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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생존전략은 'B2B'…선제적 변화·혁신 이어간다

인산철뱅크 2016. 2. 23. 09:05

계열사 역량 통합해 자동차 부품·에너지 사업 집중 육성
사업구조 고도화 위해 미래 신사업 분야 선제적 투자 나서

이혜미 기자 (ashley@ebn.co.kr)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합니다”

구본무 LG 회장은 신년사에 이어 최근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근본적이고도 선제적인 변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 지난 1월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 참석한 구본무 LG회장. ⓒLG그룹


LG는 그 해법을 기업 간 거래, 즉 B2B에서 찾았다. LG만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계열사 간 시너지, 높은 수율의 생산 체제, 고객 신뢰성을 무기로 한 B2B로의 사업 전환을 그룹 생존 전략으로 삼은 것.

LG의 B2B사업은 경쟁사보다 앞선 사업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 애널리스트는 "LG가 전자와 화학 기술 역량으로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큰 성장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의 한 휴대폰 고객사 개발 담당은 "높은 수율은 누구도 쫓아오기 힘든 LG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언급했으며 자동차부품 분야의 한 고객사 구매 담당은 "LG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철저히 준비해온다"며 LG의 B2B 사업 경쟁력에 대해 입을 모았다. 

◇자동차 부품 및 에너지 솔루션,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낙점'

LG는 먼저 대표적 B2B 사업인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사업의 경우 현재 LG전자가 자동차용 부품을,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이노텍이 차량용 센서, 카메라 모듈 및 LED, LG하우시스가 자동차용 원단, 경량화 소재 등을 생산해 협력하는 구조다.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역량을 가진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통합하는 과정이다.

업계와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LG의 자동차부품 사업 매출이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 5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2013년 7월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합병해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자동차 부품 사업의 핵심R&D 기지 역할을 담당할 LG전자 인천캠퍼스를 준공해 본격 가동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모터 등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유럽과 북미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을 맺는 등 미래 스마트카의 핵심 부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LG화학은 세계 최고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 중 6곳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20여곳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백만대의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에서 배터리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왼쪽 네 번째부터 구본무 LG 회장,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LG화학


특히 LG화학은 세계 최대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난징에 5만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미국 홀랜드(3만대), 한국 오창(10만대) 등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LG화학의 자동차용 전지 매출은 지난해 7000억원에서 올해 1조2000억원으로 약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자동차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개발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들의 투자와 혁신이 계속 이어지는만큼 LG의 자동차 부품사업 또한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사업의 경우 친환경 에너지 생산(태양전지 모듈,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저장(ESS)-효율적 사용(시스템에어컨, 창호·단열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및 관리(EMS, 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이르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LG전자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과 ESS를,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LG CNS는 EMS 등 스마트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 LG퓨얼셀시스템즈는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는 울릉도, 제주도 등 국내 도서지역을 '100%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의 에너지 사업 매출이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4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바탕엔 LG화학의 세계 1위 ESS용 배터리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LG전자가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LG화학은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 Energy Storage(AES)와 ESS 분야 사상 최초로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이 우선적으로 확보한 물량인 1GWh는 지난해 전 세계 리튬 배터리를 적용해 구축됐거나 추진 중인 전력망용 ESS 규모(917MWh)를 넘어서는 대규모 물량이다. 

▲ LG전자가 개발한 세계 최고 효율 태양광 모듈 '네온2'. ⓒLG전자

LG전자는 1995년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으로 사업을 전개한 이래 2010년 첫 태양전지 모듈을 출시,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통 태양전지 모듈이 태양광을 흡수해 18% 이상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고효율 제품으로 인정받는데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인 19.5%의 효율을 달성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최근 효율이 20%를 넘는 제품도 개발을 끝낸 상태다. 

또한 LG유플러스도 최근 서울시와 '에너지 효율화 및 사회공헌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시 소재 아파트 및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ICT 기반 에너지 소비 효율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에너지사용량 및 피크전력 절감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시, 서울'을 구현키로 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와 서울시는 향후 'IoT 에너지미터' 등의 에너지절감 솔루션을 활용해 각 가정이 전기를 절약한 만큼 인센티브로 보상하는 '아낀 전기 판매사업(홈 전력수요자원거래)' 시스템을 구축, 시범 운영한다. 

구본무 회장은 "자동차 부품, 신에너지 분야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봤다"고 신년사에서 언급하며, 이제는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미래 성장을 위한 신성장사업 분야의 성과 창출을 독려했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B2B 분야 사업 구조 고도화

LG는 주력사업의 시장선도를 가속화하고 신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위기극복 및 지속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한다. 우선 올해도 R&D 투자를 줄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LG는 R&D에만 4조 3000억원을 투자한 2011년 이후 연평균 5000억원 이상 꾸준히 R&D 투자를 늘려왔으며 지난해는 사상 최대인 6조 3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중국경기 침체, 유가 하락 등 전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경영 환경이 예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R&D 투자는 줄이지 않는다.

LG전자는 5272억원을 투자해 기존 8개의 태양전지 생산라인에 6개를 신설해 총 14개로 확대한다.

2018년까지 이뤄지는 이번 신규투자를 통해 현재 연간 1GW(기가와트)의 생산능력은 3GW까지 확대된다. 이는 가정집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전자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급락해 글로벌 태양광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주력 제품인 고효율 프리미엄 태양광 모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세계 최대규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공장 건설에 1조 8400억원 등 향후 3년간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2018년 상반기 완공될 경기도 파주 P10공장에서는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대형 및 플렉서블(flexible) OLED 패널이 생산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총 투자의 절반 이상을 2~3년 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OLED에 집중한다”며, “신규공장에서 생산될 플렉서블 OLED는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어 향후 그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5152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농자재 생산 업체인 동부팜한농 인수를 확정했다.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LG화학은 2014년 미국 수처리 분리막필터 생산업체인 ‘나노H2O(NanoH2O)’를 인수한 데 이어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농업·바이오 분야까지 진출하며 기존 기초소재(석유화학), 정보전자소개, 전지 사업과 함께 다양한 사업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LG이노텍도 디지털 기기의 슬림화, 소형화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소자·소재사업을 제2의 신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올해말까지 700억원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