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 분야 도려내고 태양전지·환경차 등 재생에너지 집중
일본 제조업이 '이중(二重)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낙후 분야에 대해선 인정사정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신(新)산업 투자에 기업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 '신산업'이란 재생(再生)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녹색(green) 분야.
일본 최대의 전자기업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은 지난 4일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 3800억엔(5조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예상'을 넘는 큰 폭이었다.
하지만 적자액의 90%(3450억엔)가 '구조개혁 비용'이었다. 낡은 분야의 설비와 인력을 줄이는 데 쓰이는 비용을 말한다. 너도나도 적자를 내는 판국이니, 이번 기회에 눈치 안 보고 낙후 분야를 도려내겠다는 뜻이다.
이런 파나소닉이 지난달 19일 오사카에서 리튬이온전지(電池)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투자액은 1000억엔(1조5000억원). 파나소닉이 합병할 예정인 산요(三洋)전기는 11일 "태양전지 공장을 신설해 생산 능력을 2배로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일본 석유업체인 신니혼(新日本)석유와 함께 1000억엔(1조5000억원)을 투입해 박막형(薄膜型) 태양전지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지 보름 만이다. 낙후 분야를 도려낸 자리에, 신산업을 이식(移植)하는 모습이다.
닛산은 1000억엔(1조50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던 리튬이온전지(전기차의 에너지원) 양산도 1년 앞당겨 2011년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닛산의 의도는 '정부 돈'이다. 환경차 개발과 생산에, 미국 정부는 250억달러(약 35조원), 유럽은 50억유로(8조5000억원), 중국은 100억위안(2조원)을 지원금으로 내놓고 있다. 따라서 빨리 뛰어들어 '임자 없는 돈'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닛산은 곧장 미국 정부의 저리(低利)융자제도 적용을 신청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녹색 산업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금액은 1500억달러(210조원).
다이와(大和)총연(總硏)의 샤오 민제 투자전략부 부장은 "최근 각국 정부의 경기 대책을 보면 녹색 분야가 IT에 이은 '황금광(黃金鑛)'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며 "일본 기업의 최근 파상적인 구조조정은 황금광으로 달려가려고 군살을 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한국 기업의 체질이 강해진 것처럼 지금 일본 기업은 엔고 위기를 '체질 개혁'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3대 자동차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혼다가 세계적 자동차 레이스 'F1'에서 탈퇴한 일은 일본의 변신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준다. 'F1' 참가는 혼다가 세계 자동차기업으로 발돋움한 상징이었다.
혼다는 이 20세기의 상징을 내다버리고, 이달 최고 연비 L당 30㎞의 저가형 하이브리드자동차 '신형 인사이트'를 발매했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은 "신시대로 이행하는 혼다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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