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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전기모터차 혁명 경쟁 중

인산철뱅크 2009. 4. 25. 11:28
 
[중앙일보] 2009년 04월 25일(토) 오전 01:20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김한별] 세계 각국이 전기차 혁명의 ‘시동’을 걸고 있다. 전기차는 휘발유·디젤 엔진 대신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20%를 차지하는 내연기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녹색 차’다. 하지만 그동안 보급 속도가 더뎠다. 일반 차에 비해 값은 비싸면서 주행 거리 등 효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번거로운 충전 방식도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유례없는 금융위기 속에 각국 정부는 ‘녹색 성장’ 수단으로 전기차를 주목하고 있다. 차량 구입비 보조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업들도 신기술 개발, 가격 인하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2009년은 전기차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가는 유럽=영국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총 2억5000만 파운드(약 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2011년부터 최고 5000파운드(약 1000만원)를 보조한다는 게 골자였다.

현재 영국의 전기차 가격은 8000~8만 파운드로 천양지차지만 평균 1만2000파운드 내외. 차 값의 40% 정도를 정부가 보조하는 것이다. 영국에선 교통수단이 전체 이산화탄소의 22%를 배출한다. 그중 13%는 개인 소유 차에서 나온다. 전기차는 2만6000대, 전체 자동차의 0.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영국 교통부(DfT)는 “전기차 보급이 대폭 확대될 경우 도로 교통에 의한 이산화탄소 양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차량 구입비 보조 외에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2000만 파운드), 자동차 업계 연구비 지원(1억 파운드)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나흘 뒤 독일에선 전기차 충전용 ‘공용’ 플러그가 처음 소개됐다. 400볼트, 63암페어에 3상 컨넥터다.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BMW·피아트, 에너지 업체인 RWE·ED 등 20개 업체가 합의한 규격이다. 기존에는 국가·업체별로 규격이 제각각이었다. RWE의 카롤린 라이헤르트 대변인은 “전기차 대량 생산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새 플러그는 불편한 충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아침에 차를 쓰기 위해선 밤새 충전해야 했다. 독일 dpa통신은 “새 플러그를 사용하면 신형 충전용 배터리의 경우 주차장·수퍼마켓 등에서 한 시간 안에 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정부는 충전소 건설 등 전기차 산업에 5억 유로(약 8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뒤쫓는 중국=20일 상하이 오토쇼에선 치루이(奇瑞)·지리(吉利) 등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2일 “중국 정부가 환경 개선과 자국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전기차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기차 기술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낮은 편이다. 특히 배터리 수명, 주행 거리, 충전 성능 등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이 훨씬 싸다. 창청(長城)자동차가 20일 공개한 GW쿨라는 6만~7만 위안(약 1200만~1400만원)이다. 내년에 시판 예정이다. 10월 시장에 나올 지리 판다는 10만 위안 이하에 팔릴 전망이다. 비슷한 사양의 치루이 리치M1도 마찬가지다.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사장은 “중국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이 탁월한 데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제자리 걸음=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2015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시대를 열겠다”며 “전기차 생산시설을 갖추는 자동차 업체에 4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공장들을 찾았을 땐 “배터리와 전기차 개발에 24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와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최대 장애물은 비싼 가격이다. 2010년 말 시판 예정인 GM 볼트의 가격은 4만 달러(약 54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연간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춘 곳은 없다. 전기차 100만 대 시대는 8년 뒤엔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망이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