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23년 만에 핀테크 혁신으로 인터넷은행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전력산업에도 인터넷뱅킹와 유사한 혁신 사례가 있다. 이미 1년 전 개설된 수요자원 거래시장(이하 수요시장)이다. 수요시장이 개설되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전기소비자 즉, 국민은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존재였으나 지금은 전기를 아낀 만큼 전력시장에 팔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력 프로슈머’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수요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달성했다. 수요시장 규모는 150만㎾에서 289만㎾(원자력발전기 100만㎾ 세 대 수준)로 93% 성장했고 시장에 참여한 전기소비자 수도 861개소에서 1524개소로 77% 증가했다. 전기소비자의 적극적 참여에 따라 1년간 7만9949㎿h 아낀 전기가 시장에서 거래됐고 이는 세종시 인구가 약 4.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수요자원 거래시장 성공은 정부의 수요관리 중심 에너지 정책 전환에 기반을 둔 정부3.0 기본 철학인 시장개방·협업과제·정보공개에 따른 결실로 평가된다.
수요시장으로 수십년 간 굳게 닫혀져 있던 전력시장 문이 국민에게 활짝 열렸다. 시장에 참여하는 국민은 가격신호에 반응해 자발적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전기소비를 절약한 만큼 보상해준다. 특히 국민 개개인의 불확실성을 수요관리사업자 운영 노하우와 ICT를 융합해 연간 평균 감축이행률 110% 이상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입증했다.
수요시장 성공은 모든 시장 참여자 협업의 산물이다. 전력거래소, 지자체(서울시), 수요관리사업자(에너낙), 서울 그린캠퍼스협의회(대학교)가 추진한 서울시 그린캠퍼스 가상발전소 프로젝트는 대표적 협업사례다. 전력거래소는 수요시장 진입기준을 완화하고 서울시는 서울 그린캠퍼스협의회에 참여를 독려했다. 수요관리사업자와 대학교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16개 대학교로부터 총 5.6㎿ 수요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수익을 창출하고 지자체와 대학교는 에너지복지 및 에너지효율 향상 등한 재원을 마련했으며 국민은 온실가스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전력거래소는 다양한 사업자가 수요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지금도 무료 교육을 지원하고 전력수급 앱을 개발해 실시간 수급정보를 제공하고 시장 참여자와 모바일 밴드로 실시간 정보 제공 및 소통하고 있다. ICT 서비스 발전으로 홍보와 교육, 관련 정보 공유도 과거보다 훨씬 간편해 졌다.
새해에는 수요시장에 참여하는 전력 프로슈머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바다. 이미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사업자와 일자리가 등장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참여 DR(Demand Response) 활성화’ 정책을 밝힌 바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시설이 수요시장에 참여하지만 앞으로는 주택, 소규모 상가 등 모든 국민이 수요시장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전력을 사고파는 ‘전력 프로슈머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양민승 전력거래소 시장개발처장 helios@kpx.or.kr
수요자원이란 공급자원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전력산업을 공급 측면의 단방향에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공급과 수요의 양방향으로 개념을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공급 측면만을 고려한 전력 수급은 전력수요의 증가에 맞추어 공급설비인 발전설비, 송배전설비를 어떻게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증설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이런 공급 위주의 방식은 환경을 중시하는 세계적 시류와 님비NIMBY 현상으로 일컬어지는 지역이기주의가 맞물려 점점 어려움을 더해 가고 있다.
반면 수요자원을 이용한 전력수급은 수요의 증가에 맞추어 공급을 늘리는 수동적인 수급정책이 아니라 전기사용자들이 전기사용을 자발적으로 관리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전력 소비는 동·하계에 발생하는 피크 수요를 줄여, 신규 발전소 건설을 억제하고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하며 전력산업의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게 한다.
수요관리의 효과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공장의 예를 들어본다. 이 공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은 여름 한 철에 하루 100개씩 팔리고 그 외의 계절엔 하루 30개 정도 팔린다고 한다. 이 아이스크림 공장은 여름철 모든 고객에게 아이스크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1일 100개를 만들 수 있는 설비와 종업원을 1년 내내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비용은 아이스크림 가격에 포함돼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만약 아이스크림의 수요가 계절마다 차이가 없다면 어떨까. 사계절 내내 하루에 50개씩 팔린다면 100개 만들던 설비도 반으로 줄일 수 있고 종업원의 수도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또한 모든 종업원과 설비는 쉬지 않고 계속 생산에 참여할 것이니 아이스크림 공장의 효율은 높아지고 제품의 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이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의 전력산업과 유사하다. 피크시기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 및 인력 투자, 피크시기의 고비용 연료 사용 등이 그것이다. 아이스크림의 수요를 조절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듯이 전력수요를 조절하면 이와 같은 전력공급의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럼 수요자원 거래시장 개설 이전의 수요관리제도와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거의 수요관리제도는 전력시장과 분리돼 운영됐고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전력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전력시장은 전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거래량과 가격이 결정된다. 만약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가 감소된다면 전력시장의 거래량도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시장가격도 낮아져야 할 것이다. 수요자원 거래시장 이전의 수요관리는 전력시장과 분리돼 운영됐기 때문에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연결고리가 없었고, 수요 절감의 효과가 전력시장의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반면 현행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수요절감으로 인한 효과가 전력시장의 공급비용 절감으로 연결되도록 거래 메커니즘이 만들어져 있다.
수요자원 거래는 수요자원의 구성, 거래 전반에 걸친 모든 활동을 민간 수요관리사업자에게 맡겨 정부의 보조금 없이 지속 가능한 민간중심 신사업으로 만들었다. 한편, 수요시장은 에너지, ICT, 서비스가 융합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형 전원 등 에너지 신산업과의 결합이 가능해 향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위해 참여고객 다양화, 수요관리사업자의 역량 강화,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기술 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전력산업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신산업이며, 창조경제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공급자원에 버금가는 신뢰성 있는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수요관리사업자가 모집하는 고객은 산업체라는 대규모 전기소비자에 집중돼 있어 일반 국민이 수요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주택, 가게 등 일반용 전기소비자를 위한 제도를 포함하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중장기 육성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자들은 용량이 적기 때문에 수요관리사업자가 이런 소규모 수요자원들을 모아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제도가 검토되고 있다. 상가, 아파트, 학교 등 다양한 전기사용자들이 수요시장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또한 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에너지신산업을 활용한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수요반응 사업을 육성하고, 수요관리사업자가 에너지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즉 수요자원에 첨단계량인프라AMI, 마이크로그리드, ESS, 분산형 전원,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가 결합됨으로써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고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수요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적인 시장의 규모와 보상 수준에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시장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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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4 09:5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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