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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연비경쟁] 연비강화 핵심기술…엔진 크기 줄이고 차체는 플라스틱

인산철뱅크 2012. 5. 2. 06:18

◆ 글로벌 차 업계 사활 건 연비경쟁…친환경 충족 못 하면 낙오 ◆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높였다.”

요즘 출시한 신차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모토다. 보통 차량 성능과 연비는 반비례한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엔진 배기량을 키우면 연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공식도 이젠 옛말이 됐다. 다양한 연비 개선 방식이 도입되고 신기술이 개발돼 두 마리 토끼(성능, 연비)를 같이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을 쓰는 자동차의 연비 개선 방법은 크게 세 가지.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개선을 통한 다운사이징(downsizing), 자동차 경량화, IT 기술 개발 등이다. 가솔린엔진은 직분사(GDi), 가변밸브타이밍(CVVT), 터보차저 기술 등으로 연비를 높이고 디젤엔진은 압축연소(HCCI) 기술로 연료 효율을 높여가는 중이다. 변속기도 6단, 8단에 이어 10단 자동변속기까지 등장했다. 다단 기어는 같은 속도에서 낮은 회전 수(rpm)를 유지할 수 있어 높은 연비를 낼 수 있다. 듀얼클러치변속기(DCT, 잠깐용어 참조) 기술 적용도 느는 추세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파워트레인이 하나씩 상위기술로 개발돼 적용될 때마다 약 5% 안팎의 연비 개선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요즘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높인 다운사이징 차들이 속속 출시됐다. 다운사이징 뜻은 다양하다. 엔진 크기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차체의 무게를 줄이고 변속기 효율을 높여 엔진 성능을 높이는 작업도 포함된다. 다운사이징의 목표는 고연비, 친환경, 비용 절감이다.

낮은 배기량에도 높은 출력을 내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대세다. 연료의 연소 효율을 높여 엔진 성능을 강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이는 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2년부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채용했고 폭스바겐은 TSI란 고유의 직분사 터보 기술을 적용, 대중화에 성공했다.

트렌드 1. 엔진 다운사이징
낮은 배기량에도 높은 출력


BMW는 지난해 12월 기존 528i 6기통 3ℓ 엔진을 트윈파워 터보 기술을 장착한 신형 4기통 2ℓ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해 출시했다. 엔진 사이즈를 줄였지만 성능이 예전과 차이가 거의 없다. 비결은 자체 개발한 ‘오토매틱 에어플랩(지능형 공기 유입 제어장치) 시스템’ 덕분이다. 엔진의 온도와 주행 속도에 따라 에어플랩을 자동으로 열고 닫아 최적의 공기 흐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연비 효율을 꾀했다.

포드는 4.0ℓ 대형 엔진을 쓰던 SUV 익스플로러에 배기량을 절반으로 낮춘 2.0ℓ 에코부스트(터보) 엔진을 달았다. 기존 엔진보다 출력은 20% 이상 높였고 이산화탄소는 15% 줄였다.

국내에선 쏘나타, K5터보가 엔진 다운사이징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의 2.4 모델을 단종하고, 2.0 터보 모델을 새롭게 내놨다. 배기량을 2.4ℓ에서 일반 모델과 동일한 2.0ℓ로 낮췄다. 그럼에도 최고 출력(271마력)과 최대 토크(37.2㎏·m) 등 성능을 기존보다 30~40% 향상시켰다.

현대와 기아차는 2009년 엑센트부터 에쿠스, 포르테, K7까지 전 승용차에 GDi 엔진을 탑재하며 기존보다 연비를 10% 이상 높였다. 여기에 최근 터보차저 기술까지 도입, 가솔린 직분사 터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했다.

한국지엠은 연초 엔진 다운사이징을 적용한 2.0ℓ 디젤을 선보였다. 기존 2.4 가솔린, 2.2 디젤 모델에서 배기량을 줄이고 사륜구동(4WD)은 이륜구동(2WD)으로 대체해 가격을 2000만원대로 낮춰 상품성을 보강했다. 르노삼성차도 새해 중형 세단 SM5의 연비를 보강했다. 종전 12.5㎞/ℓ에서 14.1㎞/ℓ로 경제성을 높인 SM5 에코 임프레션(Eco-Impression)을 내놨다. 배기량 2000cc 승용차지만 휘발유 1ℓ로 14㎞를 달릴 수 있다고 밝힌다.

상대적으로 도요타·혼다 등 일본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집중하느라 엔진·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부문의 다운사이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를 만회하려고 요즘 신차 출시 때 다운사이징 모델을 같이 내놓는다. 한국토요타는 3월 초 신형 렉서스 GS350을 선보이면서 배기량은 줄이고 성능을 강화한 GS250 모델을 처음 출시했다. 주력인 350 모델이 3.5ℓ 6기통 엔진인 반면 250 모델은 2.5ℓ 6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파워트레인을 낮춰 라인업을 확대한 셈이다.

김성환 한국토요타 홍보 차장은 “다운사이징이 세계적인 추세인 데다 신형 BMW5와 경쟁하기 위해 6기통을 유지해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높이고 가격은 800만원 정도 낮춰 상품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GS250의 판매가격은 5980만원, BMW 528i는 6840만원이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도 엔진 다운사이징은 화제였다. 벤틀리 EXP 9F SUV 콘셉트카(시범모델)는 12기통에 6ℓ 엔진을 달았지만 양산 때는 8기통 4ℓ 트윈터보엔진으로 성능을 비슷하게 맞춘다는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도 고연비 엔진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기술을 적용한 소형 크로스오버실용차(CUV) 콘셉트카인 XIV-2를 내놓았다.

트렌드 2. 차량 경량화
2020년 플라스틱 차 등장


요즘 차량은 다이어트가 한창이다. 그간 차량 내 각종 편의장치가 증가하면서 차량 중량이 증가해왔다. 연비 개선을 위해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 경량 재료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새로운 생산 기법을 도입해 단 1㎏을 가볍게 만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존 강판을 사용하던 부품을 탄소강화섬유(FRP)로 대체하는 추세다.

현대모비스는 서스펜션으로 불리는 현가장치의 구성품을 기존 철에서 알루미늄 소재로 전격 교체하면서 기존 무게보다 30% 경량화해 15㎏ 이상 무게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에어백 커버와 쿠션을 감싸고 있는 장치(마운팅 플레이트)의 소재를 스틸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꿔 중량을 55% 감소시켰다.

아우디는 철로 만들어진 차량용 스프링을 FRP로 대체했다. 기존 무게(개당 2360g)보다 40% 줄였다. 전문가들은 차를 만드는 데 플라스틱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7%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2020년에는 차량의 대부분이 철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으로 FRP의 대량생산과 성형기술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중이다. 독일계 특수화학기업 랑세스는 업계 최초로 차량 전면부 부품에 유기 플라스틱과 금속을 결합한 소재를 만들었다. 기존 알루미늄에 비해서도 20%가량 무게를 줄였다.

유리아 랑세스코리아 과장은 “유기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해 금속자재보다 다루기 쉽고 무게도 가볍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내에서도 차량 경량화 관련주가 강세다. 주로 플라스틱 소재업체가 주목받는다. 현대EP, 코오롱플라스틱, 코프라 등의 주가는 연초 대비 30% 올랐다.

타이어 업계도 연비 효율을 추구한다. 오는 12월부터 국내 생산, 판매되는 타이어는 모두 라벨링제(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에 따라 타이어 에너지효율등급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타이어와 5등급 타이어의 연비 차이는 ℓ당 1.6㎞에 달한다. 연비가 14.7㎞/ℓ인 국내 중형차로 1년에 2만㎞를 주행했을 때 1등급 타이어를 끼우면 5등급 타이어를 끼울 때보다 기름값(ℓ당 2000원 기준)을 연 30만원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렌드 3. IT 연비기술
자동제어장치로 연비 효율 높여


연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IT 기술도 적용된다.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엔진 시동이 꺼지는 공회전제한장치(ISG·Idle Stop & Go, 잠깐용어 참조)도 많이 쓰인다. ISG 시스템은 차량의 기본 정보를 입력받아 자동으로 엔진을 켜고 끔으로써 실제 주행조건에서 약 5~15%의 연비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센서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은 고속도로에서 주행 속도를 자동 제어해 연료 소모를 줄인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로 운행돼 연비 효율을 높인다. 운전자를 연비형 운전으로 유도하고 학습시키는 방식도 보편화됐다. 경제운전알림시스템으로 알려진 에코인디케이터 시스템은 운전자의 현재 운전 상태가 고효율 조건인지 아닌지를 보여줘 사용자로 하여금 연료 효율이 높게 운전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잠깐용어 듀얼클러치변속기(DCT)
Dual Clutch Transmission. DCT는 두 개의 기어가 동시에 작동해 변속이 빠르고 연비가 우수하다.

잠깐용어 아이들스톱앤고(ISG·Idle Stop and Go)
주행 중 차가 서면 엔진 작동이 멈추고, 제동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재작동하는 공회전제한장치.

★연비왕 되는 운전습관 10계명

1. 경제속도(60~80㎞/h) 준수
정속주행을 하면 연료의 6% 정도를 아낄 수 있고 배출가스도 줄어든다.

2. 급출발, 급제동, 급가속 금지
반복할 경우 연료 소모가 많고 배출가스도 증가한다.

3. 불필요한 공회전 자제
5분 공회전을 하면 1㎞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연료가 낭비된다.

4. 정차, 공회전 시 기어는 중립
운행 중 신호대기와 같은 정차 시 기어를 중립으로 하면 최대 약 30% 이상의 연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5. 전기장치의 효율적 이용
정체 시나 경사로에서 히터, 오디오, 열선, 에어컨 등 전기장치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걸 자제한다.

6. 차량 무게 감소
차량에 10㎏을 싣고 50㎞를 주행하면 80cc 연료가 낭비된다.

7. 유사휘발유 사용 금지
유사연료와 인증받지 않은 첨가제는 차량을 노후화시키고 배출가스 를 증가시킨다.

8. 정보 운전 생활화
출발 전 도로와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 주행경로를 파악한다.

9. 관성운전 습관화
내리막길에서 연료차단기능을 활용하면 연료소비를 20% 이상 줄인다.

10. 차량 수시 점검
각종 오일류와 공기필터를 관리한다. 타이어 공기압도 적정으로 유지해 연비 향상을 꾀한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