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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녹색 심장’ 우리가 맡는다

인산철뱅크 2009. 8. 11. 16:00

한겨레    ③ 2차전지의 진화
» 2차전지 주요업체 경쟁현황
플러그 꽂아 충전 ‘2차전지’ 공급계약 성과
시장규모 지난해 7천억→2012년 3조 예상

이달초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지엠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지엠의 친환경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와 함께 엘지화학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을 특별히 무대 위로 끌어올려 소개했다. 전지업체가 단순 납품업체가 아니라, 그린카의 공동주연임을 알리는 자리였다.

예정대로 내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면 시보레 볼트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플러그인’ 방식을 쓰는 하이브리드(PHEV) 양산차종이 된다. 지엠의 ‘희망’인 동시에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여는 신호탄인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탄소 배출 없는 전기에너지로 엔진을 돌리는 ‘친환경’ 진화를 일찍부터 꿈꿔왔다. 그러나 몸 속 곳곳을 채우는 부품들의 진화가 없으면 이들의 ‘녹색 꿈’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엘지화학이 공급하는 2차전지(축전 가능한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자기 몸 속에 머금고 있다가 자동차 곳곳에 공급해 줄 그린카의 ‘심장’인 셈이다.

올해 초 지엠이 시보레 볼트 전지의 단독공급 업체로 엘지화학을 선정했다는 소식은 전세계 전지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사실 엘지화학은 1998년에야 리튬이온 전지 양산을 시작한 ‘후발주자’다. 그동안 세계 2차전지 시장은 니켈수소 기술로 노트북·휴대폰용 소형 전지를 주로 공급해 온 산요·소니 등 일본업체들의 독무대였다. 엘지화학·삼성에스디아이(SDI) 등 우리나라 2차전지 업체들은 90년대 일본업체들이 쓰는 니켈수소 전지보다 50% 이상 출력과 에너지가 좋은 리튬이온 전지로 뒤늦게 시장을 두드리며, 조금씩 소형 전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중대형 전기자동차용 전지 분야에서는 오히려 엘지화학이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엘지화학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상용화하는 업체가 됐다.

엘지화학 쪽은 “일찍부터 이 분야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연구개발 등을 꾸준히 펼쳐와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사업 초기인 2000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중대형 전지 연구법인인 시피아이를 만들었던 엘지화학은 이를 통해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6년 지엠으로부터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전지 개발을 권유받았고, 수십 차례의 출장과 상담 끝에 결국 올해 단독 공급이 결정됐다.

대표적인 화학기업으로서 쌓아온 소재에 대한 노하우도 기반이 됐다. 전지 안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망간계로 만들고 직접 특허를 받은 강화 분리막을 사용하며 폭발 위험이 적은 파우치 형태로 만드는 등 주동력원으로서 쓰이는 전지에 가장 필요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전지와 관련해 3천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재경 중대형 사업담당 상무는 “지엠 공급계약 성사 뒤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차별화된 소재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엘지화학은 국내에서도 오는 7월과 9월 양산 예정인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기아자동차 ‘포르테’에 2차전지를 단독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충북 오창 생산설비 증설 등에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엘지화학의 지엠 계약, 지난해 보쉬와 합작법인을 세워 2010년 하이브리드차용 전지 양산에 들어가는 삼성에스디아이(SDI) 등 우리 업체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일본 업체들도 점차 리튬이온 전지개발을 늘려가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전기자동차용 전지 시장규모는 지난해 7천억원 수준에서 2012년에는 3조2천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석유화학업체, 차세대 전지 개발 ‘잰걸음’

기존 에너지사업의 노하우를 살리며 새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석유화학 업계의 발걸음이 2차전지·연료전지 등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에스케이(SK)에너지는 리튬이온 2차전지 쪽에 개발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2차전지 분야에선 국내서도 후발업체지만 지난 2004년 사업에 뛰어들며 2차전지에 들어가는 부품인 ‘분리막’을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했다. 전지 속에서 양극과 음극을 차단하고 전자의 이동을 도와주는 분리막은 2차전지의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다. 일본 업체인 도넨과 특허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도넨의 특허를 무효화한 뒤 지난해부터 사업을 본격화시켜 지금은 청주 공장에서 양산하고 있다.

또 에스케이에너지는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 계획이다. 이미 에스케이에너지 기술원을 통해 실제로 자동차에 전지를 심어보는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며 2010년 양산 목표다.

지에스(GS)칼텍스는 2015년까지 연료전지 및 바이오연료 등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1조2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지에스칼텍스는 자회사인 지에스퓨얼셀을 통해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와 열을 일으키는 일종의 발전 시스템이다. 가정용으로 설치되면 도시가스만을 원료로 해 한 가정의 전기와 난방을 자급할 수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추진될 ‘그린홈 100만호 보급 사업’ 가운데 10만호가 연료전지로 설치될 예정이다.

지에스칼텍스는 또 자회사인 누리셀을 통해 종이처럼 얇고 폭발위험이 없는 전지인 ‘박막 전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