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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현대로템 국내 첫 ‘무인 화재 진압 로봇’ 시연장

인산철뱅크 2009. 4. 17. 13:37
[현장르포] 현대로템 국내 첫 ‘무인 화재 진압 로봇’ 시연장
2009-04-15 18:33:22

15일 오후 2시 봄비가 내리는 경기 의왕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연구센터. ‘쏴아아…’ 작은 전차처럼 생긴 무인 화재진압로봇 소방포가 불이 난 곳을 향해 물을 힘차게 뿜어낸다. 물은 70m까지 뻗어나간다. 차체 길이가 2.9m이니 자기 몸집의 25배에 달하는 거리다. 소방포는 340도 회전하면서 1분에 1000ℓ의 물을 발사했다. 순식간에 화재는 진압됐다. 물이 발사되는 동안 소방차량 몸체 주위는 미세한 물방울로 휩싸였다. 고온의 화재현장에서 차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이날 철도차량·방산업체인 현대로템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화재진압 로봇을 처음 공개했다.

이날 기자가 화재진압로봇 시연장까지 가는 1㎞ 거리는 무인 자율주행 차량로봇을 타고 이동했다. 싼타페 차 앞뒤에 장애물을 인식하는 6개의 레이저센서를 장착한 무인자율주행 로봇이다. 무인주행차량이 알아서 드라이브 기어를 걸고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장애물을 피해 시속 20㎞로 달렸다. 이 차는 현대로템과 국민대가 공동개발 중이다.

이날 현대 로템의 시연으로 무인 화재진압 로봇 상용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 로봇은 현대로템의 자율주행차량 기술과 전기동력장치 기술 등이 접목된 첫 전문서비스로봇이다. 현대로템이 지난 2004년부터 위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책과제로 공동개발했다. 화재 진압이 주목적이지만 차체의 기반기술을 활용하면 감시·정찰로봇, 무장공격이 가능한 전투로봇, 공항 조류퇴치 로봇, 지뢰탐지 로봇 등 다양한 민·군용 전문서비스로봇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또 사람이 탈 수도 있고 무인으로 원격조정도 가능하다. 차제가 작아 좁은 장소에서도 방향을 틀면서 살포할 수 있다. 주로 소방관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지역에 투입된다. 차체 보호를 위해 500도 가량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내열소재로 설계됐다.

이정엽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화재진압로봇은 차량과 로봇이 융합된 최초의 서비스로봇”이라며 “소방방재청 등 국가기관은 물론 백화점, 대형 마트, 병원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화재진압 로봇은 ‘미분무(微噴霧)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보통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입자보다 5분의 1 정도로 미세해 수증기 막으로 차체를 감싸 보호한다.

이날 시연회를 둘러본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은 “해외에 나가 우리 화재진압로봇에 대해 얘기하면 관심이 아주 높다”며 “우리나라에서 먼저 상용화한다면 세계시장에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이 같은 전문로봇을 국책과제가 종료됐다고 끝낼 게 아니라 정부에서 상용화를 위한 시범사업 등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진압로봇과 함께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량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위성항법 기반으로 차량이 움직이는데 올해 말엔 차량이 지형지도를 읽고 움직이는 고기능 자율주행기술이 실현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사진설명=15일 경기 의왕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연구센터 로봇시험장에서 화재진압 로봇이 가상의 화재 현장을 향해 힘차게 물을 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