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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WAR] ③ 한중일 삼국지…삼성·LG·SK 설 자리는?

인산철뱅크 2016. 8. 10. 17:47

③테슬라 물량공세에 中정부 파격지원…등 터지는 韓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6-08-03
편집자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전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야심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를 첫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흔들겠다고 나섰고, 중국 BYD는 무섭게 약진하고 있다. 일본 소니의 배터리 사업을 인수한 무라타도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과 LG, SK로 대표되는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정부의 차별적 규제로 속을 끓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한 배터리 세계 대전을 짚어본다.

 

배터리 전쟁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3개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한중일 '삼국지' 구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테슬라와 손잡은 일본 파나소닉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물량공세로, 중국 비야디(比亞迪·BYD)는 중국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을 주무대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지위와 경쟁력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중국은 막강한 정부 지원과 시장을 무기로, 일본은 강력한 원천기술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체도 나름의 강점을 발굴해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섭게 크는 中…든든한 정부 지원에 내수시장 정조준

중국은 2020년 전기 자동차 50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전기 자동차 37만대를 생산했으며, 올해는 70만대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핵심부품인 배터리 시장 성장도 가파르다. 지난해 배터리 공급량은 약 19.8GWh였지만, 올해는 40GWh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BYD는 전기차 배터리 및 각종 전장부품을 그룹 내에서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Qin과 전기차 E6, 대형 전기 버스 K9 등 BYD의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모두 자체공급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1995년 휴대폰 배터리 제조회사로 처음 시작한 BYD는 2003년 중국 자동차기업 친추안 자동차를 인수하고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기술에 힘입어 전기차 기업으로도 성공했다. 지난해 6만1772대의 전기차를 팔아 미국의 테슬라(5만557대)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선두를 기록했다. 

이밖에 휴대전화 부품 등도 생산한다. 이같은 성장세를 눈여겨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08년 지분 9.9%%를 사들이며 BYD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엔 삼성전자까지 BYD에 지분투자를 결정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부품 최강자 일본…기술력으로 승부수

일본도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와 토요타를 고객으로 둔 파나소닉 외에도 '무라타'(Murata)가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커패시터(Capacitor) 시장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소니의 배터리 사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무라타가 인수한 '소니 에너지 디바이스'는 PC나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조하고 있으며, 이 사업부문의 자산규모는 약 400억엔(43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일본 무라타의 등장이 업계를 긴장시키는 이유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 세계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MLCC는 제품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특히 전력이 끊길 위험에 처했을때 높은 출력으로 전력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 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꼽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전기 운송 수단의 미래는 배터리가 아닌 슈퍼커패시터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 '무라타' 공식 홈페이지. © News1

삼성전기의 경우 MLCC를 주로 스마트폰용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용 MLCC 시장은 일본 무라타와 티디케이(TDK)가 과점하고 있다. 무라타는 자동차용 MLCC, EMI필터, 자동차용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센서 등 전장부품 을 중심으로 고속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한 와이파이모듈과 모바일용 MLCC 등 모바일 부품과 함께 전장부품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커패시터 기술을 모두 확보한 무라타는 이미 전장부품 시장에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어 삼성SDI와 LG화학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과 직결되는 전장부품의 경우 시장의 신뢰와 고객들의 레퍼런스가 아주 중요한데 '무라타'는 이미 전장부품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어 배터리 기술과 결합한 제품군이 출시되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배터리 불안한 글로벌 1위 

중국과 일본의 약진 속에 한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불안한 글로벌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중국 현지 공장까지 지으며 중국 투자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정부가 국내 배터리제조사의 기술 방식인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급 지급을 중단했고,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서도 탈락시키는 쓴맛을 안겼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중국정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달로 예고된 배터리 모범규준 5차 인증도 준비 중이지만, 배터리 공식인증이 길어지다보니 중국내 전기차 제조사들의 이탈도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미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EV6S'를 출시한 장화이자동차(JAC모터스)는 최근 해당 모델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낮다. 올 1∼5월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본 파나소닉(32.5%)과 중국 BYD(15.1%)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BYD는 지난해 같은 기간(7.3%)에 비해 점유율을 대폭 늘렸다. 국내 업체들은 LG화학 5위(7.8%), 삼성SDI 6위(5.2%), SK이노베이션 8위(2.9%)에 그쳤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이렇다할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투자를 통한 자체 기술력도 확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약진 속에 한국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언제 도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며 "정부차원의 지원이든, 확실한 기술력이든 독보적인 경쟁력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