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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의 스마트그리드] 3,4

인산철뱅크 2015. 9. 14. 15:56

③"이게 진짜 스마트그리드" 외국의 모범 사례는?


▲전력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생산, 저장,활용을 최적화시키는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그림은 스마트그리드 삼요소. 그림 제공=블로그 ‘전기차와 수소차 기술 리뷰’

<글 싣는 순서>   
① SG확산 예타보고서 논란…"비전문가가 쓴 듯"   
②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에 놀랐다. 갈피 못 잡는 국내 SG기업들
③ "이게 진짜 스마트그리드" 외국의 모범 사례는?  
④ [전문가 인터뷰Ⅰ] "제대로 된 스마트그리드란 어떤 것?"
⑤ [전문가 인터뷰Ⅱ] "스마트그리드 사업 정상화, 이렇게 이룬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선진국은 스마트그리드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소비 절감이라고는 큰 틀에서 보고 있다.  

가스, 전력,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아우르고 열병합발전,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메터링 등 에너지 기기들을 사용한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에너지 공급 단위를 가정이나 지역으로 쪼개기도 한다. 이는 에너지 공급을 여전히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등 중앙집중식 대규모 발전원에 의존하고 전력과 계통 중심으로 사고하는 우리네 스마트그리드 개념과 다른 점이다.  

우리 무역구조가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95%를 넘기 때문에 선진국의 실태는 우리에게 모범사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에 수출하기 위해선 내수 시장에서 선진국이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에너지망을 구축해 충분한 운행이력(track record)을 쌓을 필요가 있다.  


◇ 미국, 노후 전력망 개선하며 스마트그리드 도입 - 미국은 현재 기존 원전 중심의 중앙집중식 에너지망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에너지망이 노후화된 데다 여러 차례 순환정전을 겪으며 한계점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엔 동부의 PJM 시장, 서부의 캘리포니아 시장이 큰 규모의 에너지시장으로 꼽힌다.  

PJM 시장은 펜실베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및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국 북동부 13개 주를 말하며 연간 전력 거래량이 80GWh가 넘어 북미 최대 전력시장으로 꼽힌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따라 전력망용을 중심으로 한 전력 공급 시장에서 가정용, 상업용 등 전력 수요 시장으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노후화된 전력의 품질을 끌어올려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한 목적으로 주파수 조정용 ESS 설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주 정부의 보조금 혜택에 힘입어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예가 뉴욕주로 1kW당 2100달러를 지원한다.  

캘리포니아 시장은 에너지효율기기를 보급하며 전력사용량을 억제하고 가스발전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차(전기차와 수소차)를 적극 활용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전력생산을 2013년 기준 천연가스 53.5%, 원자력 15.7%, 신재생과 대수력 각각 14.6%에 의존한다. 지열 6.2%, 풍력 3%, 바이오매스 2.8%, 소수력 2.2%, 태양열 0.4%이 뒤를 잇는다. 열에너지 이용도 활발해 상당량의 천연가스를 난방과 취사에 사용한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전력의 양도 만만치 않다. 두 차례의 전력대란을 겪으며 외부로 연결된 계통에서 들여오는 전력이 전체의 32%를 넘는다. 자연히 전력과 가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캘리포니아는 전력과 가스를 아우르는 스마트그리드를 확충하는 한편 가스발전에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시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가에게 공급했다. 더불어 수용가가 에너지효율이 높은 기기를 사용하고 전기차와 수소차를 구매하게끔 전기충전기를 표준화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다.  

제로에너지빌딩은 기존 건물의 75%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태양광과 소풍력, 단열재, 에너지저소비 구조가 특징인 이 건물은 2020년 경 캘리포니아에 새로 지어지는 모든 주거용 건물에 적용될 계획이며 2030년엔 상업용 신규 건축물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로 구성된 분산발전설비를 갖추도록 장려해 필요한 에너지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지역 내 각 가정이 지붕형 태양광 발전과 연결해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할 경우 전력망 연계에 부과되는 800달러의 요금을 면제하고, 1kW당 162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호주, 태양광-ESS융합상품이 중심된 분산전원 적극 육성 - 호주재생에너지청은 특히 지붕형-에너지저장장치 태양광발전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붕형 태양광발전은 일반 가구나 상업용 건물 옥상에 설치돼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좁은 면적을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며 개별 가구나 건물마다 설치되기 때문에 덩어리를 이루면 대규모 전력이 생산된다는 잇점이 있다.  

지붕형 태양광 발전기 설치 이용자는 낮 동안 얻은 전력을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밤에 쓰기 위해 전지형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이 지붕형 태양광 발전을 전지형 에너지저장장치의 동반자라고 간주되는 이유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전지형 에너지저장장치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40년까지 전체 가구의 절반인 약 600만 가구에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가격으로 따지면 1조원 규모다. 

▲스마트그리드에 에너지저장장치는 필수다. 그림은 스마트그리도 주요 단위기술 조합. 그림 제공=블로그 ‘전기차와 수소차 기술 리뷰’


◇일본, 이미 스마드그리드 ‘브랜드’화 -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스마트그리드가 가장 빠르게 확산된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리드엑셔비션이 매년 초 개최하는 월드스마트에너지위크에서 잘 드러난다.  

2012년 전시엔 에너지저장장치, 지능형검침인프라(AMI), 태양광과 소풍력 발전장치, 인버터, 바이오매스 보일러 등 단품이 주로 출시됐다.  

2013년엔 일본 대기업들이 단품을 한데 모아 스마트에너지솔류션 모델을 제시했으며 정부는 지자체 단위의 실증사업을 벌였다.  

NEC는 가정용에너지관리시스템과 대용량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로 구성된 가정전력제어장치를 선뵀다. 가와사키는 전력공급이 여의치 않은 곳을 위해 대용량 에너지장치를 선뵀다. ‘기가셀’로 불리는 이 장치는 단일 발전시설과 맞먹는 성능이다. 가스터빈엔진과 결합돼 사용되기도 하며 태양광, 풍력, 계통과 함께 하이브리드 전력시스템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 

도시바는 700W급 가정용 연료전지를 선뵀다. 기존 연료전지 시장이 1kW급이 중심인 점을 감안할 때 보다 값싸면서도 효율이 높은 연료전지를 공급해 분산발전을 촉진했다는 평을 받았다.  

2014년엔 스마트에너지솔류션의 내용이 신재생-에너지저장장치-에너지관리장치로 압축되는 가운데 일본 대기업들이 관련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스마트시티 개념이 도입됐다.  

스마트시티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가스와 수도, 교통흐름까지 최적화한 도시를 말하며 미츠비씨가 제시했다. 히타치는 에너지, 보안, 가전기기를 연결한 ‘BIVALE‘을 선뵀으며 혼다는 가스엔진과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충전기 결합 상품을 출시하며 가정용-전기차 고용 충전기를 개발했다. 파나소닉과 아이트론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가정용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선뵀다. 비록 불발에 그치긴 했지만 일본 스마트메터링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협약도 맺었다. 기존 메가솔라 중심의 태양광 시장이 일반 가정에까지 확대돼 일본 국민의 취향에 맞는 태양광 모듈과 사업모델이 제시됐다.  

2015년엔 이들 상품이 소매시장으로 확대되기 시작하고 이에 발맞춰 브랜드화가 진행됐다. 


◇일본 지자체, 앞다퉈 스마트그리드 확산 - 일본 지자체는 앞다퉈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하고 있다. 단순히 단위 기술별로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를 아울러 가장 최적의 에너지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나가사키의 사세보는 휴텐보시 지역에 2011년 11월부터 2014년 3월을 기약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시행 중이다. 휴텐보시는 17세기 중세 유럽풍의 리조트다. 152헥타르 규모며 숲과 초원, 위락시설, 쇼핑몰, 레스토랑이 들어서있다. 총 전력소비량의 30%를 천연가스와 태양광발전으로 공급한다.  

휴텐보시를 리뉴얼하며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고 에너지 절약형 삶을 지향한다. 호텔과 사무실, 위락시설을 전력절감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스마트폰 등 각종 ICT기기를 활용한다. 나가사키府는 휴텐보시 외에도 히가시 나가사키 에코타운도 운영한다. 

가시와는 환경, 장수, 창조산업을 도시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와 관련해 창조, 보호, 저장을 테마로 잡고 있다. 환경기술의 개별적용서부터 지역에너지관리까지 정책대상으로 삼으며 AMES(Area Energy Management System) 개념을 소개했다. AMES는 에너지저장시설, 태양광발전, 전기차, 가정용-건물용 에너지관리장치의 유기적 결합체다, 가시와노하 캠퍼스 시티역 근처에 RPMS실증단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저탄소 도시를 지향하고 긴급 스마트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한다. 라라포트에 2MW, 148구역에 500kW급 에너지저장장치가 있다.

라라포트에 500kW, 148구역에 200kW 태양광발전시설이 있으며 바이오매스 발전소, 폐열발전소 긴급용으로 148구역에 2MW급 가스발전소가 있다. 각 발전원별로 유연하게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에너지절약 네비게이션을 운영한다. 지속성을 염두해두고 에너지절약을 거주자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사카는 폐기물 연소발전에서 발생하는 폐열 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사카府에서 발생하는 패열은 일본 최대규모로 연간 3만6000TJ에 달한다. 중유로 환산하면 90만kl다. 낮은 온도의 폐열을 활용하고 총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열을 사용한다. 에너지관리장치 보급도 더불어 진행된다. 대상지역은 오사카 환경국 산하 폐기물 발전소인 다이슈발전소와 인근지역. 폐열로 가동되는 공장, 저온의 폐열을 이용하는 공장 등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구마모토의 미나마타는 후지전기와 공동으로 전기사업을 펼치고 있다. 

저탄소 사회를 실현하고 새로운 발전기술 개발과 더불어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이 지역의 농어업을 재건하는데 목적이 있다. 향후 성공사례로 ‘미나마타 모델’을 만들어 동남아시아 전역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미 태양광모듈이 설치된 비닐하우스와 양식장이 선보이고 있다. 지역 에너지관리장치를 설치해 전력을 실시간 발전송전배전하며 이를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개한다.  

안희민 기자ahm@ekn.kr 201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