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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 활로 찾아라] 성장산업-미래를 책임진다

인산철뱅크 2008. 12. 10. 10:04
[한국산업, 활로 찾아라] <2부> 길은 있다 (11) 성장산업-미래를 책임진다
전기차·태양광·모바일 항구… 미래산업 선점 속도내라
정부 22개 新성장동력 지정… 기업들도 적극 투자 나서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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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 태안의 LG태양광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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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은 CDM사업에 대해“일석삼조의 비즈니스”라고 강조한다.신상순기자 ssshin@hk.co.kr

#1. 2013년 어느 날, 서울 송파동의 주부 안모(39)씨는 장을 보기 위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연결된 전기플러그부터 뺀다. 주차해 있는 동안 충전된 차는 기름 한 방울 없이도 16㎞를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한 번 충전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00원으로, 휘발유 차의 10분의1 수준이다.

안씨는 주말에 가족과 여행을 갈 때도 이 차를 이용한다. 장거리는 휘발유를 넣어야 하지만 전기 모터와 함께 사용하는 만큼 연비는 일반 승용차의 2배 이상인 ℓ당 40㎞를 넘는다.

#2. 2015년 봄, 길이 20피트, 높이 8피트, 폭 8피트 짜리 컨테이너를 1만5,000개나 싣고 중국 상하이를 떠난 초대형 선박이 부산항 외곽에 닻을 내린다. 이런 큰 배가 접안하기 위해서는 수심 25m는 돼야 하는데 부산항의 수심은 기껏해야 17m. 더 이상 들어오다가는 좌초된다.

이때 대형 크레인을 탑재한 해양 구조물이 이 배로 다가간다. 마치 작은 섬 하나가 통째로 떠다니는 것 같은 움직이는 항구,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다. 배에 실려있던 컨테이너들을 모두 옮겨 실은 뒤 모바일 하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꿈이 아니다. 정부는 그린카와 모바일 하버를 비롯, 22개 신(新)성장동력을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기업들도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성장산업은 태양광이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달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 축구장 93개 크기인 67만㎡ 부지에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24㎿급 추적식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태앙전지판이 해를 따라다닌다고 해서 추적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앞서 LG솔라에너지가 9월 충남 태안에서 14㎿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했고, 삼성에버랜드도 경북 김천시와 함께 18.4㎿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완공했다. 포스코와 코오롱, 남광토건, 한국농촌공사, 가평군, 아폴로이엔씨 등도 올해 태양광발전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태양광 산업은 정부의 22개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데다가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에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4%에서 2030년엔 11.5%까지 올릴 방침이다.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태양광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더구나 태양광 사업은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를 만드는 현대중공업과 동양제철화학, KCC 등은 최근 물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기업들도 태양광 발전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LG는 LG화학과 LG전자에서 태양전지를 생산하면 LG솔라에너지가 이를 갖고 발전 사업을 하는 체계를 갖췄고, 삼성도 삼성석유화학이 폴리실리콘과 전지를 만들면 삼성물산과 에버랜드가 태양광 발전을 하도록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연료 효율이 높고 배출가스가 적은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는 그린카도 기업들 관심이 큰 분야다. 이 사업의 관건은 안전하고 오래가며 가벼운 배터리의 개발에 달려 있다.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리튬이온 2차전지의 경우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고무적이다. 현대ㆍ기아차, LG화학, SK에너지, 삼성SDI, SB리모티브 등이 이 분야에 뛰어든 상태다.

석탄을 석유로 바꾸는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석탄은 매장량이 석유의 3배인데다가 가격도 싸다. 이처럼 풍부한 저가의 석탄을 활용, 원유의 절반 가격으로 합성석유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 대신 석탄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래 성장산업이 글로벌 사업화로 연결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신성장동력에 대한 민간의 투자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경기침체 속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미래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주춤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중소기업 창업도 활성화돼야 한다. 전 세계 저급 석탄 광산 등도 미리 확보해야 하고, 해양 자원화에 대비해 적도 지역 해조류 양식장도 선점해 둘 필요가 있다.

윤수영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은 "신성장동력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제도도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로봇·LED 등 초기 시장 창출 지원을

정부에 바란다

성장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뒤를 이을 산업이다. 특히 바이오, 로봇,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자태그에 저장된 정보를 무선주파수를 통해 자동 인식하는 무선인식(RFID)과 센서를 통해 주변정보를 수집하는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등은 초기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실제 국내 바이오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6%, 인력 수요도 연평균 20%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센서와 바이오 칩 등 정보기술(IT) 기반 바이오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미 생체 내에 존재하는 유전자나 단백질ㆍ세포 등의 바이오 소재를 활용, 고부가가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개발함으로써 2018년 세계5대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로봇 산업의 경우 전체 187개 로봇 기업 중 연 매출액 50억원 미만인 업체가 85.5%나 될 정도로 영세하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선진국과 원천기술의 격차가 3~5년 벌어져있고, 부품 국산화율도 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핵심부품 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LED 산업은 고효율과 친환경의 장점에도 불구, 가격(3만~50만원)이 기존 조명에 비해 10배나 비싸 시장보급률이 저조한 만큼 정부와 공공기관이 전략적인 관점에서 초기 시장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FID/USN 산업도 우리의 앞선 IT 생산력과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세계적인 생산ㆍ공급기지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공 분야의 선도적인 시장 창출과 함께 이를 도입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탄소시장 확대 대비해야"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야말로 해당 국가에는 인프라를 구축해주면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을 팔아 또 다른 수입도 챙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비즈니스이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의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CDM 사업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이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 공동 또는 자체 기술과 투자로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 개선, 연료 전환 등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한 뒤 UN으로부터 이를 인증받는 제도. 인증 받은 감축 실적은 국제 탄소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UN으로부터 감축 실적을 인증받을 수 있는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다. 지난해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5% 증가한 640억달러에 달했다. 이미 고성장 산업이 된 것이다.

정 사장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우리 산업 구조의 특성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장을 멈춰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CDM 사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소시장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높은 CDM 사업을 이미 선진국이 선점해버렸다"며 우리 기업과 정부가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1995년 환경경영 컨설팅을 해주면서 출범한 에코프론티어는 국내 CDM 사업의 선구자로, 현재 중국 산둥성의 프레온가스 제조회사 차이나플루오르테크놀로지(CFT)에서 CDM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 옥수수대를 연료로 활용한 친환경 발전소, 탄광가스 또는 매립가스를 통한 탄소배출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