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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립섬 성공, PPA 체결에 달렸다

인산철뱅크 2016. 2. 12. 15:12

PPA계약 어떻게 체결하느냐에 따라 사업향방 결정
계약 체결하면 20년간 수정 불가⋯한전·사업자 양 측 다 신중 
지난해 제정한 산업부 고시 시행 늦어진 것도 원인


지난 2014년 10월 친환경 에너지자립섬으로 조성된 전라남도 진도군 소재 가사도. 가사도에는 풍력 400kW, 태양광 314kW, ESS3MW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조성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조성계획에 따르면 울릉도는 지난해 10월 착공, 다른 5개 섬은 세부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하지만 아직 전력구매계약(PPA)도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조성사업은 경유로 운전하는 도서 지역의 디젤발전기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육성하는 에너지신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정부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각 도서지역의 전력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까지 선정된 지역은 울릉도, 덕적도, 조도, 거문도, 삽시도, 추자도 등 6곳이다. 


울릉도는 한전, LG CNS, 경상북도, 도화엔지니어링이 합작해 만든 주식회사 ‘울릉에너피아’가 담당하고 다른 섬은 KT, LG CNS, 우진산전, 포스코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자들은 해당 지역에서 발전사업자로서 전기를 생산해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에 판매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계약이 PPA 계약인데 아직 단 한곳도 PPA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는 없다. 


정부는 2016년에도 에너지자립섬을 추가로 선정한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사업부터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사업자 PPA 계약 두고 줄다리기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PPA 계약에 있다.


PPA 계약은 발전사업자가 총 20년간 도서지역에서 발전한 전기를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에 판매하기 위해 체결하는 계약이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수익성이 우선시되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기를 구매하는 한전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PPA 계약은 한번 체결하면 20년 동안 손댈 수 없다.


울릉에너피아 관계자는 “PPA 계약을 어떻게 체결하느냐에 따라 20년짜리 사업의 향방이 결정된다”며 “이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최대한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고, 한전도 계약 조건을 유리한 쪽으로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PA 계약은 용량요금과 전력량요금 두 가지로 결정된다. 용량요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의 건설비용 회수를 위해 발전사업자가 한전에게 받는 금액이다. 


용량요금에는 발전설비의 감가상각비, 투자보수비, 사전투자비 등이 포함된다. 
전력량요금은 발전사업자가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고 받는 금액을 말한다.


산업부는 PPA 계약 체결 기준 마련을 위해 지난해 4월 도서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전력거래 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 이 전력 거래 지침의 시행이 늦어지면서 PPA 계약도 늦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달 중으로 전력 거래 지침이 시행되면 PPA 계약도 속도가 날 것”이라며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PPA 계약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렁이는 유가 따라 사업성도 흔들
PPA 계약이 늦어진 데에는 저유가의 영향도 있다. ‘농어촌 전기공급사업 촉진법’에 따르면 전기판매사업자가 발전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전기요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도서지역 전기공급은 한전이 맡았는데 전기판매수입보다 더 발생하는 비용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전 받았다. 


에너지자립섬도 마찬가지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지원받게 된다. 그런데 지원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유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자립섬 사업자도 유가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즉, 저유가가 지속되면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용량요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처음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발표된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두바이유 기준)였는데 불과 1년새 절반으로 떨어졌다. 


에너지자립섬 사업의 구축비와 운영비용을 추산하려면 디젤 연료비 가격을 계산해야 하는데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것이다. 


처음 사업계획을 세울때만 하더라도 수익성이 보장됐는데 1년새 상황이 달라지자 사업자들도 유가 변동성을 PPA 계약에 반영하기 위해 신중한 모양새다.


에너지자립섬 참여기업 관계자는 “향후 20년간 유가 변동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PPA 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유가 변동성이 너무 큰 게 사실”이라며 “현저하게 유가가 하락했을 때 사업자들의 손해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에너지신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운영비가 디젤발전 운영비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게 에너지자립섬 사업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원방안은 없을 것”이라며 “유가 변동의 불확실성은 누구도 알 수 없고 담보할 수도 없는 문제라서 한전과 사업자가 PPA 계약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성 : 2016년 02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