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3-07-16 19:47
몇 년 전부터 국내 업체들의 리튬이차전지 제조 경쟁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소형 리튬이차전지 출하량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SDI가 10억9000만셀로 여전히 글로벌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LG화학도 7억4000만셀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이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가운데 LG화학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2위에 오르며 사실상 한국이 전 세계 이차전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차전지 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4대 핵심 소재는 이러한 완제품에서의 경쟁력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글로벌 소재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아닌, 중국과 비교해보더라도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리튬이차전지 재료비 원자재 비중은 양극재가 전체의 39.1%, 음극재가 8.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양극재의 국산화율은 56.9%이지만 음극재의 국산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이러한 수치만 보면 양극재는 양호하니 음극재 산업을 지원해 양극재 수준으로 국산화율을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중국 의 양극재ㆍ음극재 업체들의 경쟁력이 한국은 물론 일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음극재의 경우, 국내 대기업인 GS에너지가 하이브리드카(HEV)용 음극재인 소프트카본을 양산하고 있고 포스코컴텍이 천연흑연 양산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리튬이차전지 제조 업체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하지는 못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음극재 출하량은 4만6012톤으로 이 중 중국 BTR이 1만3330톤(29.0%)으로 1위, 일본 히타치케미칼이 1만1650톤(25.3%)으로 2위, 중국 샨샨(Shanshan)이 6000톤 (13.0%)으로 3위, 일본 미츠비씨케미칼이 5700톤으로 4위로 조사됐다. 금액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56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오는 2016년경에는 약 9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극재 출하 상위 4개 기업 중에 중국 기업이 2개가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의 소재 경쟁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중국 정부와 산ㆍ학ㆍ연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하이테크산업인 첨단 소재 산업을 꾸준한 육성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부터 중국정부는 화교 해외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천인계획'을 발표해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첨단 소재사업을 유치 및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필자가 중국 출장 길에 천인계획에 속한 관련 업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찾아가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향후 3년 내에 일본의 경쟁업체들을 넘어서겠다는 목표 하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이 완성돼 있다고 한다. 리튬이차전지 산업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이고 이는 곧 누가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직결된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말에서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의 완제품 업체들이 앞으로 일본 소재의 사용 비중을 줄이고 중국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대표적으로 음극재를 언급했지만 그의 말에서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등 국내 대표 중견 소재 기업들의 경영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앞으로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이 소재 경쟁력을 바탕으로 완제품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8일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92조4000억을 투자해 6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이 중 `첨단 소재 기술 개발'이 중점기술 항목에 포함 돼 있는 것을 보면서 약간 안도감이 들었다. 매번 중국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절실히 느꼈던 것이지만 이제 더 늦기 전에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향후 시장 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웅민 SNE리서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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