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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광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센터를 가다

인산철뱅크 2014. 9. 3. 23:28

'최적의 설계를 찾아라'...중기중심 '실증 활발'


 
#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약수리. 이곳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국내 중소기업들이 구축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실증단지가 있다. 선강엔지니어링(설계), 신옥테크(풍력), 텔다전자(PCS), 에디슨솔라이텍(태양광), 레보(EES) 등 5개 기업이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선점을 위해 뭉쳤다. 국내 중소기업이 정부의 지원 없이 마이크로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한 사례는 이곳이 처음이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4일, 실증센터가 있는 전남 영광을 찾았다.

바람 좋은 하사리 인근 위치…실증 ‘적지’

광주송정역에서 차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실증센터는 한적한 농촌 마을의 한 구석에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4월의 청보리 밭을 등지고 선 풍력발전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10kW급 풍력발전기 3기와 3.5kW급 2기가 설치돼 있다. 소형풍력이기 때문에 초당 5~8m의 바람이 불 때 가장 출력이 좋다. 실증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이순형 선강엔지니어링 대표는 “안전을 위해 바람의 세기가 초당 13m 이상으로 올라가면 발전기는 자동으로 작동을 멈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바람의 세기는 초당 6m.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가 힘차게 돌았다. 블레이드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조금씩 각도를 바꿔 발전량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영광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센터는 영광 앞바다를 마주 보고 하사리 풍력발전단지 바로 뒤편에 위치해 있다. 하사리는 독일 풍력에너지연구소(DEWI)로부터 바람의 질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아 2011년 정부가 추진하는 풍력산업 실증단지(Test-Bed) 구축사업의 최종 사업지로 선정된 곳이다. 하사리와 인접한 영광 실증센터도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풍력발전에는 최적지다.
풍력발전기 맞은 편에는 15kW급 태양광발전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오후 2시경 모니터링시스템으로 확인한 실시간 일사량은 1㎡당 616W다. 이 대표는 “1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스템에서 현재 1.7kW의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며 “나머지 5kW는 조만간 전기차와 연계해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전기차가 설치되면 태양광발전시스템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기차에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 쓰는 실증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전기차가 일종의 전기저장장치(EES) 역할을 하는 셈이다.

‘태양광+풍력+EES’ 독립형 MG 실증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저장·소비하는 전력망을 말한다. 전력계통 연계 여부에 따라 독립형과 계통 연계형으로 구분된다.
영광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센터는 부하실험실, 태양광실험실, 하이브리드발전시스템 실증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1653㎡(500평) 규모의 부지에 풍력발전기(37kW), 태양광발전시스템(15kW) 외에도 납축전지(60kWh), 리튬인산철전지(20kWh), 디젤발전기(50kW 2기), 마이크로그리드용 PCS 등이 구축돼 있다.
센터 우측에 위치한 부하실험실로 가봤다. 문밖에서부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실험실 내부의 열을 식히는 팬이 돌아가는 소리다.
“이곳에서는 매일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버립니다. 10가지 부하패턴이 입력된 부하제어기에서 매일 50kWh의 전력을 열로 날려 보내죠. 약 10~20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입니다. 이 때문에 실험실은 24시간 열을 식히는 팬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까운 전기를 버리는 이유는 실제 가정에서 사용하는 부하를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다. 부하제어기에는 출근시간에 쓰는 드라이기나 밥솥부터 저녁시간의 TV시청까지 일반 가정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패턴이 동일하게 입력돼 있다.
벽면을 따라 설치된 부하제어기 옆에는 검은 상자 형태의 전지가 놓여있다. EES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전지(20kWh)다. 부하제어기가 가정의 전력소비량만큼 전력을 버리고 나면 남은 전기가 바로 이 리튬인산철전지에 저장된다.
센터는 리튬인산철전지(20kWh)와 함께 납축전지(60kWh)를 마련해놓고 충·방전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리튬이온전지도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EES의 충·방전 상태는 중앙의 모니터링시스템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30% 정도 충전이 돼 있네요. 이렇게 저장된 전기는 흐린 날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사용됩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저장해둔 전기를 꺼내 쓰는 것이죠.”
EES에 저장해둔 전기마저 바닥이 나면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운전을 시작한다. 부하(50kW)에 맞춰 센터 내부의 디젤발전기 용량도 50kW다. 2대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1대가 고장 나도 전력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구조로 설계됐다.

MG ‘최적의 조합을 찾아라’

이처럼 영광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센터는 약 10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섬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따른 실증을 벌이고 있다.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의 경우 태양광·풍력설비 등이 너무 적게 구축돼 정전이 되거나, 반대로 EES의 저장용량이 너무 작아 생산된 에너지를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담는 항아리와 쏟아지는 물의 양이 적절하게 맞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센터 운영의 최종 목표도 항아리와 물의 양을 최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 EES 등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성하는 각종 기기들의 용량을 어느 정도로 설계했을 때, 전력을 가장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도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마이크로그리드의 최적 조합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부하패턴만 입력하면 저절로 최적 시스템이 설계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는 물론 섬이 많은 동남아지역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이순형 선강엔지니어링 대표

“가장 경제적인 마이크로그리드 설계 찾기 부심
국내 사업 기반 해외 MG 턴키사업 진출도 계획”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를 설계할 때는 비상용 디젤발전기의 용량을 줄이는 대신 EES의 용량을 늘릴 수도 있고, 그 반대로도 할 수 있습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쓸데없는 투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이순형 선강엔지니어링 대표는 각 분야의 중소기업을 모아 영광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센터를 구축한 장본인이다. 이곳에서 가장 경제적인 마이크로그리드를 설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영광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센터는 2013년 10월 구축됐다.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월부터다.
초기에는 마이크로그리드용 PCS 등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가 현재는 부하패턴을 분석해 최적 설계를 찾는 것까지 실증 영역이 확대됐다.
“최소 1년은 실증을 해봐야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나옵니다. 데이터가 3년 이상 쌓이면 그때부터는 해외 어디에 나가더라도 현지 상황에 맞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선강엔지니어링은 앞으로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해외 마이크로그리드 턴키사업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도서지역을 시작으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동남아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
“향후 마이크로그리드 분야의 운전·정비(O&M)사업까지 하는 전문회사로 자리 잡은 뒤 해외로 나가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동남아 등 섬이 많은 국가에서는 마이크로그리드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거든요. 계통에 연결하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마이크로그리드가 경제적이에요. 최고의 엔지니어링 회사가 될 때까지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박은지 기자 (pej@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