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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車 효율 향상 '고용량 축전기' 기술로 세계적 기업 만들겠다"

인산철뱅크 2009. 12. 8. 18:25

 

  • 입력 : 2009.09.24 15:50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에너지·파워 벤처기업 '네스캡' 김선욱 사장

"울트라커패시터(ultracapacitor·초고용량축전기)는 가장 유망한 그린 비즈니스이며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엄청난 성장을 할 것입니다. 해외 유명 컨설팅 업체들은 2013년이면 세계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에너지·파워 전문벤처기업인 네스캡의 김선욱(金善昱·45) 사장은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울트라커패시터'라는 생소한 분야에 승부를 걸고 있다. 울트라커패시터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수십 초 내에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는 고용량 축전기. 울트라커패시터는 배터리를 보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전기와 석유를 번갈아 사용하는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을 때 소모되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충전해 자동차가 재출발하거나 가속 때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으로 차의 연료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 배터리는 2000회 정도 충방전을 하면 수명이 다하지만, 울트라커패시터는 충전 횟수가 50만 번으로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김 사장은 "유지비용이 훨씬 적게드는데다 배터리와 달리 폭발 위험도 없다"면서 "자동차처럼 안정성이 필수적인 운송 장비에는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뿐 아니라 배터리 전동차, 풍력 발전기, 하이브리드 굴착기, 대형 크레인, 가정용 공구, 군사장비의 비상동력 등으로 활용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이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10년 전인 IMF 외환위기 무렵이다. 그는 미국의 명문 MIT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 아주대 교수로 부임했다. 그러면서 대우그룹의 고등기술연구원과 함께 에너지 저장장치 등 대체 에너지 분야에 대한 산학(産學) 협력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그가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조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하지만 대우그룹 부도 사태가 터지자 그는 안정적인 교수직을 버리고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울트라커패시터를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웠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이런 분야에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로 미국·일본·영국·싱가포르 등 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운영해왔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GM·아우디·BMW 같은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지난 2005년 4월에는 전기·전자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로부터 IT부품·기술 분야에서 최고상을 받아 IEEE에서 발행하는 잡지(IEEE Spectrum)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는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과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스캡은 작년 매출이 90억원 정도이며 올해는 12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생산과 연구개발 기지는 국내에, 마케팅 기지는 미국 뉴욕에 두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그는 기흥 공장에 이어 최근 평택공장 증설에 들어가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 런던 등의 해외 투자자로부터 425만달러를 유치해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캐나다 증시 상장을 앞두고 한국·미국·캐나다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델컴퓨터 같은 세계적인 IT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고객에게 맞춤형 파워시스템을 공급하는 세계적인 파워솔루션 기업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꿈이 지난 10년간의 수많은 고비를 견디게 한 힘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