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뉴스/2차전지(배터리)

전기車 배터리시장 `코리아 이니셔티브`

인산철뱅크 2009. 9. 7. 11:12

LG화학도 GM에 공급…2020년 150조 규모 시장
한국 빅2 좌지우지할듯

◆삼성SDI 배터리 BMW공급 의미◆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산업 미래를 완전히 바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현존하는 기술을 무력화시키고 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신기술을 가리켜 `와해성 기술`이라고 명명하고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차를 들었다. 그만큼 전기차가 몰고 올 산업적 파장은 엄청나다.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순수 전기차는 아예 가솔린 엔진이 없다.

전기차 경쟁의 핵심은 엔진이 아니라 안전성 높고 고용량인 배터리를 누가 만들 수 있느냐다.

삼성SDI가 3일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BMW의 차세대 야심작인 전기차에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게 된 것은 한국이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올해 초 LG화학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드는 전기차 `시보레 볼트(Chevrolet Volt)`에 리튬이온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한국 기업인 삼성SDILG화학이 향후 전기차시장을 좌지우지할 자동차업계 두 거물과 손을 잡았다는 얘기다.

◆ 합작 전략 통했다

= BMW가 일본과 미국 등 유수 배터리 업체를 뒤로 하고 삼성SDI를 선택한 배경은 뭘까.

업계에선 삼성SDI의 `합작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50대50으로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이번에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은 SB리모티브 손을 들어주며 "독일의 자동차 분야 경쟁력과 한국의 배터리 사업 노하우가 결합된 SB리모티브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결론내렸다"고 언급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시장에는 일본과 미국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IBM마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는 등 대부분 자국 내 자동차업체와 전지업체간 합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정부가 주도하는 첨단 전지사업에 무려 165개사가 사업 신청을 내는 등 관련 업체가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SDI는 보쉬를 파트너로 영입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미국 자동차용 배터리 업체인 `코바시스`를 전격 인수하는 등 외국 업체와 과감히 연대했다.

◆ `전지입국(電池立國)` 향하여

삼성SDI와 보쉬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합작사인 SB리모티브의 연구원들이 독일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리튬이온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SDI>
= 전기차시장은 말 그대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시장 규모는 169만대(2011년), 496만대(2015년), 1293만대(2020년) 등으로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덕분에 자동차용 배터리시장도 새로운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 업체들은 일본이 선점하던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와 다른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대부분 니켈수소배터리를 사용하는 반면 삼성SDILG화학은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든다.

현재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최대 15% 비싸지만 에너지 밀도나 출력에서 앞서 있고 크기도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폭발 위험도 적고 배터리 수명도 길다. 유럽이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리튬이온배터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패러다임이 니켈수소에서 리튬이온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세계 전기차시장을 한국 업체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만 한국이 자동차용 2차전지시장에서 반도체나 LCD 산업처럼 강력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차전지의 4대 재료라 불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은 일본 업체들이 거의 장악한 상태"라며 "핵심 자원인 리튬 확보도 과제"라고 말했다.

■ < 용 어 >

전기자동차(EV) = 가솔린 엔진 없이 순수 전기모터만으로 구동되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전혀 없어 궁극적인 친환경 자동차로 불린다.

리튬이온배터리(LIB) = 리튬을 이용한 2차전지로 니켈카드뮴 배터리보다 전압은 3배 높고 에너지 밀도도 뛰어나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도 용량 손실이 거의 없다.

[신헌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