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랜 독주, 한국이 급제동 걸다
기사입력 2009-01-22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주 LG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2015년까지 독점 공급한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이제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로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연간 7000만대 이상 쏟아지는 전 세계의 신형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전기모터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 거대한 변화 속에 차세대 자동차의 배터리 기술이 핵심 키로 부상하고 있다. 20세기는 정교한 엔진을 만드는 나라가 자동차 선진국이었지만 21세기에는 더 세고 오래가며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나라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일본은 니켈수소 · 한국은 리튬이온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배터리 전쟁은 일본의 오랜 독주에 한국이 급제동을 걸면서 한일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는 약 70만대. 이 중 90%는 ‘니켈수소(Ni-MH)’전지를 채택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납축전지로 저가형 모델에만 일부 적용된다. 지난 1998년 도요타가 HEV 프리우스를 처음 상용화한 이래 관련 배터리시장은 니켈수소 전지가 석권해왔다. 당연히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미국·일본 기업이 관련 특허와 기술력을 독식하고 있다.
그만큼 후발업체가 도전하기에는 진입장벽도 높다.
따라서 LG화학·SK에너지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HEV용 2차전지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초점을 맞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밀도와 출력전압도 여타 전지보다 훨씬 높다. 이런 장점 때문에 휴대폰, PDA, 내비게이션 등 소형 IT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휴대폰 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4분의 1을 장악했고 기술력도 세계 정상이다. 리튬이온계 전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도한 부하가 걸리면 쉽게 과열돼 불이 붙거나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가끔 노트북PC나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는 큰 타격을 입는다. HEV에 장착되는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휴대폰 배터리의 200배, 노트북PC 배터리의 40배 용량을 갖춰야 한다.
순수 전기차는 같은 덩치의 HEV보다 두 배는 더 큰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 휴대폰 배터리 폭발이 수류탄 한 발이라면 차량용 배터리의 폭발사고는 이론적으로 탄약고가 통째로 날아가는 위력에 비할 수 있다.
만약 친환경 자동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100만대 중 한 대라도 전기적 결함으로 폭발하거나 불이 나게 되면 완성차 제조사는 엄청난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자칫 기업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도요타가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프리우스 차량을 시험하던 도중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면서 한때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LG화학이 뜻밖에도 GM의 엄격한 테스트과정을 뚫고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HEV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은 상업적으로 우려할 수준은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한다. LG화학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액체형과 달리 리튬이온이 젤 형태로 축적돼 있어 안전성이 훨씬 뛰어나다. 무엇보다 차량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온 일본기업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50% 이상의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낼 수 있다. 경박단소화된 구조로 배터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 HEV의 연비도 높아진다.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 쇼에서 LG화학이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릭 왜고너 GM 회장은 “GM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프로젝트인만큼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 신중하게 배터리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GM이 2015년까지 판매할 시보레 볼트는 약 30만대로 LG화학의 배터리 매출은 2조원에 이를 추정된다. 이제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니켈수소 배터리, 일본의 오랜 독주는 끝나고 차량용 배터리 한일전의 서막이 올랐다.
◆차량용 배터리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구?
기술 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래 차량용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단순한 기술적 우위로 쉽게 결정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니켈수소 배터리가 충분히 검증된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2010년대 후반까지 HEV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하이에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HEV 시장에서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3억달러, 시장점유율은 니켈수소 배터리와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했다.
도요타는 앞으로도 가격과 안전성을 고려해서 HEV에 니켈수소 배터리를 꾸준히 장착할 계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소재 수급문제도 한국 배터리기업의 기대와 달리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특정 배터리 기술에 올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셀당 제조원가는 니켈수소가 0.5달러인 반면에 리튬이온은 1.67달러였다. 리튬이온 쪽이 3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고급형 전기차 원가의 절반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지한다. 또 세계 리튬 매장량의 70%가 칠레에 집중돼 향후 수급 불균형이 일어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애플리케이션 종류가 늘어나면서 국제 리튬 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량은 휴대폰 배터리의 수백배나 된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본격 열리면 IT기기의 배터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니켈수소 배터리도 전 세계 자동차를 친환경화하기에는 원재료의 매장량이 턱없이 모자란다. 2015년 최다 600만대에 이를 HEV 시장은 니켈수소,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라인을 풀 가동해야 겨우 대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친환경 차량용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도 리튬이온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적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원일 KIST 박사는 “기존 자동차도 용도별로 LPG, 가솔린, 디젤 등으로 구분되듯이 향후 미래차 배터리도 납축전지에서 리튬이온까지 다양한 종류가 공존할 것이다. 배터리 시장이 지금의 석유화학 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커질 시기에 대비해서 다양한 배터리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배터리 전쟁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배터리 전쟁의 숨은 변수, 충전시간과 세수문제
전문가들은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의외의 변수로 인해서 리튬이온, 니켈수소 배터리의 양강체제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그것은 배터리의 숙명인 충전시간과 유류세 수입 감소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서 HEV나 전기차의 가장 큰 불편함은 긴 충전시간이다. 일반 자동차는 주유과정이 2∼3분이면 족하지만 전기차는 최고급 2차 전지에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10분 정도의 충전시간은 불가피하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미국의 벤처기업 베터플레이스는 전기차를 재충전하는 대신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는 배터리 유통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전기차가 적을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친환경 차량 수가 크게 늘어났을 때는 정부 눈치도 봐야 한다. 아무리 환경보호도 좋지만 막대한 세수 감소까지 반기는 정부는 없다. 기존 화석연료에서 들어오던 세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친환경 자동차 보급의 꿈도 보이지 않은 시장의 저항을 받게 된다.
이정용 레오모터스 사장은 “불편한 충전문제와 세수문제를 해결하는 배터리 기술이 나와야 친환경 차량이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순수 전기차 배터리 한국이 '최고'
기사입력 2009-01-15
코캄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미국 테슬라의 전기스포츠카
순수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코캄엔지니어링(대표 김흥태)은 지난 99년 국내 최초로 리튬폴리머 전지를 개발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2000년대 초반 휴대폰 배터리 시장의 판가하락으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코캄엔지니어링은 2004년말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 경쟁이 심한 휴대폰 배터리가 아닌 전기차용 대형 2차 배터리사업에 주력키로 한 것이다. 당시 전기차 시장의 상용화 가능성은 멀게 보였다. 어느 기업도 값비싼 리튬배터리를 소재로 순수 전기차용 대형 배터리팩을 만드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코캄엔지니어링은 대용량 리튬배터리 제조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해 나갔다.
심지어 대형 리튬배터리 제조장비까지 자체 기술로 국산화했다. 코캄의 앞선 기술력은 전기차 보급에 앞선 선진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배터리셀보다 무려 300배나 오래 가는 240Ah, 무게 4.5kg의 초대용량 리튬배터리를 개발해 유럽의 전기버스 제조사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만한 고성능 배터리는 독일, 일본 회사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영국 로터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테슬라 등 세계 100여개 전기차 제조사에서 코캄의 배터리를 채택했다. 외신에 소개되는 늘씬한 전기차의 상당수가 배터리는 메이드인 코리아를 써왔던 셈이다.
지난 13일 LG화학이 미국 GM에 독점납품키로 계약한 배터리는 하이브리드카 전용이다. 순수 전기차는 보조엔진 없이 전기모터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보다 2∼3배 용량이 큰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캄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채택할 경우 1회 충전으로 200km 이상 주행하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 제작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코캄은 첨단 나노소재를 채택해 리튬배터리 수명을 13년으로 늘린 신제품을 2분기 부터 양산한다. 미국 GM도 이같은 첨단 배터리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지난해 코캄과 접촉했지만 결국 대량양산에 유리한 대기업 LG화학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김흥태 코캄엔지니어링 사장은 “한국은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분야에서 이미 세계선두에 올랐다.
순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점을 위해 글로벌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협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BYD' 전기차 시장 블루칩으로 뜨는 비결은?
기사입력 2009-01-14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중국의 자동차·전지업체인 BYD가 유수 자동차 업체를 제치고 가장 눈에 띄는 핵심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왕촨푸(사진·42) BYD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BYD가 GM·도요타보다 1년 가량 앞서 미국 시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양산할 수 있는 숨은 비결이 무엇인지 집중 조명했다.
왕촨푸 BYD그룹 회장은 디트로이트 행사에서 지난해 중국에서 양산에 들어간 첫 전기차 ‘F3DM’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BYD는 지난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지분의 10%에 해당하는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단숨에 화제가 된 업체다. 지난 1995년 자본금 30만달러의 휴대폰 배터리 업체로 출발, 10여년만에 세계 2위 리튬이온 전지업체로 뛰어올랐다.
특히 BYD가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 대해 왕촨푸 회장은 “가솔린 차 분야에서는 신생기업이 GM 등 100년 역사를 지닌 업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시작인 전기차 시장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 상에 서 있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가솔린 차량에 비해 조립이 용이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전기차 e6는 각각 단 45개 부품으로 구성된 두 개의 모터와 각 6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2개의 변속장치가 전부다. 총 부품수가 210개에 불과하다. 반면 BYD의 가솔린 차량인 F6의 부품은 1400개에 달한다.
BYD 측은 ‘안전’ 문제로 섣불리 상용화가 어렵다고 여겨져온 ‘리튬이온 전지’ 문제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왕 회장은 BYD의 배터리가 10년간의 연구 기간이 소요된 ‘철인산염’ 신기술을 채택, 타사 리튬이온 전지보다 안전성이 강화됐다고 소개했다.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BYD의 F3DM은 2만2000달러다. 반면 GM이 2010년 선보일 ‘시보레 볼트’의 예상가격은 4만달러이다. 이는 임금이 싸면서도 고학력을 소지한 1만명의 중국본사 연구개발진과 값싼 생산인력 덕분이라고 왕회장은 덧붙였다. 왕회장의 목표는 오는 2025년께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등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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