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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불안한 에너지자립섬

인산철뱅크 2015. 10. 19. 08:25
산업부 "신재생만으로 에너지자립섬 구축은 불가능"
세계유가·, REC가격 변동 따라 출렁이는 수익구조
[384호] 2015년 10월 16일 (금) 07:24:20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이투뉴스]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신산업 중 에너지자립섬사업이 출렁이는 수익구조로 전망이 불안하다.  

기존 섬 지역에서 쓰는 전원인 디젤발전 유지비만큼 보조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로 수익을 삼는데, 최근 지속되는 세계 유가하락이나 일 년 사이 반 토막 난 REC가격과 연동된 만큼 급변하는 수익구조로 민간사업자나 금융권의 투자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최근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자립섬 실현을 위한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에너지자립섬사업은 섬 지역의 주요 전력생산설비로 쓰이는 디젤발전기를 태양광·풍력·지열·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교체하는 에너지신산업 모델이다.  

발표자였던 이귀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진흥과 과장은 “‘에너지자립섬’ 명칭 자체를 친환경이나 저탄소 녹색섬 정도로 변경하는 안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며 “신재생원만으로 에너지자립섬을 실현하기는 현재 우리나라 기술이나 여건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우선 지역마다 다르나 설치 장소가 마땅치 않고 날씨나 풍속 등 부족한 자원으로 섬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모두 신재생에너지설비만으로 생산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특히 세계 유가 흐름과 연계된 지원체계가 목에 가시였다. 디젤발전기를 주 전원으로 쓰는 섬 지역은 연료나 운반비 등으로 전력생산단가가 육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주민이 내는 전기요금을 제한 연간 14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상당한 차액을 국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한다.   

사업자는 국가가 주는 기존 디젤발전 유지비 규모의 지원과 REC 판매만으로 에너지자립섬을 구축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  

문제는 디젤발전 유지비나 REC가 각각 작년 6월 배럴당 110달러 선까지 올랐다 최근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세계 유가흐름이나, 일 년 사이 10만원 미만으로 반 토막 난 국내 REC시장 흐름과 연동돼 있다는 것. 

이 과장은 “현 유가와 연동된 지원규모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아무리 하락해도 수익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반면 이미 기금에서 섬 지역 디젤발전 유지비로 엄청난 비용이 지불되는 만큼 정부도 추가지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되나 정치·경제이슈와 결부돼 더욱 복잡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세계 유가흐름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말로 매듭지었다. 
  
토론에 참석한 이상훈 녹색전력연구소장은 “국내 신재생에너지분야도 현재 전력시장가격(SMP)하락으로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는 실정”이라며 “세계유가나 국내 REC시장 등 급격한 시장흐름과 연동된 수익성을 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발전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초기 진입 단계까지 정부가 확실히 사업을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자립섬 구축기술에 대해 설명한 전영환 홍익대학교 교수도 “신재생에너지는 본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며 “정부가 비용·수익 중심의 시각을 틀어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 보급 및 기술활성화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목적 하에 사업에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신재생원 도입 위해 오히려 디젤발전기가 필요
또 신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사업자 수익이나 계통안정을 위해 오히려 디젤발전기를 장기간 운영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다.    

토론에 참석한 송승헌 녹색에너지연구원 실용화사업실장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운영 중인 63개 섬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설비 도입에 따른 결손금액을 전망한 결과, 세계유가 흐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와 디젤발전기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유가 상황에선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디젤발전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차후 유가가 오를 때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전략이다. 

1단계로 2018년까지 디젤발전 비중을 60%로 운영하고, 2단계에서 3단계 사업 기간인 2020년부터 2025년까지 40%대를 유지한 채, 나머지 비중을 신재생원으로 채울 것을 권고했다. 다만 3단계 사업은 부생유를 바이오디젤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덕적도 에코아일랜드 사업을 진행하는 KT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최두원 차장도 "에너지자립섬 경제성 확보나 계통안정을 위해 디젤발전기와 신재생원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계통안정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ESS 용량을 축소할 수 있는 만큼 디젤발전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좌석에서 한 참석자는 “사업자 수익 때문에 장기 간 디젤발전기 후퇴는 어렵다는 결론인데, 섬 지역 환경오염 방지나 발전생산비용 증가, 연료운반 등 전력공급 효율 제고를 목적으로 디젤발전기를 교체하는 사업 취지와 부합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디젤발전 비중이 높은 기업에게는 오히려 벌칙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정부가 확실한 수익보전을 약속해야 사업이 똑바로 갈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초기 정책 설계부터 주민·지역·문화 고려돼야 
에너지자립섬사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수익 및 사업성에 매몰돼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대희 여수YMCA 정책기획국장은  단순 찬반으로만 주민수용성을 보지 말고 주민의식이나 지역문화·역사 등 인문학적 요소 및 에너지기본권 등을 고려, 섬 주민이나 환경과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밑그림을 우선 그릴 것을 주문했다. 

또 최근 펜션이나 냉동창고 등 상업시설의 사용이 활발해지는 추세로 섬의 미래 수요를 예측한 전력 부하 등을 반영하고 무엇보다 기초 정책 설계부터 지속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이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는 “오히려 주민들이 나서서 정부에게 요청해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주민수용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나 한전이 이 사업을 하는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과거 스마트그리드사업으로 미루어 볼 때 정부가 정확한 길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일선 기업 실무진들의 고생은 물론이고, 주민반대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난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