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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 르노삼성 + GM대우 = 삼성차?

인산철뱅크 2009. 3. 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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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동차시장 재편 시나리오]

    중국, 글로벌시장 재편 시동…초대형 M&A 본격화 될듯

    [이코노미세계] 미국 발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규모화가 필수인 자동차산업의 특성과 맞물려 이번 위기는 기업 간 인수 합병을 촉진, 새로운 강자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자동차기업을 대표하는 GM은 미국정부에 자금지원을 하던지, 파산 시키던지 양자택일을 하라며 압박하고 한편으로 클라이슬러와의 합병을 진행 중이다. 

    또 중국과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인수전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각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감산, 공장 폐쇄, 인력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쌍용차의 경우 정부의 지원 여부가 코앞에 닥쳐있으며, GM대우도 정부의 직접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과정에서 노사정의 의견 불합치에 따라 우려되는 노사분규는 시장 재편에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자동차시장 재편 시나리오가 얼마나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글로벌 시장재편 첫 시동은 중국 = 현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구도에 새로운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곳곳에서는 이미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재편에 첫 시동을 건 곳은 중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5일,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인 지리자동차의 스웨덴 볼보차 인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리자동차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예상됐던 것으로 중국이 현재의 위기를 자동차산업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의 일부를 내보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볼보 지분 전량 인수협상은 국책 은행인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지원 등 중국정부의 절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대표 자동차 제조기업 GM은 77년 만에 일본 도요타에 업계 1위를 내주면서 글로벌 자동차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따라서 연료효율만 높고, 탱크와 같은 대형 미국차들이 효율성과 기술력에서 밀려 포드는 5위로 추락하고, 크라이슬러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은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선전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또한 이탈리아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35%를 인수하고, 현대차도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순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 신문은 세계 자동차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경우 업체간 초대형 M&A(인수합병)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 기술력 세계 최강’ 삼성의 3사 인수땐 경쟁력 충분

    ◆국내 시장재편 '태풍의 눈'은 삼성? =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 재편의 가상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여 지고 있을까? 그 핵심에는 삼성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내심 삼성의 시장 진출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가설이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대차그룹의 기아차 인수 사례를 그 배경으로 깔고 있다. 규모의 경쟁이 요구되는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지금 위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아차 인수가 커다란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IMF 환란이 코앞이던 지난 1997년, 화의에 들어간 '기아자동차 국제 공개입찰'에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당시 현대차는 채권 금융단으로부터 부채 7조1700억원 탕감 받는 조건과 1조1780억원을 투입해 기아차 주식의 51%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연간 생산규모가 108만대에 불과했던 현대차는 단숨에 208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9위의 자동차업체로 부상했으며, 이후 세계 5~6위 자동차기업으로의 성장을 견인한 원동력이 됐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 모기업이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도 매각은 없다는 GM대우, 조립생산체제에 머물러 시장 확대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르노삼성 등을 하나로 묶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전제로 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현재 현대차 그룹을 제외한 3사는 개별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규모에서 열악하다"며 "자동차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 할 때 국내시장에 강력한 새 경쟁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쌍용차의 경우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 부족으로 연간 생산대수가 25만대에 불과하고, GM의 글로벌 소형차제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GM대우도 생산량이 100만대에 그쳐 규모화를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또한 "르노삼성 역시 연간 생산대수가 30만대로 조립수준의 기술과 생산 규모가 작아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 삼성을 중심으로 한 업계 재편 시나리오가 더 한층 힘을 받는 이유는 자금조달 능력과 기술력,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등 어느 하나 뒤쳐질 게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쌍용차의 경우 엔진과 미션 등을 빼면 현대차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버린 쌍용차와 모기업이 파산이 거론되고 있는 GM대우, 르노차그룹의 조립부분만 수행하고 있는 르노삼성 등을 통합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3사에 대한 삼성그룹 인수설은 정부지원 아래,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술과 삼성물산의 글로벌 판매망,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의 자금 동원력 등이 더해진다면 현대차와의 경쟁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자동차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위기를 맞은 세계 자동차산업에 각국 정부는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국제무역기구의 공정거래 위반이어서 각국 정부는 직접 지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이 빅3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독일 역시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BMW, 폭스바겐에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후진국인 중국 역시 지원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난 IMF때처럼 정부가 삼성의 3사 인수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명분과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인 엔진 없이 전기자동차처럼 전기·전자 기술이 전체제조 과정의 70~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는 삼성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업계 재편 시나리오가 시장의 가설만으로 사라지기는 아깝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삼성의 내부사정, 각 사 노조와의 합의 등 수많은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 상 당장 어려움에 처한 쌍용차의 법정관리에 따른 지원과 GM대우의 정부지원요구 등 이들 업체들에 대한 처리를 결정해야 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대우차와 쌍용차를 해외 기업에게 매각하면서 뼈저리게 얻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의 자동차업계 통합운영이 당사자들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현실화 될 경우, 국내자동차 산업은 현대와 삼성이라는 2강 구도로 정리된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글로벌 자동차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정서다. 국내 항공산업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팽팽한 경쟁 속에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난 사례처럼 말이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