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스마트그리드 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기록하는 해다. 지난해 말 선정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예비사업자 8곳을 대상으로 올해 사업추진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 검토
조사가 실시 중이고, 또 법·제도적으로도 스마트그리드 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에 산업계와 정부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스마트그리드 산업 추진이 한걸음씩 전진하며,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산업계에 지원하기만
했던 정부의 포지션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마트그리드 활성화라는 명목에서 정부 정책에 기대기만 했던
업계도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과 ESS 보급 등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수요관리 자원에게 발전자원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전력시장 아래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급 위주의 국내 전력 정책이
수요관리에도 일정 부분 무게를 실어가고 있다. 본지는 올해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관통하는 중요 이슈의 동향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
정리해봤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추진 현황은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그동안 업계가 꾸준히 요구했던 시장
창출 측면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업들이 확산사업 추진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종료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서 검증된 기술과 사업모델들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의 사업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8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사전 설명회를 연 정부는 확산사업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그동안 지자체 위주로 계획을 세웠던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 구축사업을 사업자 위주로
재구성한 것이다. 무엇보다 국비중심의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민간의 투자를 유발하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특징이다. 예산
대부분을 국비로 충당할 계획이었던 거점도시 구축사업과 달리 확산 사업은 운영비를 포함한 필수 인프라 구축비용의 50% 정도만 국가가 지원키로
했다. 또 국비지원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예비타당성 수준의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10월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술보유현황, 운영능력·계획 외에도 재원조달 방안과 경제성 분석도 중요하게 살폈다. 올해 초 정부는
지난해 확산사업 예비사업자로 선정한 ▲한전 ▲KT ▲SKT ▲LS-LG ▲포스코ICT ▲짐코 ▲현대중공업 ▲현대오토에버 등 8개 컨소시엄의
예비타당성 검토조사를 기재부에 의뢰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기재부의 ‘2014 상반기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으로 선정,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가 시작됐다. 산업부는 이번 확산사업의 예비사업자 8곳과 공동으로 KDI의 조사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예비타당성 결과는 올해 하반기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경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추진된다.
◆…ESS 어떻게 보급되나
스마트그리드 핵심 설비로 불리는 ESS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성화가 기대된다. 지난해 정부가 ‘ICT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 방안’을 발표한 이후 한전은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대대적인 ESS 보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2017년까지 65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수준의 ESS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전의 ESS 대량보급을 위한 첫걸음이 올해 시작된다. 한전은 올해 약 625억원 가량을 투입해
화력발전소 주파수 조정(FR)용 ESS 50MW 정도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 5월, 234kV 서안성변전소와 345kV
신용인변전소에 각각 28MW, 24MW의 ESS를 설치하기로 했다. 올해 사업을 위한 기술기준 등 준비과정을 모두 마쳤으며, 곧 사업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한전이 2017년까지 설치할 ESS는 총 500MW 규모로 올해와 내년에 각각 50MW,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200MW의 ESS를 설치한다. 한전은 올해 먼저 FR용 ESS를 보급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아직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는 ▲신재생안정화 ▲수요관리(피크조정) ▲전기차·스마트그리드스테이션 등 다양한 용도의 ESS 산업을 견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위주의 ESS 보급에서 벗어나 용도에 맞는 다양한 배터리를 선택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세계에서 한국이 앞서는 배터리 기술인 리튬이온배터리 위주의 실증사업·정책 등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ESS에
활용되는 배터리는 저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다양한 종류를 시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한전은 리튬이온배터리
외에도 리튬인산철이나 연축전지 등 다양한 종류를 시험해 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보다 효율적인 ESS 보급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사업법 개정안 그 효과는?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그동안 전력산업기반기금 아래서 운영되던 수요관리를
전력시장으로 편입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를 통해 발전소와 수요관리자원을 동등한 위치로 두고 시장 내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발전자원 위주로 흘러갔던 국내 에너지 정책이 수요관리 관점으로 변화될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기화가 심해지면서 특히 여름·겨울철의 최대부하(피크)전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피크전력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예산을 부어 발전설비를 늘리기 보다는 수요 자체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주역으로 지능형
수요반응(DR)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12월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발효를 앞두고, 시행령과 전력시장규칙 등 제도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2012년 첫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지지부진했던 지능형 DR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능형 DR 사업자들은 현재 수요관리사업자협회(가칭)를 설립, 본격적인 수요관리 자원 확보와 정책개선 활동 등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전문화된 수요관리 전문기업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되며, 전력시장에서 지능형 DR이 제몫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