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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업에 방전이란 없다" 2차전지 2차대전

인산철뱅크 2012. 11. 6. 07:53

ChosunBiz  

 

입력 : 2012.11.01.           호경업 기자    

한국, 모바일 부문 日 제치고 1등이지만… 중국, 기술력 앞세워 한국 맹추격 시작

10년간 10배 성장 '황금알' - 2020년 규모 130조 예상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관건… 각종 소재 국산화율도 높여

태양광은 주춤했지만 - 기업들, 공급과잉 쇼크로 태양광은 투자 중단했지만
2차전지는 너도나도 "계속" 10대 그룹 중 8곳이 투자

어!어! 중국이… - 시장 점유율 한국 36.8% 1위 중국 36.4%, 근소한 差로 2위
아이폰 배터리 공급 등 최근 중국 기술력 무시 못해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기업이 그린 에너지 신(新)사업의 일환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벌인 분야는 태양광과 2차전지다.

최근 두 산업은 엇갈린 운명을 맞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쇼크를 맞은 태양광 산업은 각 기업의 골칫거리가 된 반면, 2차전지 산업은 여전히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2차전지 산업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삼성·LG 등 대기업은 현재 생산보다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던 OCI는 올해 공장증설을 무기연기했다. 웅진그룹의 웅진폴리실리콘은 매물로 나왔다. 현대중공업·KCC도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2차전지는 사정이 다르다. 올 들어서만 SK·GS·포스코 등이 새롭게 2차전지 관련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까지 10대 그룹 중 2차전지 분야에 투자했거나 투자계획을 밝힌 그룹은 삼성·LG·SK·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화 등 8곳에 이른다.

2차전지 4대 소재(素材)에 전방위적 투자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에 달려있지만 2차전지 세계시장(모바일·에너지저장·전기차용 모두 포함) 규모는 2010년 116억달러에서 2020년 1193억달러(약 130조원)로 10년 내에 10배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의 투자는 주로 소재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동안 일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분야다. 2차전지의 주류인 리튬2차전지는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음극재와 방전 시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양극재, 중간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해질 그리고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시켜주는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이 4대 소재가 2차전지 완제품 원가의 80%를 차지한다. 완성품업체인 삼성SDILG화학이 이 소재들을 구입해서 완성품을 내놓는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의 노트북용 원형 전지 라인에서 사원들이 2차전지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이덕훈기자

이 중 음극재의 경우 국산화율은 지난해까지 '제로(0)'였다. 대부분 히타치 케미칼, 니폰카본 등 일본 업체들과 중국 업체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구미산업단지에서 자회사인 파워카본테크놀러지의 리튬 2차전지용 음극재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포스코켐텍도 올해부터 음극재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SK이노베이션도 음극재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해액과 양극화 물질 국산화율은 50%가 넘는다. 전해액은 솔브레인, LG화학 등이, 양극재는 엘앤에프, 에코프로, 한화케미칼 등이 대표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31일 충북 증평산업단지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이온분리막(LiBS) 등 정보전자소재 공장 준공식을 갖고, 기술 기반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분리막 국산화율은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30%대까지 올라섰다.

이 분야들에 기업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성장하는 모바일용 전지, 그리고 현재 상황은 썩 좋지 않은 전기차용 대형 2차전지와 에너지저장(ESS)용 사업도 조만간 개화(開花)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최대 경쟁자는 중국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도 암초는 있다. 바로 중국이다. 한국의 모바일용 2차전지 산업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다.

하지만 피처폰, 저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2차전지까지 더하면 중국이 한국 자리를 위협하는 양상이다. 일본의 IIT등 기존 조사기관 자료는 중국 내 수십 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의 통계를 집어넣지 않는다. 그래서 한·중·일 상위기업 간 통계만 포함하면 모바일 2차전지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한국, 일본, 중국 순으로 나온다.

하지만 2차전지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이 올 상반기 전 세계 모바일 2차전지 시장의 36.8%를 차지, 중국(36.4%)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6.8%였다. 이 수치는 저가폰용 배터리를 만드는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도 통계에 집어넣은 것이다. 결국 하위 중국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중국은 언제든지 한국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 최대 2차전지 업체인 ATL은 애플 아이폰 등에 상당량의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에 들어간다는 얘기는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중국 제품은 저가이며 안전성이 낮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것이다. SNE리서치 박웅민 이사는 "향후 모바일용 2차전지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투자에 만족하면 안 되고 지금보다 투자 규모를 더 늘려야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rechargeable battery)

한 번 쓰고 버리는 일반 건전지(일차전지)와 달리 외부 전원을 이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를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생각하면 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힌다. 크게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모바일 전자 기기용 소형 전지와 전기차용, 전력을 저장하는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구분된다.

 

 

"전기車가 안나가니…" 2차전지 시장 새로운 고민

향후 2차전지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지는 중기적으로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달려있다. 순수 전기차 배터리에는 휴대폰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3000여개가 들어간다. 전기차가 확산될 경우 2차전지 시장은 자연스럽게 모바일용에서 전기차용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전기차가 예상보다 안 팔리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탓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 A123이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A123은 오바마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대표적인 녹색기업이었다. 오바마 정부에서 총 2억4910만달러(약 2750억원)에 달하는 공장 건설비를 지원받은 A123은 내년에 GM의 소형 전기차 '쉐보레 스파크 EV'에도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이었다. 올 초 또 다른 배터리 업체 에너원(Ener1)도 파산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연간 20만대의 전기차 전지 생산능력을 2013년까지 35만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었다. 2015년에는 50만대 규모까지 생산능력을 높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5% 이상을 확보하고,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투자계획은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바뀔 가능성이 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미국 미시간주 연구 개발 센터에서 2차전지가 장착된 GM 쉐보레 ‘볼트’의 배터리팩을 검사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연간 1만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서산 공장 준공식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공장 문을 연 삼성SDI의 SB리모티브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에선 앞으로 투자 속도가 당초보다 늦춰질 수는 있어도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애플 아이폰 사례를 든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애플 내부에서 기대한 세계시장 점유율은 1%였다. 그 정도면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은 불과 2~3년 만에 거함 노키아를 쓰러뜨리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전기차 역시 어느 순간 세계적으로 규모를 키우며 자동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