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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 성장에 전력산업 지각변동 시작

인산철뱅크 2016. 10. 7. 14:16
전기차・ESS 확대, 송배전 중심의 전력산업 패러다임 변화 가져와
獨・中・美 등 대규모 투자 자체 배터리공장 구축 주도권 경쟁 나서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공장 기가팩토리 전경(사진=테슬라)

최근 몇년새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산업은 단연 배터리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코캄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도 배터리 기술개발, 생산에 나서고 있다. 미래 전력산업, 전자산업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는 기존의 발전, 송·배전 중심이었던 전력산업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전기차와 ESS의 핵심은 결국 배터리, 저장 기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도 모든 영역에 걸쳐 배터리가 연관될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산업에서 ESS 활용도 점차 증가
국내 전력산업에서 배터리의 활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ESS는 전력산업에 깊이 관여되고 있다. 


한전의 500MW 규모 주파수조정(FR)용 ESS는 물론, 앞으로는 신재생에너지에도 ESS를 연계해 규모를 더욱 키워갈 방침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출력이 일정치 않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에 ESS를 연계하면 전력 품질을 안정시키고, 경제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신재생연계형 ESS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풍력발전용 ESS에 REC를 부여했고, 올해는 태양광발전용 ESS도 REC를 주기로 했다.


신기후체제의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상황에서 ESS의 동반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히 제품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전력서비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SS 전용 전기요금이 등장하고, 수요관리에도 적용되는 등 정부는 ESS 활용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SS 업계 관계자는 “ESS는 초기 시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많은 활용방안이 존재한다”며 “일단은 ESS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수요관리 부문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전력산업계도 ESS에 주목하고 있다. 한전, 발전사 등 전력공기업과 중전기기 업체는 물론, 변압기, 조명, 시공업계까지 ESS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모 중전기기 업체 관계자는 “최근 ESS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 중”이라며 “ESS가 전력산업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SS가 전통적인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자 업계도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ESS를 구성하는 배터리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한계는 명확하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셀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서도 배터리 산업 중요성 인식, 주도권 확보나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배터리의 중요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2015년 기준 리튬이온배터리의 88%는 한국, 일본, 중국에 집중돼 있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도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에 활용될 배터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독일의 BMZ는 2015년 2월경 2020년까지 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연간 2억개의 배터리팩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뿐 아니라 중국, 미국, 폴란드에 약 12만㎡의 생산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추가 증설도 가능한 상황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을 위해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수십억유로를 투자해 자체 배터리 공장 구축을 검토 중이다. 공식적으로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문은 무성했다. 배터리 공장부지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향후 10년간 총 30종의 플러그인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간 3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현재 전 세계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물량의 6배 이상이 폭스바겐에서 사용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일부 배터리 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생산과 더불어 전기차까지 직접 생산하며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중국의 BYD 역시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올해 30~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대표적인 배터리 솔루션 기업이다.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150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고, 가정용·빌딩용 ESS도 공개했다. 


지난 8월에는 자회사인 ‘솔라시티’를 인수하며 전기차, 태양광 발전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마친 테슬라는 태양광 발전과 ESS를 접목한 서비스를 공급할 방침이다.


김경연 연구원은 “테슬라는 자동차와 에너지서비스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업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며 “충전인프라와 ESS를 중심으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산업 사라지고 전지산업 진흥이라는 지적도


이처럼 배터리 산업이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배터리는 전력산업보다는 전지산업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내에서도 전력진흥과는 전력산업을 맡고, 전자전기과가 전지산업 육성을 맡고 있다.
하지만 전력진흥과가 내놓는 전력산업 정책이 사실상 전지산업 진흥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진흥과가 전력산업을 하는 건지, 전지산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전력산업계 전문가도 있을 정도.


실제로 전력진흥과가 최근 내놓는 에너지 정책을 보면 에너지신산업 관련이 많은데 배터리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와 에너지 산업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전력산업은 뒷전이고 지나치게 배터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SS 보급에 집중하느라 정작 전력산업에는 손을 놓고 있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력산업계 모 교수는 “배터리가 앞으로 전력산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수준의 ESS를 공급해야지 무분별하게 보급만 하다가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작성 : 2016년 09월 01일(목)      위대용 기자 wee@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