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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주도권 잡자” 불꽃 레이스

인산철뱅크 2009. 9. 28. 09:33

서울신문 | 입력 2009.09.28 04:21

 [서울신문]세계 자동차 업계가 순수 전기차(EV:Electric Vehicle) 시장 선점을 위한 불꽃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국제 모터쇼 등을 통해 앞다퉈 컨셉트 차량 등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양산 전기차가 본격 등장해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순수 전기차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넘어선 친환경차의 '최종 버전'으로 꼽힌다. 우리 업체들도 후발주자로서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정부 지원은 뒷걸음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업체 전기차 개발 가속도

현대자동차는 내년부터 국내 최초의 도로 주행 전기차인 'i10 EV'를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폐막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을 보였다. 'i10 EV'는 기존 유럽 전략형 모델인 'i10'에 6h의 리튬폴리머 배터리와 49의 전기모터를 달아 최고속도 130㎞/h로 달릴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최장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가정용 220V 전압으로 급속 충전하면 15분 만에 최대 85%까지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아반떼·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독자 개발을 통해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 부품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전기차 출시는 시간문제"라면서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업체인 CT & T는 이미 골프장 차량 등을 중심으로 캐나다, 필리핀, 이란 등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레오모터스는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토크가 낮아지는 전기모터의 단점을 보완해 1000rpm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은 2011년 하반기 부산 공장에서 준중형급 전기차를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전기차 시범 테스트에 돌입한다. GM대우는 2011년 GM이 개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시보레 볼트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볼트는 배터리로만 64㎞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속도는 시속 161㎞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시장서 밀린 업체 전기차로 승부

외국업체들 가운데 도요타와 혼다 등 하이브리드차 개발 선두주자에 밀린 업체들은 곧바로 전기차로 건너뛰어 판세를 뒤집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미쓰비시는 최근 순수 전기차 '아이미브(i-MiEV)'를 출시했다. 1회 충전으로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시속도 130㎞에 달한다. 가솔린기준으로 환산하면 ℓ당 62㎞의 고효율을 자랑한다. 국내에는 2011년 판매된다.

닛산은 최근 요코하마에서 양산형 전기자동차 '리프(LEAF)'를 처음 공개했다. 4∼5명이 탈 수 있으며 24㎾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얹어 1회 충전으로 160㎞를 달릴 수 있다. 최고 속도가 시속 140㎞를 넘는다. 가정용 200V 전압으로 8시간이면 완전 충전, 급속 충전기로 30분 만에 최대 용량의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국내에는 2012년 출시될 계획이다.

중국업체들도 뛰고 있다. 최근 BYD는 2011년에 전기차를 미국과 유럽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BYD는 전기 배터리만으로 달리는 'E6'를 개발했다. 두 개의 전기모터로 15분 충전하면 300㎞를 주행할 수 있다.

푸조는 최근 폐막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미쓰비시와의 공조로 개발한 자사 최초의 전기차인 '이온(iOn)'을 발표했다. 내년 말 양산한다. 르노그룹도 '트위지 Z. E.' 등 4종의 전기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트위지 Z. E.'는 15㎾(20마력)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벤츠는 '블루제로 EREV'라는 이름의 플러그인 전기차를 내놓았다. BMW는 2013년부터 전기차를 대량생산하기로 하고 삼성SDI와 보쉬가 50%씩 출자해 만든 SB리모티브의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

아우디는 전기 스포츠카 '아우디 e-트론'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4개의 전기모터가 네 바퀴를 구동해 출력 313마력, 토크 458.9㎏.m의 강력한 파워로 정지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4.8초에 불과하다. 볼보는 전기차 'C30 BEV'를 공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24kWh)로 구동된다. 완전충전시 최대 주행 거리가 150㎞, 최고속도 130㎞/h에 이른다. 폴크스바겐은 전기 컨셉트카 'E-Up!'를, 크라이슬러는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200C EV' 컨셉트카 등을 선보였다.

●국내 전기차 제도적 지원 시급

일본과 미국, 유럽 등 각국은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에 팔을 걷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전기차 개발 정책 수립은 홀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를 자동차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고성능·고효율 전기차라 할지라도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전기차 개발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전기자동차 전기차는 석유 연료와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전기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다. 1830년대에 처음 등장했으나 그동안 기술적 한계와 시장성 부족으로 가솔린이나 디젤엔진 자동차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최근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제위기, 지구온난화 우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모터쇼인 제63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친환경차, 특히 전기차의 향연이었다. 르노,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한 10여 개 회사가 전기차 20여 종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전기차는 기업ㆍ관공서에만 한정 판매하는 일본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가 유일하고 대부분 개발 단계에 있다. 전기차 모델이나 컨셉트카를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단순히 말하면 일반 차량에 배터리를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100㎞ 이상 속도를 내고, 한 번 충전해 일반차처럼 300~400㎞를 달리는 차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용량이 아직 불충분하고, 만들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아이미브는 차 값 6000만원 중 배터리 가격만 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배터리를 저렴한 가격에 제조할 수 있느냐가 결국 전기차의 핵심 과제다.

이런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우리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란 기술력을 공표함으로써 다른 일반 차종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ㆍ전기차 업체인 BYD가 `전기차`로 유명해지면서 올 들어 폭발적인 판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둘째는 `친환경차 개발에 뒤처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란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전기차 비중이 1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기술 개발 노력을 감안할 때 대량생산 시점이 전문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 전기차ㆍ연료전지차 `모두 모여라`

= 이번 모터쇼에서 전기차 모델로 가장 눈에 띈 업체는 르노그룹이다. 르노는 이번 모터쇼의 대표 차종을 아예 전기차로 삼았다. 카를로스 곤 르노 회장은 15일 프레스행사에서 `배기가스 제로(0) 도전`을 주제로 전기 컨셉트카 4종을 깜짝 공개했다. 이들은 1인승 시티카 트위지 Z.E.(Twizy Zero Emission), 조이(Zoe) Z.E., 패밀리형 플루언스(Fluence) Z.E., 업무용 캉구(Kangoo) Z.E.다. 이 중 양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모델은 SM3와 비슷한 모습의 플루언스로 최대 160㎞까지 갈 수 있다. 배터리는 급속충전(20분), 표준충전(4~8시간), 급속교환(3분) 3개 방식이 있다. 르노는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양산형 전기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파트너십 관계인 닛산과 함께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클린 연료전지 기술을 적용한 B클래스 F-CELL을 내놓았다. F-CELL은 벤츠가 선보일 첫 번째 양산차로 올해 말 출시될 예정. 최고 출력 136마력으로 주행 거리가 40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블루제로 E-CELL 플러스 컨셉트카는 도심형 전기 구동장치에 장거리 주행 기능을 더한 모델로 주행 거리가 600㎞까지 늘었다. 전기차 모드로는 100㎞ 주행이 가능하다.

르노 `플루언스 Z.E.`와 카를로스 곤 회장.
아우디가 야심차게 공개한 `e-tron` 컨셉트카는 순수 전기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다. 최고 출력 313마력, 최대 토크 458㎏ㆍm란 강력한 힘을 내며 `제로×백(0㎞→100㎞)`이 4.8초에 불과하다. 2인승 스포츠카인 e-tron은 앞뒤 차축에 각각 2개씩 장착된 4개의 전기모터가 구동함으로써 전기차에도 콰트로(quattro) 시스템을 적용했다. 무게는 1600㎏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의 도심형 전기차 `E-Up!`은 2011년 출시 예정인 `새로운 소형차 라인업`을 기초로 만들었다. 2007년 모터쇼에서 공개한 `Up!`보다 전장이 0.26m 짧은 3.19m에 불과한 콤팩트 모델이다. 이는 2013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시티카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초소형 모델이면서도 성인 3명과 어린이 1명이 탑승할 수 있고 1회 충전으로 130㎞ 도심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가 순수 전기차로 처음 내놓은 `i10 일렉트릭`은 유럽형 경차인 i10을 기반으로 한다. 49㎾ 전기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60㎞를 주행하며 시속 130㎞를 낼 수 있다. 413V로 15분 만에 85%를 급속충전하며, 220V로 5시간 동안 100%를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 `ix-메트로`.
◆ 전기차에 가려진 화제의 차

= 이번 모터쇼의 트렌드는 전기차였지만 하이브리드카나 슈퍼카ㆍ명품차도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BMW가 내놓은 고성능 스포츠 하이브리드 컨셉트카인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는 단연 돋보였다.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BMW의 액티브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시킨 이 차는 차문이 위쪽으로 열리는 걸윙도어에 스포츠카임에도 차량 윗면과 측면을 모두 투명하게 처리했다. 풀 하이드리드 방식을 적용했고 3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356마력, 제로백은 4.8초로 고성능을 자랑한다.

폭스바겐은 `현 단계 최고의 친환경차는 클린디젤이다`를 모토로 블루모션 3종(폴로ㆍ골프ㆍ파사트)를 선보였다. 폴로 블루모션은 1.2 TDI 엔진에 최고 출력 75마력, 연비는 31㎞/ℓ,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은 87g/㎞로 5인승 차량 중 세계 최저 수준이다. 105마력인 골프 블루모션도 연비가 27㎞/ℓ에 달한다. 폴로는 2010년, 골프와 파사트 블루모션은 올가을 유럽에서부터 시판할 예정.

현대차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크로스오버인 `ix-메트로`를 공개했다. 직분사 방식인 3기통 가솔린 엔진, 6단 듀얼 클러치, 소형 전기 모터가 장착돼 최대 출력 124마력, CO₂ 배출량은 80g/㎞에 불과하다. 산뜻한 도시형 디자인으로 세계 각국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BMW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
하이브리드카 선두주자인 일본 도요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용한 뉴프리우스와 함께 풀하이브리드 컨셉트카인 Auris HSD를 공개했다. Auris HSD는 도요타가 전 라인업을 하이브리드카로 만드는 첫 시도여서 주목을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슈퍼 스포츠카 SLS AMG도 화제작 중 하나. 화려한 걸윙도어가 인상적인 이 차는 AMG 6.3 엔진에 최대 출력 571마력을 뽑낸다. 제로백은 3.8초에 불과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317㎞에 달한다.

재규어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한 대형 고급 세단인 XJ도 관람객이 몰렸다. 내년 초 시판될 예정인 XJ에는 5.0 가솔린과 3.0 디젤엔진이 장착된다.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와 센터페시아가 눈길을 끈다. 트렁크 용량은 520ℓ로 동급 중 최대 수준이다.

명품차업체인 롤스로이스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고스트(Ghost)`는 이 회사가 생산한 차 중 가장 파워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6.6ℓ 트윈 터보 V12 엔진으로 최대 출력 563마력의 강력한 힘을 낸다. 컴포트 엔트리, 나이트비전, 차선 출발 경고 시스템은 등 첨단 기술과 부품이 집약적으로 적용됐다.

[프랑크푸르트 = 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