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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일본 소매전력시장... '빅뱅' or '찻잔 속 태풍'

인산철뱅크 2016. 2. 12. 15:05

전력회사.소매사업자 다양한 요금제도 선봬...불꽃경쟁 예고
전기통신 결합상품 등장...사업자들 값싼 원전가동 여부 촉각


소프트뱅크 전기.통신 결합상품 사례

앞으로 한 달 보름이 지나면 일본의 전력시장은 무한경쟁시장으로 바뀐다. 

소매시장 개방을 앞두고 전력시장의 ‘빅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가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가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해 판매시장 개방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시장개방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판매경쟁이 이뤄진다는 점에선 시장의 변화, 참여기업이 도입하는 서비스 등 눈여겨 봐야할 것들이 많다. 

◆2000년부터 단계적 개방 추진
일본은 10여년 전 부터 일부 소매시장(50kW이상)을 개방 했지만 그동안 10개의 전력회사가 각자의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시장을 만들어 왔다. 


그동안 일본은 PPS(전력사업자 및 공급자)에게 2000kW (2000년­), 500kW(2004년), 50kW(2005년)까지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과정을 거쳤다.오는 4월부터는 용량기준이 완전히 사라지고, 각 가정에서 자유롭게 전력사업자를 선택해 사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된다. 


우리나라도 일정 지역에서 개인이 생산한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에너지프로슈머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 내에서 발전과 판매를 겸업할 수 있도록 한 만큼 규모와 용량의 차이만 있을 뿐 일본처럼 판매시장 경쟁의 문턱은 넘어섰다. 


일본은 지난 2000년 개방이후 신전력사업자의 시장 참여는 부진했다. 침체됐던 시장은 2014년부터 꿈틀대다 그해 시장 점유율 5%를 넘긴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7.7%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시장개방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민간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면자유화 추진에 앞서 신고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사업자에게 공급력을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등 진입요건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 8월부터 소매사업자 접수를 받은 결과 2015년 12월 28일 현재 130개사가 등록을 마쳤다. 기존 전력회사와 소매사업자는 전국 5735만호 소비자, 금액으론 7조 5000억엔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동경전력 등 요금 인하 방침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전력회사들은 2년 약정 할인 요금제도에서부터 계시별, 야간할인 요금 등 고객의 수요패턴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한 다양한 요금제도를 출시했다. 


특히 동경전력 등 주요 전력회사는 기존요금 대비 최대 5%의 요금인하 계획을 발표해 고객 이탈방지 및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영업에 들어갔다. 


일본 판매시장 개방에 앞서 현지조사를 다녀온 한전 관계자는 “전력회사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요금인하는 원가절감 보다는 판매시장 점유를 위한 인위적 전략으로 통신 자유화 사례에 비춰볼 때 중장기적으로 다시 정상화 될 가능성이 높으며, 과열된 가격경쟁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와 통신 및 가스 등 다른 상품과 묶어 파는 이종결합 상품의 판매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동경전력과 통신대기업 소프트뱅크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통신 전기 결합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한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동경전력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휴대폰, 광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전국 지점에서 판매하는 방식인데, 전력부문은 동경전력의 판매 대리점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의 제휴는 분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경전력은 최대의 전력공급력을 갖고 있지만 전국적 판매망이 없는 반면, 소프트뱅크는 신재생발전 중심의 발전사업 제약이란 단점을 극복하고 자사의 2만 6000여개 지점을 활용해 고객 영업을 할 수 있으며, 특히 통신분야 신규고객 발굴은 물론 기존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설계한 전기·통신 결합 요금플랜을 보면 단신,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한 스탠다드 요금은 기존(6500엔~8000엔)대비 1200엔 절약할 수 있으며, 벨류요금(3~4인기준)은 2400엔, 프리미엄(대가족)요금은 3600엔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설계했다. 


통신네트워크, 건설 등 본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전력부분의 영업을 확대하는 사업자도 일부 탄생하고 있으며, 전기를 뛰어넘어 생활 밀착형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부가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비자를 확보 경쟁도 시작됐다. 


소프트뱅크는 전기-통신 결합상품 가입자에게 주택 누수해결, 열쇠분실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부전력은 소상공인 법률상담서비스, 안심콜 등 전력공급과 무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통신 대기업이 에너지신산업에 앞 다퉈 진출하고 있는데, 일본의 결합상품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저렴한 우리와는 상황 달라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통신, 가스, 정유 등 전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업자와 건설사업자 등 다양한 기업들이 전력소매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값싼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시장을 넓히기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원전의 재가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만 원전사고 이후 52기의 원전에 대해 가동을 중단한 일본은 현재 센다이원전 1, 2호기와 다카하마 3호기가 가동에 들어갔다. 


전력분야 한 전문가는 “일본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서 소매시장을 완전 개방하게 됐다”며 “전기요금이 상승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경쟁을 통해 요금을 끌어내리기 위해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 가정에서 300kW를 사용했다고 할 때 우리나라는 44000원가량 되지만 일본은 전력회사에 따라 우리나라와 2.5배~3배 정도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누진제도 대상이 되는 구간의 경우는 실제 새로운 판매사업자가 메리트를 줄 수 있다”며 “우리도 판매시장에서 경쟁이 도입된다면 누진제도 구간의 고객이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누진구간 대상 주택은 4단계(301kWh~400 kWh) 530만, 5단계(401kWh~500kWh) 134만, 6단(510kWh~) 37만 등 총 700만가구가 되며, 이중 5단계~6단계가 판매경쟁이 도래하면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성 : 2016년 0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