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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 하는가

인산철뱅크 2008. 12. 9. 10:08

·         왜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 하는가     08.11.07 17:51
고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들었던 말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요즘이다. “지금보다 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한다면, 아마 세상 돈을 다 쓸어 담을 것이다”라는 화학 선생님의 말이었다. 그 당시는 그런가보다 하고 한 귀로 흘렸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아마 배터리를 지칭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에 들었던 말이 이제 와서 다시 생각나는 이유는 배터리가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것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정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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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지금은 극히 혼란의 시대이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곧바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쳐왔다. 이런 요소들은 판매 하락으로 직결돼 자동차 회사들은 대단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악재가 겹치지 않았어도 자동차 회사는 도전의 시간을 맞고 있다. 양 대륙의 규제를 맞추는 것만 해도 굉장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의 가장 큰 덕목은 좋은 연비와 낮은 배기가스이고 이것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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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개발에 있어 좋았던 시절과 지금은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있는 것의 개량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내연기관의 효율 향상만 갖고는 규제를 맞추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지금 나와 있는 하이브리드와 클린 디젤로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위 말해 난세의 영웅이 필요한 시점인데, 어디 영웅이 쉽게 나오는가
?

공해 없는 탈 것을 위해 많은 대안들이 제시돼 왔었다. 모터쇼에 나왔던 수많은 컨셉트카만 보면 당장이라도 뭔가 나올 것만 같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결과물은 없다. 20세기의 모터쇼는 친환경 컨셉트카가 득세를 부렸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결국 있는 기술의 개량에 집중하고 있다. 90년대 초, 벤츠는 2000년대 초가 되면 연료 전지 상용화를 자신했고 다른 메이커들도 수소 등의 기술을 제시했지만 아직은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다. 시쳇말로 나와야 나오는 것이다. 상용화가 되어도 보통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자동차가 되기까지는 또 얼마의 시간이 걸려야 하는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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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오르고 경제가 나빠지면서 소비자는 연비 좋은 소형차로 눈을 돌린다. 이제는 미국 CAFE와 유럽 CO2 규정이 아니더라도 친환경 차를 내놓아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로써 가까운 미래에 실행 가능한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이다. 이중 전기차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 조건이 있다. 배터리의 성능이 따라와 줘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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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 해도 전기차가 이렇게까지 조명을 받진 않았다. 너도나도 전기차를 내세우는 것은 위기가 본격화된 올해부터이다. 역시 궁해야 기술이 개발되는 것이다. 알다시피 전기차의 역사는 내연기관 이상이다. 그럼에도 철저하게 마이너에 머물렀던 이유는 내연기관이 눈부신 발전을 하기도 했지만 배터리의 성능 개선이 더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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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은 작년 초 볼트 컨셉트카를 내놓으면서 2010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 말은 ‘그때까지 부품 회사들이 안정성을 확보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내놓는다면“이었다. , 리튬-이온 배터리가 현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숙제인 셈이고 여기에서는 양산차 메이커 보다는 전문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부품 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GM 이외에도 많은 메이커들이 2010년을 전후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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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자동차에 있어 리튬-이온 배터리가 중요한가? 자동차에 쓸 수 있는 배터리 중에서 리튬-이온이 가장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은 현 하이브리드에 사용되고 있는 니켈-메탈 보다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집적도도 높아 자동차에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른 2차 전지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뿌리칠 수 없는 장점이다. 에너지 저장 능력에 있어 리튬 이온은 니켈 베이스의 2, 납 베이스의 4배에 달한다. 거기다 리튬-이온의 에너지 저장 능력은 연간 8~10%씩 늘어나고 있다. 많은 메이커들이 집중하는 이유이고, 이미 리튬-이온은 ‘정답’으로 공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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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이 자동차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소니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때가 1991년이었으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30년 남짓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매우 친숙한 배터리의 방식이다. 우리가 일상 용품으로 사용되는 소형 전자 기기, 휴대폰, MP3P,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리튬-이온을 사용한다. 무게와 휴대성이 생명인 소형 전자 기기에 리튬-이온이 가장 좋은 대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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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점이 있다. 바로 안정성의 문제이다.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휴대폰, 노트북의 폭발 소식을 들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리튬-이온은 상대적으로 열에 취약한 면이 있다. 이것이 하이브리드의 선구자인 토요타와 혼다가 니켈-메탈을 고수하는 이유이다. 안정성 면에서 소형 기기와 자동차는 얘기가 다르다. 노트북 정도에서도 화재의 위험이 있을진대 용량이 몇 배로 큰 자동차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중 리콜이 되는 사례는 1% 내외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 말 델과 애플, 파나소닉, 후지츠 노트북에 쓰였던 소니 배터리 1천만 개가 리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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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사람을 태우고 빠른 속도로 달리며 충돌 사고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소형기기 보다 신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니켈-메탈 보다 코스트가 많이 든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리튬-이온의 가격은 니켈-메탈 보다 평균 2배에 달한다. 코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양산차에 있어 약점이 아닐 수 없고, 이 때문에 소형차에 적용이 힘들다. 니켈 메탈 또는 니켈 카드뮴 방식 보다 수명이 짧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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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은 양산차로서는 
벤츠 S 400 블루하이브리드에 처음으로 적용된다. 물론 판매는 내년 중순부터 시작된다. 리튬-이온은 벤츠를 시작으로 다른 메이커의 모델에도 차례로 적용될 예정이다. 벤츠의 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어느 정도의 안정성은 확보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최근 메이커들의 행보를 보면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맥킨지 컨설팅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발에 투자된 금액은 2003 1 5,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 이 투자 금액은 11 5천만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기존의 강자인 소니, 산요, 파나소닉 이외에도 많은 메이커들이 리튬-이온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하이브리드/전기 자동차 배터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2007 7 1,090만 달러(+31%)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배터리를 직간접으로 동력에 사용하는 자동차는 48 7,640대로 예측했다. 이 시장은 연 평균 18.4%씩 성장해 2014년이면 23 82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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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리튬-이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메이커는 크게 미국과 아시아, 유럽의 부품 회사들이다. 특징은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존슨-컨트롤은 프랑스의 사프트와 합작 회사를 차렸고 에너1은 한국의 에너테크를 인수했다. 또 독일의 보쉬는 삼성SDI, 컨티넨탈은 A123 시스템과 합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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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과 달리 일본은 배터리 회사와 양산차 메이커의 합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양산차 메이커와 합작할 경우 판매에 제한이 있게 마련이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볼륨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소형 기기의 것에 비해 소재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초기 개발 비용이 부담된다는 점도 있다. 일본의 합작 법인을 살펴보면 토요타와 마쓰시타 전기의 파나소닉 EV, 
닛산 NEC AESC(Automotive Energy Supply Corporation), 미쓰비시와 GS 유아사의 LEJ(Lithium Energy Japan), 그리고 스바루도 히타치, NIAIST(National Institute of Advanced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 나카사키 대학과 함께 리튬-이온을 공동 개발한다. ,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메이커는 합작 법인을 택하고 있다.

일본은 산요와 소니, 파나소닉이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세 회사들은 하나같이 리튬-이온 사업에 집중할 뜻을 보이고 있다. 포드와 혼다에게 니켈-메탈을 공급하고 있는 산요는 2015년까지 리튬-이온 생산을 월 1천만 셀까지 늘릴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에 알려진 것처럼 파나소닉이 산요를 인수할 경우 자동차용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이할 점은 토요타와 함께 하이브리드의 선구자인 혼다가 아직까지도 리튬-이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개발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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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양산차 메이커는 친환경 기술에서 한 발짝 뒤처진 모습이지만 배터리 부분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1위의 LG화학은 미국의 자회사 컴팩트 파워를 통해 시보레 볼트의 공급 계약을 따냈다. 최근에는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고 했다. 그리고 SK 에너지와 삼성도 2010년을 전후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친환경을 위한 키 플레이어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안정성이 확실해야 하고 무게도 더 가벼워져야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충전 시간의 향상과 내구성, 결정적으로 코스트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현실적인 친환경 탈 것이 탄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