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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방울 없어도 '행복한 나라'

인산철뱅크 2009. 2. 21. 16:26

없는 에너지도 만들어 낸다 '이스라엘의 지혜'

오전 7시. 비행기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의 벤구리온 공항에 접근하는데, 지상을 내려다 보니 도처에서 빛이 번쩍 번쩍한다. 수없이 많다. 새벽이 지났고 밤을 밝히던 불이 꺼졌을 시간인데, 이게 뭔가 싶다.


답은 텔아비브 시내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신재생 에너지 기업인 'IC그린 에너지'의 사미야 욤 톱(Yom Tov) CEO는"수많은 주택의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열 패널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제1차 오일 쇼크가 닥친 1970년대 이스라엘은 9층 이하 주거용 빌딩에 대해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 공급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던 것.


이스라엘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며, 주변을 둘러 싼 중동 산유국 중 상당수가 적대국이어서 석유를 팔지도 않는다. 결국 멀리 북해(北海) 유전에서 석유를 사다 써야 한다. 이스라엘이 신재생 에너지에 남다른 관심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3차 오일쇼크로 일컬어질 정도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급등하면서 이스라엘의 대응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는 이스라엘에서 석유 이후의 경제, 즉 저(低) 탄소 경제를 살아가는 지혜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지난 1월 시몬 페레스(Peres) 대통령은 "향후 수년 이내에 석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고, 10년 이내에 석유 의존 경제에서 완전 탈피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석유를 사용한 전기 생산은 2020년까지 중단하고, 대체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율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석유 의존을 줄이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태양 에너지 발전이 그 하나이고, 전기자동차 보급이 다른 하나다. 둘 다 관(官) 주도가 아니라 민관(民官) 협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이스라엘의 네게브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반사경(heliostat)들. 이 장치는 태양을 따라 움직이며 태양광을 반사해 중앙에 위치한 탑으로 보낸다. 태양광은 한데 모여 고열을 내며 에너지로 전환된다. 블룸버그

■"10년 안에 석유 의존경제 완전 탈출"
이스라엘 전력청은 지난달 2일 가정에서 지붕에 태양광(太陽光) 패널을 설치, 전기를 생산할 경우 이를 비싼 값에 사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h당 2.01셰켈(약 622원)을 준다.


욤 톱씨는 "그동안의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 공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많은 주택의 지붕을 발전소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농장의 빈터, 사막, 공공 건물의 옥상을 임대한 뒤 태양광 및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이스라엘 땅 전역을 발전소로 바꿀 사업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루살렘 시 환경국의 길 라이히만(Reichmann) 국장은 "일단 공립학교 지붕에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시설을 짓고 운영하게 되며, 시는 이익의 일부를 받는다. 1000개의 학교에 시설을 구축, 연 1억 셰켈(약 307억원)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시는 발표했다.


가정용 태양광 패널 분야에서 이스라엘의 양대 업체 중 하나인 '솔라파워'의 알론 타마리(Tamari) 공동 대표는 "향후 수년 이내에 2~5㎾ 정도의 발전 용량 시설을 갖춘 주택이 수만 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설치비 6만(약 1800만원)~15만셰켈(약 4600만원)은 은행이 지원하되, 예컨대 초기 10년간의 전기 판매 대금은 은행이 가져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남부 네게브 사막에 125 MW 규모의 대형 태양열 발전소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국제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인프라부의 헤지 쿠글레르(Kugler) 차관은 "햇볕이 많은 게 이스라엘로서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3년 후 이 나라, 주유소가 사라진다
쿠글레르 차관은 "이스라엘에서 반기문을 이어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나올지 모른다"고 피식 웃었다. 그가 얘기한 사무총장 후보는 바로 이스라엘 출신 벤처 기업인 샤히 애거시(Agassi)이다. 실리콘 밸리 소재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인 '프로젝트 베터 플레이스'(Project Better Place)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지난 1월 "2011년 이스라엘에서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업 첫 해인 2011년에 1만~2만대의 전기 자동차를 보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여러 기업이 개발하고 있으나, 장거리 주행 시 중간에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는 점이 대량 보급을 가로 막는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애거시는 이 점을 감안, 국토가 그리 넓지 않은 이스라엘 전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충전소 및 교환소 네트워크를 일시에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1월 전기자동차에 대한 판매세를 12%에서 10%로 낮춰(2011년부터)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이 프로젝트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현재 일반 자동차 세율은 78%, 하이브리드카는 30%이다.)


애거시는 이스라엘 최대 그룹인 '이스라엘 코퍼레이션'과 미국 투자 은행인 모건 스탠리 등으로부터 2억 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 받았고, 2010년까지 관련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는 르노-닛산이 공급하기로 했다. 

취재 협조 KOTRA 텔아비브 무역관(관장 이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