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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카자흐·우즈벡…‘오스만’ 황금시장 잠깬다

인산철뱅크 2007. 12. 21. 19:35
터키·카자흐·우즈벡…‘오스만’ 황금시장 잠깬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전사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포효하기 시작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대륙에 걸쳐 있는 터키는 각 대륙의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터키 문화권 국가들은 유럽,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고 있다.

15세기 중반 동로마 제국을 무너뜨리며 세계무역의 중심에 섰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21세기 글로벌 ‘그랜드 바자’(큰 시장)로 주목받으며 포스트 이머징마켓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스만튀르크의 무한한 잠재력

“ 왜, 오스만튀르크 문화권 국가들에 주목하는 것일까.” 여러 경제권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후예인 터키가 그 중심에 있다. 터키는 유럽과 카프카스(코카서스),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잇는 관문이자 각 대륙의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한 인구 7000만명이 넘는 내수시장과 비교적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 풍부하다. 유럽과의 인접성과 1996년 유럽연합(EU)과의 관세동맹 체결로 터키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유럽시장으로 수출된다.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아랍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동 시장의 관문 역할도 맡고 있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2002년 7.9%, 2003년 5.8%, 2004년 8.9%, 2005년 7.4%로 4년 연속 고도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터키어를 사용하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6개국도 오스만튀르크 시장권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빠른 경제 성장이 예고되고 있고 기업들의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2년 6억2200만달러에 불과하던 터키시장의 외국인 투자는 2003년 7억4500만달러, 2004년 12억9100만달러, 2005년 85억3700만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터키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97년부터 이스탄불에서 120㎞ 떨어진 이즈미트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온 현대차는 늘어나는 중동·아프리카 수요를 잡기 위해 생산규모를 최근 6만대에서 10만대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터키에서 휴대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터키시장 점유율은 14.6%로 전년의 6.1%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스탄불 외곽에서 에어컨을 생산해 온 LG전자 터키법인은 매년 신규 투자를 통해 지난해 생산능력을 75만대까지 확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터키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대륙에 걸쳐 있고 인근국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크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중동, 아프리카, 발칸반도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G가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터키에 해외공장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탄불에 지사를 둔 현대종합상사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터키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 러시아와 유럽시장을 겨냥해 중장비와 철도차량 부분은 물론 철강, 정보통신제품 등 수출입 및 삼국거래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아제르바이잔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STX는 아제르바이잔투자회사(AIC)와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신선박 건조와 기존 선박 수리가 모두 가능한 조선소를 카스피해 연안인 아제르바이잔 바쿠지역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트 BRICs에 주목할 때

글로벌 기업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연구 단체들이 터키를 이른바 VISTA(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공·터키·아르헨티나), TVT(터키·베트남·태국), E7(BRICs·인도네시아·멕시코·터키)에 포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브릭스 너머 N-11에 대한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터키를 포함시켰다. 그 근거로 선진국보다 훨씬 산업집약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향후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도 한 이유다. 일본 BRICs 연구소는 “VISTA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 증가, 외자도입, 정책 안정, 구매력을 갖춘 중산계층이 늘고 있는 지역”이라며 “특히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및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중간지역으로 EU기업의 생산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카자흐스탄을 풍부한 자원에다 EU와의 근접성 등으로 인해 포스트 브릭스 하나로 거론했다.
파이낸셜 뉴스, 2007.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