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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이슈] e모빌리티 (e-mobility)

인산철뱅크 2012. 6. 13. 19:41

발행일 2010.07.14

 

#1.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리는 LG화학의 전기차용 2차전지 공장 기공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하기로 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폴크스바겐은 모든 차종에 걸쳐서 전기차 버전을 양산하는 청사진을 밝혔고 닛산은 미국시장에 전기차를 수출하기에 앞서 가정용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 해상교통수단에도 전기동력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요트는 전기차업체 CT&T와 손잡고 레저용 전기보트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박노식 울산대 교수팀은 최근 기름을 쓰지 않는 소형 전기어선의 운항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연안어업에 활용되는 전국의 3톤 이하 소형어선 6만여척은 향후 단계적으로 중유가 아닌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어선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3. 전기로 하늘을 나는 유인 비행기가 마침내 등장했다. 지난주 스위스의 한 공군비행장에서는 세계 최초의 태양광 비행기인 ‘솔라 임펄스’가 이륙해서 무려 26시간 비행기록을 세웠다. 이 비행체는 낮에 충전했던 전기로 밤새도록 프로펠러를 돌려 야간비행을 하고도 무사히 착륙했다. 솔라 임펄스는 전기동력을 이용한 종일 비행에 성공함에 따라 오는 2013년에는 세계일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요즘 육해공을 막론하고 전기를 이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의 개발, 보급이 붐을 이루고 있다.

육상교통을 살펴보면 전기차 시장을 향한 세계 각국의 레이스가 무섭게 벌어지는 중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은 불과 1∼2년 사이 하이브리드카, 수소자동차를 제치고 전기차가 끌어가는 분위기다. 전기차에 필수적인 배터리, 충전 인프라를 놓고 대기업의 줄서기와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전기로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는 완성차 업체는 머지않아 생존마저 불투명해질 것이란 전망을 비웃는 사람은 없다. 해상교통의 전기동력화는 현재 전기동력의 제한된 이동거리를 감안해 레저보트, 연안어업에 쓰이는 소형 어선에 우선 접목되는 추세다. 전기어선에 필요한 전력요금은 동급어선의 중유 가격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해 신뢰성만 확보되면 어선 분야의 개조 수요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교통은 화석연료에 비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너무 낮고 무거워서 전기동력화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혁신의 결과로 유인 비행기와 전기동력의 접목은 마침내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초경량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가까운 거리를 쉽게 날아다니는 친환경 전기비행기의 등장은 이제 꿈이 아니라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처럼 전기동력이 교통체계에 거대한 혁신을 일으킨 최초의 사례는 19세기 말 철도분야에서 등장했다.

서구열강은 이미 1890년대부터 강력한 모터와 전력제어기술을 활용해 석탄연기를 뿜지 않는 친환경 전기기차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타는 지하철과 고속철도에 들어가는 전기동력 기술은 10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한동안 정체됐던 교통 분야의 전기혁명은 21세기 초에 들어와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분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값싼 석유자원의 고갈과 환경문제로 대체 교통수단을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강하고 오래 가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전기교통수단들이 전력케이블의 공간적 제약에서 해방되는 추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가 아니라 e모빌리티 = 이름은 어떤 사물에 대한 인간의 사고와 행동방식 자체를 결정하는 숨겨진 변수다. 우리가 새로운 트렌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명칭을 반복해서 쓰다 보면 대중의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이와 관련한 국가정책도 덩달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기차는 올해 들어 우리 정부가 보급을 추진하는 친환경 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각종 언론매체는 실제로는 별 성과도 없지만 전기차 보급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국내외 뉴스를 하루도 빠짐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반복적인 세뇌교육의 결과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이 미래 교통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굳게 믿는 확신의 단계에 돌입했다. 문제는 ‘전기자동차(EV)’란 용어가 우리가 직면한 육해공 교통체계 전반의 전기혁명을 대표하기에 턱없이 미흡한 표현이란 점이다.

대중은 자동차란 네 바퀴가 달린 승용차, 버스, 트럭에 속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전기자동차란 말을 들으면 우선 자신이 모는 자가용 차량에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들어간 형태를 상상한다. 그 다음은 시내버스나 트럭에도 전기동력이 장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들은 전기차 시대가 와도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은 외형상 하나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여긴다. 두 바퀴 위에서 타는 세그웨이와 같은 특이한 형태의 전기교통수단은 대중들이 이해하는 ‘자동차’의 영역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상력의 결핍은 교통체계 전반의 전기혁명에 대응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기업과 소비자, 정부의 사고를 제약하는 악영향을 미친다. 또 전기차란 표현은 해상 또는 항공 분야에서 일어나는 전기동력 기술혁신과 전혀 상관이 없다.

한국이 전기차란 용어를 너무 폭넓게 남용하는 반면에 유럽, 미국은 전기차를 넘어선 전력 기반의 포괄적인 교통혁신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e모빌리티’란 용어를 쓰고 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e모빌리티는 전기+기동성, 즉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교통수단을 지칭한다.

폴크스바겐은 자사 모든 차량 모델의 전기차 버전을 출시하는 e모빌리티 로드맵을 공개했다. 폴크스바겐이 굳이 전기차(EV)가 아니라 e모빌리티란 용어를 쓴 배경은 기존 자동차 영역을 넘어 모든 육상교통수단의 전기동력화를 추진한다는 기업비전을 나타낸다. 이미 폴크스바겐은 독특한 디자인의 전기자전거를 개발해서 관심을 끈 바 있다.

BMW도 지난주 메가시티 비이클이란 초경량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e모빌리티가 핵심이라고 자랑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도 친환경 교통정책에서 e모빌리티를 미래 비전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기로 가는 모든 탈 것들 =  비슷한 뉘앙스의 우리말을 찾기 힘들지만 e모빌리티는 인류의 교통수단이 화석연료에서 재생 가능한 전기 기반으로 바뀌는 혁명을 지칭하는 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친환경 교통전략은 전기차보다 e모빌리티를 내세우는 편이 친환경 교통시장을 선점하는 비전을 정립하는 데 유리하다. e모빌리티는 미래 교통수단에 대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업의 신제품 개발을 촉진하며 육해공 교통 분야의 탄소배출을 종합적으로 통제하는데 훨씬 효과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완성차 업체도 기존 자동차 연비를 향상시키는 연장선에서 ‘친환경 그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자유를 제공하는 e모빌리티의 선두주자’라는 식의 고차원적인 슬로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도요타는 기존 자동차의 영역을 벗어난 1인용 전기차 ‘아이리얼(i-REAL)’과 두 바퀴로 서는 ‘윙렛’으로 e모빌리티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혼다는 아시모 로봇의 보행기술을 활용해 한 바퀴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인 U3-X를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GM은 세그웨이와 손잡고 두 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2인승 전기차 퓨마를 공개한 바 있다.

우리가 전기자동차란 용어가 주는 상상력의 제약을 벗어난다면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탈것’을 쉽게 설계하고 만들 수 있다.

레보, 모터웰 등은 타이어 대신 전후좌우 이동이 자유로운 옴니휠 4개를 장착해 좁은 장소에서도 자리이동 및 주차가 편리한 실내외 겸용 교통수단의 개발에 들어갔다. 주부들이 할인점에서 이용하는 쇼핑카트에 전기동력, 자율주행 능력을 부여해 스위치만 누르면 원하는 상품이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실내 교통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e모빌리티 혁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의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창의적 상상력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