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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는 안전할까

인산철뱅크 2016. 10. 7. 13:41

삼성 갤러시노트7 화재사건 이후 배터리에 대한 우려 높아져
전기차 화재 종종 발생, 배터리 안전성 강화 주요이슈로 부상


지난 9월 2일 고동진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 사장이 긴급설명회에서 갤럭시노트7 발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문제로 발화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전면리콜이라는 강수로 대응했지만 미국, 중국 등에서 사고 사례가 발생하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사용중지를 요청했다. 10월 1일부터 문제가 해결된 노트7의 일반판매를 재개했지만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배터리 발화 사건이 발생한 뒤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배터리와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의 제조방식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보다 용량이 큰 전기차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 화재가 아닌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 전기차 같은 배터리 적용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배터리의 대부분은 리튬이온배터리다. 다른 배터리 기술에 비해 밀도가 높고, 가격도 경제적이다. 이 때문에 갤럭시 노트7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간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배터리 셀 안에는 전류가 흐르는 전해질이 있는데 리튬이온이 이 전해질을 타고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분리해 리튬이온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을 경우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 기술이 중요하다. 이번 갤럭시 노트7 화재사건도 분리막 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 사장은 지난달 2일 긴급설명회에서 “셀 제조 공정상의 미세한 오차로 인해 음극과 양극이 만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며 “배터리 셀 내부에 음극과 양극 사이 극판 눌림 현상과 절연테이프 건조 과정의 수축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에 따르면 개발 과정이 아니라 실제 공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삼성SDI가 중국 공장에서 제조한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배터리는 극소수라고 하지만 화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전기차용 배터리에서도 분리막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전기차 화재 꾸준히 발생, 문제제기 이어져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대용량 배터리인 만큼 스마트폰과는 비교가 안되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고, 전기차 화재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테슬라가 출시한 모델S는 2013년 차량 내 배터리가 도로에 있는 날카로운 물체에 찔려 두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당시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전기차의 화재 가능성이 훨씬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올해 8월에는 프랑스 시험운행하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자 차에서 큰 소리가 났고, 5분 만에 전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배터리 전문가는 리튬이온의 특성상 발화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주행거리, 에너지소비효율, 최고속도 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의 대용량화, 고출력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폭발사고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에는 중국 BYD 전기차가 교통사고 이후 발생한 화재로 전소하면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JAC의 전기차 iEV5가 고온으로 인해 배터리가 자연발화하면서 불에 탔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3건의 전기버스 화재사고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의 연소 속도가 워낙 빨라 위험하다고 판단, 해당 배터리에 대한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소재인 삼원계 양극재를 적용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이 자국의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배터리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안전을 앞세운 중국의 대응에 속수무책인 것도 사실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어쨌든 중국 정부가 배터리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이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배터리 기술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리튬이온배터리 보다 안전성 높인 대체 기술 개발해야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 이슈로 인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고체, 레독스플로우, 리튬설퍼, 나스(NaS), 커패시터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배터리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실증단계에 머물고 있거나, 초기 단계에 불과해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로선 리튬이온배터리가 에너지밀도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고,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이상은 리튬이온배터리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기술은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대체 기술의 대부분은 일본이 선제적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기술력도 한참 앞서는 상황이다. 다만 안전에 대한 이슈가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최근 들어 나오고 있다.
모 대학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하락, 안전성 강화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에서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서 기술개발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제조회사들도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총력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성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도 보완되고 있는 추세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고성능일수록 저장된 에너지가 커지고 사고가 났을 때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회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전기차용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2004년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을 코팅해 열적, 기계적 강도를 높이는 기술인 안전성강화분리막(SRS)을 개발했다. SRS 기술은 나노 세라믹 코팅을 적용해 배터리의 내구성과 내열성을 강화하고 이온이 잘 통하는 다공성 폴리올레핀(PO) 소재로 배터리 내부의 전기적 단락을 감소시킨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이온 분리막(LiBS, Lithum-ion Battery Separator) 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신규 설비 투자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서 폭발과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코팅 분리막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알루미늄 케이스에 배터리 소재가 들어간 캔(Can) 타입이다. 캔으로 둘러쌓인 덕분에 진동이나 외부 충격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또 울산사업장에는 배터리 내구성 시험을 할 수 있는 안전성 평가동을 갖추고 있어 전기차용 배터리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다.

배터리셀 구성도
위대용 기자 wee@electimes.com          작성 : 2016년 10월 06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