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철 활용 제품들/자동차 시동배터리

첨단 옵션 자랑하는 `K9`에 블랙박스 빠진 이유는?

인산철뱅크 2012. 5. 15. 06:35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전투기의 기술을 가지고 태어난 K9`

기아자동차가 수입차들과 경쟁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집약해 만들었다는 대형 럭셔리 후륜구동 세단 `K9`의 광고 문구다.

K9의 차량 전면 유리창에 각종 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실제 전투기 조종석을 연상케 한다. 또 어댑티드 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후측방 경보시스템 등 첨단 옵션들이 장착돼 있다. K9은 올해 출시되는 국내 완성차 가운데 최고급 모델로 4년5개월간의 연구기간 동안 총 5200억원을 투입해 완성됐다.

하지만 전투기의 기술을 적용했다는 광고와 달리 K9에는 항공기 사고 때 원인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인 블랙박스는 옵션 항목에 빠져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사고시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자동차 보험료 할인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첨단 옵션을 자랑하는 K9에 블랙박스 옵션이 제외된 이유는 왜일까? 기아차는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K9의 옵션에 블랙박스를 포함할 지 여부를 고민했지만 장착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에 대해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14일 "블랙박스는 전기 소모량이 많은데 블랙박스를 켜놓고 밤새 주차시 자동차 배터리의 방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장착하는 옵션은 차량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주차시 블랙박스의 전원 장치에 대한 기술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블랙박스로 인한 배터리 방전문제가 불거지면 차량 전체의 결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량 시동을 끄고 장시간 주차시 블랙박스 전원을 켜놓을 경우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블랙박스 업체들은 주차 모드시 일정 전압에서 전원을 차단해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기아차가 K9의 경쟁상대로 꼽고 있는 BMW 5·7시리즈와 벤츠 E·S클래스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옵션항목에 블랙박스는 제외돼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블랙박스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브랜드는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외국은 한국처럼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이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았다"면서 "블랙박스를 옵션으로 제공하려면 차량 개발단계부터 기술적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기아차 K9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