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전지 기술은 일본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추격하는 1강 2중 구도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 1999∼2003년 기간에도 일본과 미국, 한국은 나란히 1∼3위를 차지하며 1강 2중 구도를 형성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축적된 기술과 특허를 바탕으로 2차전지 분야 특허 및 우수 특허 수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선두를 지켜 오고 있다. 일본은 1999∼2003년 기간에 836건, 2004∼2008년 기간에 780건의 특허를 등록, 2위권인 한국·미국에 비해 4배 가까이 많았다. 같은 기간 우수 특허 수도 각각 152건과 223건으로 미국에 비해 두세 배 많다.
하지만 이후 5년간 우리나라의 추격이 매서웠다. 일본과 미국이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한국은 급속히 치고 올라가며 2차전지 기술 분야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지난 1999∼2003년 기간 일본은 GETI 점수 9.5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3.2점, 한국은 1.2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4∼2009년 기간에는 일본과 미국이 각각 8.9점과 2.5점으로 GETI 점수가 내려간 반면에 한국은 2.5점으로 2배 이상 높아져 미국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1999∼2008년 기간 초기 5년과 후기 5년 사이 일본과 미국의 특허 등록 수가 줄어들고 미국은 우수 특허 수도 줄어든 반면에 한국은 두 지표 모두 크게 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은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었으나 그 배터리를 한국이 만든다”고 말한 것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에 미국 특허의 평균 가치는 한국·일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미국·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등록 특허 수가 매우 적고 우수 특허 비율도 낮아 GETI 점수를 따지는 것이 거의 무의미할 정도다. 최근 5년간 특허 등록 수 3위인 미국이 194건의 특허를 등록한 데 비해 4위인 대만은 등록 건수가 20건에 불과했다. 세계 2차전지 시장을 이들 3개 국가가 완전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별 순위에서는 일본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04∼2008년 기업별 2차전지 GETI 순위는 1위 삼성SDI와 5위를 차지한 미국 발렌스테크놀로지를 제외하면 모두 파나소닉·산요·소니·도시바 등 일본 기업이 10위권을 독식했다.
1990년부터 2009년 2월까지 미국에 등록된 2차전지 관련 유효 특허 3287건을 분석한 결과, 일본이 전체의 64%인 2078건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한국이 각각 608건과 392건으로 각각 18%와 12%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캐나다가 2%, 대만과 독일이 1%를 차지했다.
1990년대 초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2차전지 관련 특허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2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특허 등록이 200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감소한 반면에 한국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2차전지-한국 2차전지 현황 기사입력 2009-09-04
한국의 2차전지 기술력이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휴대폰·노트북PC 등 모바일 디바이스 산업 발전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됐다.
지난 2003∼2008년 동안 우리나라의 2차전지 분야 GETI 점수는 직전 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라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우수 특허의 비율도 1999∼2003년의 7%에서 2004∼2008년 35%로 5배나 껑충 뛰었다. 삼성SDI가 미국에 양질의 특허를 대거 등록하고 2차전지 분야 양강인 LG화학이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특허 등록을 시작함에 따라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국내 2차전지 기술의 세계화를 주도한다. 2004∼2008년 기간에 총 147건의 2차전지 관련 특허를 미국에 등록했다. 단일 특허권자로는 2차전지 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했다. GETI 기준에 의한 우수 특허도 58건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 전체 특허 중 우수 특허 비율도 39%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2위 파나소닉과 3위 산요의 등록 특허 수는 각각 131건과 122건이었다. 우수 특허는 각각 31건과 29건이다.
LG화학은 2004∼2008년 기간에 GETI 순위 15위에 오르며 글로벌 기술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이 회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대용량 2차전지를 미국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며 기술 입지를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특허 수는 적었지만 대부분의 특허가 우수 등급인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특허의 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ETRI는 특허 수로는 세계 32위였지만 개별 특허들의 품질이 우수해 GETI 순위는 23위를 기록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코캄과 전해액을 생산하는 제일모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삼성전자, 금호석유화학 등도 미국에서 특허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2차전지 분야에서 최근 급성장했으나 아직 일본이 쌓아놓은 강력한 기술과 특허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 남은 과제다. 점차 좁혀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절대적인 특허 수에서 차이가 난다. 1990년까지 확장해 조사했을 때 우리나라는 총 106건의 우수 등급 특허를 보유,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수 특허 수가 일본에 비해 20%, 미국에 비해 절반 정도의 수준이라 우수 특허의 수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2차전지 분야에서 미세한 기술력 격차를 줄이는 것도 숙제다. 한국 특허의 평균 품질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보다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2004∼2008년 기간 동안 특허 등록 건수는 줄었으나 우수 특허 수는 152개에서 223개로 늘어나는 저력을 보였다. 일본은 니켈 기반 2차전지 관련 특허도 다수 보유했으나 우리나라의 2차전지 특허는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 이후 국내 기업이 보유한 2차전지 관련 전체 미국 등록 특허 수는 392건(12%)으로 전체 국가 중 3위다. 이 중 삼성SDI가 273건으로 미국 내 2차전지 관련 전체 한국 특허의 70%를 차지했다. LG화학이 33건, 삼성전자가 20건을 보유했다. 1990년 이후의 5년 구간별 등록 동향을 보면 삼성SDI와 LG화학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차전지-기술 개요·시장 동향
2차전지는 방전한 전지를 충전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의미한다. 납축전지와 니켈수소 전지, 니켈카드뮴 및 리튬 2차전지 등이 있다. 특히 리튬계 2차전지는 출력과 용량이 높고 메모리 효과가 없어 현재 가장 널리 쓰인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리튬 산화물 양극과 탄소 음극, 전해질의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양극 활물질에 포함된 리튬 이온이 전해액에 의해 음극으로 이동한 후 음극 활물질 사이로 삽입되는 과정을 충전이라 한다. 충전 과정에 의해 발생하는 양극과 음극의 전위 차이가 전압이다. 방전은 음극 활물질 사이의 리튬이온이 다시 양극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과정이다.
세계 2차전지 시장은 노트북PC·휴대폰 등 IT 모바일 기기 중심으로 형성됐다. 2008년 시장 규모는 276억달러에 달했으며 2012년에는 352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용 제품의 성장이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넷북·UMPC 등의 보급으로 노트북PC용 2차전지의 비중이 전체의 40%까지 커져 휴대폰 시장을 초과할 전망이다. 기존 소형 2차전지의 성장성이 한계를 맞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에너지 저장용 등 중대형 2차전지 위주로 전지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전지 업체는 일본 산요로 2008년 2차전지 매출이 3810억엔에 이른다. 폴크스바겐과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삼성SDI가 2008년 1조8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화학도 81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에너지는 2011년 중대형 2차전지 양산을 추진 중이다.
2차전지-GETI 보고서 2차전지부문엔…
보고서는 LED, 연료전지, 태양전지, 2차전지 등 4권의 세부 기술별 보고서와 통합 보고서를 합쳐 총 5권으로 구성된다.주요 기술별 특허 동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수록해 전체 보고서를 합하면 2000 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중 2차전지 부문 보고서는 그린에너지기술지수 개요, 2차전지 기술개요, 2차전지 특허 동향, GETI에 의한 2차전지 특허 경쟁력 평가, 각 특허별 정성분석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GETI 지수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고, 2장에서는 2차전지 기술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국내외 2차전지 시장 동향에 대한 분석이 담겨져 있다. 3장 특허 동향에선 1990년 이후 태양전지 특허 동향을 비롯해, 국적별, 특허권자별 특허동향, 특허에 대한 정량·정성적 분석, 우수 특허 분석 등의 심도 있는 분석 등이 다뤄졌다.
4장에선 특허권자들을 국적별로 분류해 각 국가의 2차전지 부문 특허 경쟁력을 살펴봤다. 글로벌 특허권자별(기업별) 경쟁력 순위와 국내 순위 등을 도출했다. 5장에서는 출원인별 정성분석이 이뤄져 각 기업이 보유한 특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과 평가를 담았다.
(문의)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조광현 팀장 02)2168-9457
2차전지-급변하는 시장 대응 전략은
국내 2차전지 산업은 휴대폰·디지털 기기 등 IT 전방 산업의 성장과 국내 기업들의 집중적인 투자 속에 단기간에 세계 정상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더 도약하기 위해선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 안착과 소재 기술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이 세계 2차전지 시장의 95%를 차지했다. 지금은 우리 2차전지의 시장 점유율이 25% 수준까지 올라갔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은 세계적인 2차전지 메이저로 부상했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휴대폰·노트북PC 등 모바일 디지털 기기용 2차전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응, 그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우리 기업들도 이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GM의 하이브리드 카 ‘시볼레 볼트’에 내년부터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억달러를 투자, 미국 미시간주에 현지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2차전지를 공급했다. 현대모비스와 배터리팩 합작사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생산을 위해 독일 보쉬와 합작으로 SB리모티브를 출범했다. 이 회사는 최근 BMW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 2013년부터 8년간 공급에 나선다. SK에너지도 화학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2차전지 소재 기술력 확보도 관건으로 꼽힌다.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히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전해액과 양극재는 어느 정도 국산화가 진척됐지만 격리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GETI 조사에서도 국내 소재 기업들의 특허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 소재의 국산화율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키·토다·미쓰비시·쿠레아·셀가드 등 일본·미국 기업으로부터 4대 소재를 수입하고 있다.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핵심 부품소재는 물론 셀 생산장비도 선진국에 전량 의존하는 상황이다. 부품소재와 장비 기술의 부족이 국내 2차전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소재·장비 분야의 경쟁력이 약한 편이지만 국내 대형 2차전지 업체들이 소재 내재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전문 기업들도 소재 개발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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