 분산전원이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전력망 안정화 차원에서 배전용 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전용 ESS 시장 규모는 배터리 기준 260MWh 정도로 추정된다.


배전용 ESS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한전이 배전용 ESS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만큼 한전의 역할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가에게 공급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분산전원이 늘면서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이 집중된 지역은 배전선로 용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ESS를 설치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낮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무리하게 계통으로 보내지 않고 ESS에 저장했다가 해가 지는 저녁 시간대에 방전시키는 방식이다. 


기존의 석탄화력발전, 원자력발전처럼 중앙집중형 발전방식이 줄고, 향후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마이크로그리드,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 전기차 등 다양한 분산전원이 보급되면 배전용 ESS의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사업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이 되지 않은 탓에 한전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경북 상주에서 배전용 ESS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경북 영주, 전남 완도 등에서 추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 시범사업에는 PCS 1MW, 배터리 2MWh가 설치됐다. 영주에도 상주와 같은 용량이 설치되고, 완도에는 PCS 3MW, 배터리 6MWh를 설치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한전이 진행한 FR ESS 사업에 이어 배전용 ESS 사업을 차기 먹거리로 보고 있다. 한전 발주 사업은 타 사업에 비해 규모가 크고, 가격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S 용량은 FR 사업에 비해 감소한다. FR 사업의 경우 PCS와 배터리의 용량 비율이 41 수준이었지만 배전용 ESS는 반대로 12로 낮아졌다. FR은 특성상 충방전 속도가 빨라야 하지만 배전용 ESS는 그럴 필요가 없어 PCS 용량이 줄어든 것이다.

 

배전용 ESS 사업에 적용하는 배터리도 FR ESS 사업과 동일한 리튬이온배터리다. 현재로선 가격이나 성능, 용량면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전용 ESS는 충방전 속도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명이 길고, 가격이 저렴한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이다. 한전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차원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실증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MW
단위 대용량 ESS 사업 외에도 소용량 일체형 ESS 사업도 추진된다. PCS와 배터리를 하나로 구성한 일체형 ESS는 비용을 줄이고, 설치도 간단히 할 수 있어 향후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용량이 더 작은 저압계통 연계형 소용량 ESS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지상변압기와 결합해 태양광 상계 고객이 밀집한 지역이나 부하 변동률이 심한 지역에 적용할 경우 피크절감, 출력안정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전 인재개발원은 50kWh 소용량 ESS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금융상품 지원으로 부담 완화, 단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편 ESS 사업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도 몇가지 있다. 태양광 ESS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수익성을 높이는 게 관건인데 이를 방해하는 요인이 있는 것이다. 


전체 태양광발전설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00kW이하 소규모발전소는 ESS를 설치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REC 가중치 5.0을 받기 위해 무작정 ESS에 투자했다가 투자비 회수에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소 규모와 운영패턴을 고려해 적정한 ESS 용량을 산정해야만 적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중소기업 코캄의 홍인관 이사는 “태양광 사업자들이 ESS를 잘 모르다보니 ESS 사업자들이 불필요하게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며 “각자의 발전소 운영 상황에 맞게 최적의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기존의 배터리, PCS ESS 관련 기업 외에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탓에 옥석을 가리는 것도 관건이다. ESS 사업을 해보거나, 엔지니어링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ESS
업계 관계자는 “ESS는 전력계통과 연계를 해야 하는 만큼 안정성이 중요한데, ESS를 단순히 제품 공급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업체들이 태반”이라며 “무조건 가격이 싼 업체만 선호할 게 아니라 배터리, PCS, EMS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안정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향후 유지보수는 책임질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설계업체 관계자도“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되는 ESS는 대부분 용량이 크기 때문에 보호협조시스템을 잘 설계하지 않으면 단락사고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ESS 용량만 키운다고 수익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송전용량을 감안하고 투자해야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기안전관리자가 상주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1MW 이상 태양광 발전소에는 전기안전관리자가 상주해야 한다. 만약 500kW 태양광 발전에 1.5MWh ESS를 설치했을 때 용량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ESS 용량과 태양광 발전용량을 합산할 경우 대부분의 발전소가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이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SS
냉방부하로 인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ESS의 용량이 크든 작든 냉방비용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발전소일수록 부담은 더 커진다.


이구 에스에너지 소장은“냉방부하를 태양광 발전 전력으로 충당하도록 돼 있는데 그만큼 판매전력이 줄어 수익이 감소한다”며“소규모 발전사업자에 한해 냉방부하를 계통 전력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시 : 2017 06 02() 10:10

한국전기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